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군산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선물이라며 곧잘 이성당 빵을 사 온다.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이성당이 소개되면서 군산의 특산물 내지 여행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성당은 한국 최초의 빵집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그 역사도 오래된 곳이다. 앞서 빵 이야기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이성당은 1920년 조선으로 건너온 히로세 야스타로(広瀬安太郎)가 만든 이즈모야(出雲屋)라는 화과점이었다. 이성당이라는 이름은 해방 이후 판잣집에서 제과점을 하던 ‘이씨’가 적산가옥이 된 이즈모야를 구입하면서 갖게 됐다. 그 뜻은 ‘이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빵집’으로 근래까지 이씨 어르신 집안에서 운영했으나 작고하신 이후 오씨 부부가 가게를 인수해 현재는 부부의 며느리가 운영 중이다.
이성당을 대표하는 빵은 단팥빵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성당을 알기 전까지는 단팥빵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단팥빵은 안빵(あん パン)으로 1874년 일본 미쿠라 야스베(木村安兵衛)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져 아들과 함께 긴자에서 판 것이 시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우리나라에서는 언어순화를 통해 안빵 대신 팥앙금빵 또는 앙꼬빵으로 불리게 됐다.
안빵이 앙금빵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건 빵을 만드는 과정 때문인 것 같다. 앙금빵의 주재료인 빵 소, 즉 팥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팥이 물러지도록 삶아야 한다. 잘 삶아진 팥은 체에 잘 내려 껍질과 분리해 내는데 이때 껍질과 분리된 침전물을 앙금이라고 부른다. 이 앙금을 다시 소금과 설탕을 넣고 삶아 졸이면 맛있는 팥앙금이 만들어진다. 이를 넣고 빵을 구우면 팥앙금빵이 된다.
종종 어르신들은 단팥빵을 앙꼬빵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앙꼬(あんこ)가 속을 채우는 팥소를 말하는 일본어이니 비슷한 맥락이다.
이성당의 또 하나 인기 메뉴는 야채빵이다. 야채빵은 말 그대로 빵 속에 야채를 넣은 빵이다. 언뜻 일본의 고로케 비슷하지만 야채빵은 고로케와 달리 튀기지 않고 빵처럼 굽기 때문에 속으로 들어간 야채의 숨이 살아있어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고로케보다는 빵으로 만든 만두의 느낌이 더 강하다.
개인적으로도 단팥빵보다는 야채빵을 더 좋아하지만 빵의 특성상 많이 만들어 놓을 수 없어 쉽게 먹을 수 없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예전에는 이성당의 단팥빵을 맛보려면 군산을 가고,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지만 현재는 서울 제2롯데월드에 분점이 생기면서 손쉽게 단팥빵을 맛볼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양재의 ‘햇살마루’도 사장님의 따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이성당의 단팥빵과 야채빵을 맛볼 수 있다.
||참고자료||
1. 강석훈 외, 왜 우리는 군산에 가는가
2. 오세미나, 〈군산지역의 제과점을 통해 본 근대의 맛과 공간의 탄생〉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