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소개팅에 매 번 실패 했을까?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냥 막연히, “언젠가 하겠지”에서 “이제는 해야겠다”로 바뀐 시점이 있었다.
그리고 난 결심했다.
자연스러운 만남은 더 이상 내게 오지 않을 거라는 걸.
그래서 선택한 건, 소개팅이었다.
소개팅은 말 그대로 소개받은 관계의 시작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자연스럽지 않다. 모든 게 설정값이다.
장소, 복장, 말투, 심지어 취미까지.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진짜 대답은 “넷플릭스 보며 피자 한 판 처 먹기”였지만
입에서는 자동적으로 이렇게 나왔다.
“운동… 그리고 독서요.”
상대방도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대답을 했다.
운동과 독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은 그 후 아무 말도 못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대화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취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색한 침묵을 참을 수 없어서 나는 그때마다 따발총처럼 아무 말이나 쏟아내기 바빴다.
그녀가 “고기는 별로예요”라고 하면
나는 곧장 “저도 요즘 채식 좋아해요!”라고 화답했다.
그녀가 “여행은 혼자보다 여럿이 좋아요”라면
“저도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재밌죠.”
진심이었냐고?
사실은 전혀.
혼자 고기 구워 먹는 걸 좋아하고, 혼자 여행하는 걸 사랑하는 나였지만,
그 순간 나는 그녀가 원하는 답을 찾느라 바빴다.
스윗한 중년 남성이라는 설정값 속에 진짜 나는 사라졌다.
몇 번의 소개팅을 거치고 나면
기시감이 찾아온다.
카페, 파스타집, 고급 레스토랑,
“요즘 날씨 진짜 좋죠?”로 시작해서
“집은 어디세요?” “무슨 일 하세요?” “혼자 사세요?” 같은
호구조사 타임이 이어진다.
이런 반복 속에서 문득, 나는 내가 누군지 잊어갔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였더라?”
소개팅을 하면서,
나는 상대를 알게 되지 못했다.
대신, 내가 얼마나 나를 포장하려 했는지만 또렷이 알게 됐다.
소개팅이 끝나고, 다음날까지 답장이 없을 때
나는 미친 듯이 카톡을 들여다보며
“내가 뭘 잘못했을까?”를 복기했다.
사실 아무 잘못도 안 했지만,
아무것도 안 한 것도 맞았다.
진심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즐기지도 않았다.
그렇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지 않았기에 전혀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결론은 아주 단순했다.
나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나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었고,
그러니 진심도 없었고,
재미도 없었고,
나도 없었고,
당연히—그녀도 없었다.
결국,
사랑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사랑 없는 연기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