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는 용기

한 달에 한 권이 30권보다 낫다

by 달글이

만족감이 준 완독

퇴근 후 글에 대한 근육을 위해 도서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차곡히 쌓여가는 글을 보면 뿌듯했었어요.

그러다 목적이 전도되어 책을 문자 중독자처럼 읽던 저를 발견했습니다.

읽었던 책이었지만, 한 달동안 책을 30권 읽으며 리뷰를 써댔더라구요.

다시 마음을 잡고 나 다운 독서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다 다시 책을 집어든 때가 최근입니다.


나 다운 독서

저는 책을 읽으면 반드시 행동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야 만족하는 독서법을 고집합니다.

질문은 하나 가지고 책을 읽고 난 뒤 답을 얻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자꾸 해야하는 일을 놓쳐서 힘들어하던 때에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기억해야하는 것들을 메모(노션을 쓰고 있어요)하고 PARA기법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어요.

그러다 블로그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블로그 관련 책을 읽고 곧바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리뷰를 하기 시작했어요.

3개월 전인데 3년이 지난 만큼 알찬 시간이었어요.


다 읽었어? 그럼 이해한거야?

저는 머리가 나빠서 외운 뒤 활용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행동’함으로 체득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책을 읽을 때 한 챕터마다 기록하고 메모해서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에요.

한 권 읽는데 1개월이 걸리더라구요.

‘엄마의 첫 공부’라는 책을 읽었을 때 완독한 뒤에 조카를 만났을 때,

책에서 읽은 내용을 실천해보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구요.

왜냐면 다 읽었다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보니 책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때쓰는 모습이 얼마나 제 혼을 빼놓는지.


읽기와 이해하기 사이의 거리

저는 종종 '읽었다'는 것과 '이해했다'는 것을 동일시하더라구요.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고, 문장을 읽어내는 것만으로 지식을 흡수했다고 착각했어요.

하지만 정보를 눈으로 스캔하는 것과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정이에요.

심리학자들은 이를 '유창성의 착각(Illusion of Fluency)'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텍스트를 매끄럽게 읽을 수 있을 때, 우리 뇌는 그 내용을 이해했다고 착각한대요.

실제로는 표면적인 이해에 그쳤는데도 말이에요.


지식의 소비자에서 소유자로

진정한 학습은 읽는 순간이 아니라, 읽은 후에 시작돼요.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고, 다른 지식과 연결하고, 내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과정.

이 모든 것이 수동적 독자를 능동적 학습자로 변화시켜요.

저는 요즘 책을 읽을 때마다 의도적으로 멈춰요.

"이 부분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가?" "이 챕터에서 어떤 비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단순한 독서를 깊이 있는 사유로 바꿔놓아요.


느리게 읽는 용기

우리 시대는 속도를 강요해요.

연간 독서 목표를 세우고,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로 자신을 평가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에요.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 열 권을 대충 훑는 것보다 가치 있어요.

저는 책 한 권을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요.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제 생각을 덧붙이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한 가지 질문을 가지고 책을 읽고,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나 다운 독서'예요.


마치며

이 글을 읽은 당신도 혹시 '다 읽었다'고 생각하며 다음 글로 넘어가려 하나요?

잠시 멈춰보세요.

이 글에서 당신에게 울림을 준 문장은 무엇이었나요?

당신의 독서 습관은 어떤가요?

그리고 다음에 읽을 책에서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으신가요?

이런 질문들이 단순한 읽기를 의미 있는 배움으로 만들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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