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한다

내가 개를 좋아하게 되다니

by 나로



나는 어릴 때부터 개를 너무너무 무서워했다. 개한테 물린 기억도 없는데, 아무리 작은 개라도 내 눈에는 맹수처럼 무섭게 느껴졌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 집에 개가 있으면 놀러 가는 것을 포기할 정도였다. 산책하고 있는 개를 봐도 혹시나 개가 나한테 달려들기라도 할까 봐 멀리서부터 잔뜩 경계를 하며 거리를 두고 걸었다. 대형견이 아닌, 주인의 목줄에 끌려가는 포메라니안이나 조그만 푸들한테도 공포를 느꼈다.


겁이 많은 아이는 겁이 많은 어른이 되었다.

겁이 많아 세상이 어려운 건지, 겁낼 것 없는 세상에 지나치게 겁먹고 어려워하는 건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마도 치매에 걸려도 나는 무언가를 겁내고 두려워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겁이 많은데 결혼은 어떻게 하고, 아이는 어떻게 낳았을까?

검은색 포장지로 꽁꽁 쌓인 상자 같은 결혼 생활, 그 안에는 똥이 들었는지 된장이 들었는지 모를, 심해보다 아득한 미지의 세계이다. 나는 그 미지의 세계에 스무 살에 만난 남자와 뛰어들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용기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결혼해 포장지를 하나씩 벗겨 낼 때마다 어떤 날은 똥 같았다가 어떤 날은 된장 같았다가 어떤 날은 눈물이 찔끔 날 만큼 매운 고추장 같았다. 그렇게 새로운 맛에 놀라며 세월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었다.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른지, 나도 이제 우리 엄마의 단골 멘트를 그대로 하고 있다.


그 어떤 맛도 꾹 참고 삼켰더니 이제 미각이 둔해졌는지 맛을 잘 못 느끼게 되었다. 똥을 찍어 먹어도 죽지는 않는구나 하는 자포자기의 담대한 미각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얼마 전부터 개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왜 개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무서워하기는커녕 귀여워서 한 마리 키울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세월의 맷집인가, 감각의 노화인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틀린 건 알겠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내 기대에 맞게 변하지 않을 뿐이지,

누구든 세월에 따라 흔들리고 밟히며 변해간다.


주인과 내 앞에서 걸어가는 개의 실룩거리는 엉덩이를 보며, 개를 안고 부비는 상상을 해 본다. 정말로 개를 키우게 될까? 내가 개를 키우는 상상을 하다니! 정말 인생이라는 건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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