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좋아요가 가르쳐준 것
스마트폰 화면을 뚫고 나온 알림음이 새벽 공기를 가로질렀다. 반쯤 잠들어 있던 내가 화면을 확인하니, 어제 밤 늦게 올린 글에 첫 번째 ‘좋아요’가 달려 있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었구나.”
그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학생이 된 후 처음 시작한 개인 블로그였고, 일주일 넘게 혼자서만 쓰고 혼자서만 읽던 글이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좋다’고 표현해준 것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깐, 며칠 후 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어? 이 글… 내가 쓴 건데?”
친구가 보여준 어떤 사이트에서 내 글을 발견한 것이었다. 제목도, 내용도, 심지어 내가 고민해서 넣은 작은 농담까지 모두 그대로였다. 다만 글쓴이 이름만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거 저작권 침해 아니야?”
친구가 던진 말에 나는 멈칫했다. 저작권? 그때까지 저작권은 가수나 작가, 영화감독 같은 ‘진짜’ 창작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고작 대학생이 취미로 쓴 짧은 에세이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저작권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쓴 글, 아무리 짧고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그것이 나만의 생각과 표현으로 만들어진 순간 자동으로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등록을 하지 않아도, 저작권 표시를 하지 않아도, 창작된 순간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 글에도 저작권이 있구나.”
그 깨달음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내가 쓴 글이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글이나 사진을 별 생각 없이 퍼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나는 내 글을 무단으로 사용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제가 쓴 글을 허락 없이 사용하신 것 같아서 연락드립니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메시지를 쓰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어쩌면 그 사람도 나처럼 저작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상대방은 사과와 함께 곧바로 글을 삭제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죄송합니다. 정말 몰랐어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혹시 출처를 밝히고 인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 질문에 나 역시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찾아보았다. 어떻게 하면 타인의 저작물을 존중하면서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 출처 표기만으로도 충분한지, 언제 창작자의 허락이 필요한지 말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저작권이 단순히 ‘금지’의 법칙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오히려 창작자들이 안심하고 창작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의 장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글을 훔쳐간 사람을 만나면서도, 그 사람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우려는 모습을 보면서, 저작권은 서로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제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한다. 이 글을 읽을 누군가를, 이 글에 첫 번째 ‘좋아요’를 눌러줄 그 사람을. 그리고 동시에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수많은 글들을, 그 글들을 쓴 창작자들을.
저작권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담은 창작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창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좋아요’가 내게 창작의 기쁨을 가르쳐줬다면, 첫 번째 저작권 침해 경험은 창작의 책임을 가르쳐줬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안다. 모든 창작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모든 향유자는 존중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오늘도 누군가는 처음으로 글을 쓰고, 처음으로 ‘좋아요’를 받을 것이다. 그 소중한 순간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저작권이라는 이름의 배려를 실천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