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찾는 여정
마흔.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예고 없는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회사를 졸업해야 할 시기가 머지않았음을 직감하는 순간들이 늘어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회사라는 울타리 밖으로 밀려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서늘한 체감에 가깝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린다. 명함을 빼고 나면, 나는 과연 무엇으로 남을 수 있을까. 그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와 밤잠을 설치게 했다.
고민 끝에 가장 좋아하는 일을 다시 꺼내 들기로 했다. 바로 ‘작가’라는 이름이다. 입버릇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해왔지만, 그것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감히 해보지 못했다. 글은 그저 취미일 뿐이라고, 현실은 냉혹하다고 스스로를 가둬두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길을 들여다보니 현실은 예상보다 더 팍팍했다. 돈은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벌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작가’라는 정체성은 내가 죽는 순간까지 유효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회사에 정년은 있어도, 문장에는 정년이 없다. 평생 나를 증명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어떤 연봉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 발걸음은 브런치스토리였다. 내 글이 과연 타인에게 가닿을 수 있을지,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가득했지만 일단 써 내려갔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투고했고, 다행히 단번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 순간의 떨림은 아마 잊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네이버 도서 블로그의 수익 승인이었다. 정보성 글을 채워 넣으며 기다린 끝에 수익 창출이 시작되었다. 물론 그 결과는 소박하다 못해 처참하다. 한 달 내내 매달려 번 돈은 고작 157원.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이 157원이 억 단위의 계약금보다 값지다. 시스템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내 가능성만으로 일궈낸 생애 첫 결실이기 때문이다.
2025년은 내게 참으로 소중한 해다.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었고 이제 곧 아이도 태어난다. 삶의 책임감이 커지는 만큼 꿈의 무게도 무거워진다.
요즘은 조금 특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19금 웹소설 집필이다. 누군가는 ‘품격’을 논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나는 그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올해의 목표는 명확하다. 웹소설로 한 달에 10만 원을 벌어보는 것. 그래서 퇴근길에 아내와 아이를 위해 근사한 케이크 하나를 당당히 사 들고 가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 "이건 아빠가 글로 번 돈이야"라고 말하며 케이크를 자르는 그 순간을 매일 밤 상상한다.
2025년이라는 긴 터널을 무사히 버텨낸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가올 2026년에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케이크’를 얻을 수 있기를, 이루고자 하는 모든 꿈이 문장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