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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잎지던날 Mar 12. 2017

손 잡기

내게 있어 손을 잡는다는 건 팔짱을 끼거나 포옹하는 것 이상의 행위다. 서로의 마음이 같지 않은 이상 나란히 손을 잡고 걷는 일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화려한 번화가. 호객행위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운다. 지나가는 나를 발견하자 대관절 팔짱부터 껴온다.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내비치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팔을 풀고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팔짱이라는 것은 그런 거다. 어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베풀 수 있는 사소함 같은 것.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서로를 향하는 마음이 조금만 달라도 손잡는 게 다르다. 억지로 잡힌 듯 힘없이 덜렁 매달려 있거나, 혹여 놓칠까 어린아이처럼 꼬옥 부여잡는 걸 느낄 때면 서운함과 안도감이 오간다. 내 기분은 손 하나로 상대 의도와는 관계없이 멋대로 흔들렸다. 

누군가의 하룻밤은 쉽게 살 수 있지만 그들이 나와 손을 잡고 걸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게 손을 잡는 건 항상 애틋함이 있다. 


처음 너의 손을 잡은 건 번화가 횡단보도였다. 일찌감치 바뀐 신호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했다. 자연스레 너의 손을 잡고 뛰었다.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서도 여전히 손을 잡은 채 걸었다. 

너는 추운 겨울이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손을 녹이기 위해 내 손부터 찾았다. 손가락 사이사이 너의 손가락을 끼워 넣고 내 외투 주머니에 들어간다. 그 속에서 내 체온이 전해진 너의 손이 꼬물댈 때면 어쩐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전화를 받기 위해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 네게로 돌아갔어야 할 너의 손은 내가 놓았던 허공에 머무른다. 통화가 끝나고 너의 손을 잡으면 기다렸다는 듯 내 손가락들을 받아들이며 힘을 준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몇 배는 설레어 볼이 발그레 져 온다. 

종종 너와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어 본다. 달라진 악력을 금세 알아차린 네가 묻는다. 


  “왜?”


배시시 웃고는 말한다. 


  “아냐.” 


너와 함께라는 걸, 너도 나와 같다는 것을 나는 그렇게 확인하고 있었다. 

내가 찾기도 전에 먼저 내 손을 잡던 너. 그때면 너에게 내가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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