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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14. 2020

꽃무늬 교복 입던 시절

이런저런 이야기 2

  며칠 전에 본 뉴스에서 교복이 바뀐다는 소식을 들었다. 타이트하고 꽉 끼는 교복에서 개량한복처럼 편하고 한국적인 교복으로 바뀐다는 소식이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나의 고등학교 시절과 교복이 생각났다.


  그 당시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배정받는 것이 아닌 이른바 뺑뺑이를 돌려 나온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헐. 1시간 거리 사립학교가 배정되었다. 다행히 셔틀버스가 있어 등교를 편히 할 수 있었는데 이게 또 편한 게 아니었다. 학교 셔틀버스 코스가 내가 제일 첫 번째로 타야 되는 거라서  5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5시에 일어나는 건 정말 힘들었지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습관처럼 일어나게 되었고 한번 늦잠 자서 셔틀을 놓치고 버스와 전철 타고 한 시간여 거리를  엄청 피곤하고 힘들게 학교를 와보니 5시에 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학교는 멀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친하고 교회도 같이 다니는 절친 세명과 같은 학교가 돼서 좋았다. 내가 제일 먼저 셔틀을 타서 친구들의 자리도 가끔 맡아주고 수다도 떨다가 다시 잤다가 공부도 하고 숙제도 하고 하는 그런 시간들을 셔틀에서 보냈다.


  학교 입학해서 보니 제일 좋았던 건 두발 자유화와 교복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입학하고 한 달 후 학부모님들의 많은 민원이 들어왔는데 교복을 안 입으니 사복 비가 더 많이 들고 꾸미고 치장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들을 보내는 것들이 좋지 않아 보이고 학생처럼 보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복을 입겠다고 결정을 했고 며칠 뒤 교복패션쇼가 열렸다. 학생들인 우리가 골라 결정한다는 것이었는데 두세 가지 모델 중 한 개로 거의 과반 이상의 선택으로 결정이 났다.  우리 학교 졸업 선배 중 디자이너인 분이  디자인한 유럽풍의 교복이었다. 평범한 흰색 블라우스가 아닌 잔잔한 무늬의 고급진 블라우스와 조끼에, 카디건에, 겨울 코트까지 세트로 있는 교복이 너무 이뻐 보였다.


  그런데 교복비가 비싸니 최대한 원가절감을 해서 만들겠다고 학교 측에서 발표를 했고 한두 달 후 나는 교복을 받아 입어보았다.


  코트와 카디건, 조끼가 나름 맘에 들어 괜찮네 하며 치마를 입어보고 블라우스를 입는데, 헐.


   우리가 봤던 그 유럽풍 스타일에 고급진 옷은 어디 가고 촌스런 꽃무늬 가 자잘한 면 블라우스(이불면 꽃무늬 커버 같은)를 보고 정말 처음으로 학교 다니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교복비가 너무 비싸면 또 민원이 들어올 테니 원가절감 차 윈에서 선 한 교복이었 것이다.


  암튼 봄, 가을, 겨울은 블라우스 위에 조끼와 카디건 코트까지 입으니 별 상관이 없었지만 여름에는 블라우스와 치마만 입고 다니는데 너무 창피했다. 다른 학교 애들이 내가 지나가면  키득대고 웃고 옷에 꽃인지 벌레 모양인지 보인다며 수군거리는 게 다 들렸다.


  하. 다른 학교에 평범하고 심플하고 깔끔한 교복들이 어찌나 부럽든지. 그냥 우리도 흰색 블라우스 입게 해 주지. 흑흑.


  그런 꽃무늬 교복을 입고 셔틀을 타면서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하루는 셔틀 타고 학교에 도착해 교문 앞에서 내리는데 학주가 나를 부른다. 난 범생이라 절대 걸릴 일이 없는데. 헉.

갑자기 발이 시원하다.


흠 운동화 대신 슬리퍼를 신고 왔다. 흐흐흐.


  그날도 늦잠 자서 셔틀버스 놓칠까 봐 서두르다 생긴 일이었다.


  또 어느 날은 겨울이라 코트 입고 교문 앞에 내리는데 학주가 날 또 부른다. 오늘은 운동화도 신었 걸릴 게 없는데. 헉

왜 아래가 또 시원한 거 같지?


흠 코트 속에 치마를 안 입었다. 흐흐흐.


  코트 밑으로 치마 끝단이 안 보여 학주에게 걸린 것이다.


  나름 촌스럽기로 유명한 교복을 입고 다녔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그래도 재미있게 잘 보냈던 것 같다.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더 많은 추억들을 남기지 못해 아쉬운 그 시절인 것 같다.



아래 사진은 15년 전 결혼을 앞두고

리허설 촬영 때 남편과 교복 콘셉트로 찍은

추억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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