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를 치며 육아를 생각하다

누가 누가 더 어려울까

by 나로



탁구를 배운 지 4개월째다.

평생 탁구채 한 번 잡아보지 않고 살다가 어느 날 남편과 탁구장에 한 번 놀러 갔다가 시작했다. 보기에는 참 쉬워 보였는데, 채로 공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지름 4센티미터, 무게 2.7g. 작고 여린 공은 탁구채가 닿기도 전에 비켜나갔다.



공이 탁구채에 맞아도 제대로 그물을 넘기기 힘들었다. 그물을 넘어가면 탁구대 저편으로 홈런볼처럼 날아오르기 일쑤였다. 올림픽에 나온 탁구선수들이 얼마나 지독하게 연습을 했을지 짐작이 갔다. 지금은 탁구채에 공을 제법 맞추긴 한다. 하지만, 예상 경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헛스윙이다. 선생님이 느리고 정확하게 토스해 주는 공을 맞추는 데까지도 3개월이 걸렸다.

드라이브, 스매싱은 아직 꿈도 못 꾼다. 너무 못하니 재미가 없을 법도 한데, 의외로 탁구가 재미있다.



탁구공이 테이블에 맞는 소리가 참 기분 좋다.

경쾌하게 테이블을 울리는 소리는 계란을 깨트리는 소리와 비슷한데 묘한 쾌감이 있다. 탁구공을 네트로 넘길 때마다 계란 하나씩 깨는 기분이다. 스트레스가 풀린다.


나의 요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중학생 아들이다.

못난 어미는 탁구공을 녀석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때린다. 힘껏 때리면 탁구공은 여지없이 빗나간다.

그럴 때 선생님은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힘을 빼세요."라고 말씀하신다.

아들을 때리고 싶어 하는 엄마를 질책이라도 하는 듯한 말이다.


탁구공은 세게, 빨리 치면 절대로 정확한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않는다.

자식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 다그친다고 내가 원하는 대로 세게 끌고 간다고 끌려가지 않는다.

"힘 빼고 부드럽게, 팔로 치는 게 아니라 다리와 허리를 움직여야 합니다."

요령 없이 휘두르기만 하면 어깨만 아프다.

몰랐는데 탁구는 박자 운동이었다. 박자가 딱딱 맞아야 공도 잘 맞고 세게 날아간다. 거의 모든 운동이 어느 정도의 박자감은 요구하지만 탁구는 특히나 더 그런 것 같다.



탁구가 어려운가, 자식 교육이 어려운가. 누가 누가 더 어렵나 내기 중이다.

네트를 넘어간 공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돌아오는 탁구공처럼 육아도 흥겹고 신나게 하고 싶다. 지금은 서툴게 겨우 넘어간 공은 홈런볼이거나 돌아오지 않는 공이다. 우리는 자꾸만 빗나가는 탁구공처럼 서로 어긋난 눈빛과 마음으로 서로를 본다.


내 서툰 탁구 실력이 내 못난 육아 실력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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