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콘퍼런스, 세미나, 브랜드 파티, 기자단 감회, 각종 런칭쇼까지
BTL 기획자는 오프라인 접점의 모든 이벤트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오프라인으로 고객분들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홍보도 진행하죠. SNS 이벤트,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들을 통해 브랜디드 콘텐츠도 만들어 냅니다. 검색광고와 DA 광고 분야는 전문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아 협업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행사 스케치 영상도 기획하구요.
요즘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기회들도 늘었습니다. 콘퍼런스와 전시를 가상공간을 만들어 진행하기도 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신제품 런칭쇼를 CG효과를 더해 연출하기도 하죠. 얼마 전에는 웹과 모바일의 이벤트 페이지 UI/UX를 기획하며 UI 시나리오도 설계해보기도하고, 와이어프레임도 짜보면서 개발자 분들과 협업 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캠페인의 타이틀과 안내 문구의 카피라이팅도 진행했구요. 유튜브나 카카오 TV 등의 라이브 스트리밍은 이제 기본 옵션이 되었습니다.
"메인 접점을 오프라인에 두고 있을 뿐, 오프라인만 한다는 한계를 두진 않습니다."
때문에 주위에서 직업이나 일에 대해 물어보시면 간단히 소개해드리는 게 참 어렵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매번 어색하고 난감해지기도 합니다.
제가 이벤트 일을 한다고 소개하면 10명 중 9명 분은 연인 간의 프러포즈를, 행사를 한다고 하면 가게 오픈 행사와 같은 생활 밀착형 상황을 먼저 떠올리십니다. 그래서 항상 장황한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일상 되었습니다. 같은 일 하는 분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아도 다 비슷한 상황이더군요. 이젠 오해하셔도 더 이상 해명하지 않거나, 마케팅한다고만 얘기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특정 단어가 어느 상황에서 자주 쓰이는지, 그 이미지의 선점이 이렇게 무섭다는 걸 느낍니다.)
저희 가족들에게 설명을 할 때도, 올림픽 개폐막식을 만드는 사람이니,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니, 청와대에서 국빈 행사를 하는 사람이니 제 경험을 토대로 여러 가지 사례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그중에서 뭐하는 거냐는 얘기를 들었구요.^^;
6년 차가 된 지금 여전히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은 어렵지만, 현재는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기획자 정도로 정의했습니다. 설명과 상관없이, 제 나름의 직업관이라고 할까요?
(여전히 설명은 사례를 들어가며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 기획이나 마케팅 분야에서는 AE나 디저털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서비스 기획자에 비해 BTL 기획자가 다소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장 규모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고 그에 따라 관심도가 비교적 적어 그런 편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 코로나 시국에는 더할 테지요.
반대로 그만큼 희소성 있는 분야이고 위드 코로나가 이후의 삶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WHO에서도 22년 하반기에는 감기처럼 활동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았으니요.
어느 직업이나 글로 모든 걸 풀어낼 순 없다고 생각하지만, 간단하게나마 BTL 기획자가 하는 일이 이런 게 있구나 하고 조금은 알 수 있도록 적어보았습니다.
주로 기업에서 BTL 업무를 담당하는 팀명이 '캠페인', '프로모션 전략',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스페이스 마케팅' 등으로 부르는 팀마다 명칭이 다르며, 규모에 따라 세분화되어있거나 하나로 합쳐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직에 있으면 분명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분들인데 BTL 기획자, 이벤트 기획자, 행사 기획자, 캠페인/프로모션 AE 등 다 다르게 불리고 있습니다. 공연 기획자, 전시 기획자분들처럼 명확하게 하나를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분들도 계시구요.
본질적으로는 모든 기획자나 마케터들과 같은 고민을 합니다. 기업이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의 원인을 찾고, 내외부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기획서(제안서)와 예산서(견적서)를 완성시키죠. 이를 토대로 우리들의 제안을 설득하는 프레젠테이션 과정을 거쳐 수주(승인)하여 일을 진행시키는 절차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있어 필드가 다른 셈이죠. 오프라인을 베이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주로 제안합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는 물성이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체크가 중요합니다. 가수나 배우, 크리에이터 작가나 인플루언서 등 누군가를 섭외해야 할 때도 일정과 역할을 협의하고 마지막 개런티까지 확인을 해두죠. 섭외 당시에는 이 일을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일이 진행 되었을 때 상황을 전제로 장소 섭외, 기념품 제작, 무대 또는 전시부스의 제작까지 모두 협의가 완료되어있어야 하는 겁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2가지 형태에 대해서 세부적인 업무 카테고리를 해보았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는 환경적이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행사의 주제가 어떤 맥락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I 협업 파트너
무대 제작 파트너 선정 I 브랜딩 디자이너 섭외 I 굿즈 제작 파트너 선정 I 티켓 판매 대행 선정
I 장소
타깃들의 교통 편의성과 접근성 I 수용 규모 I 사용 가능한 공간 I 주차 가능 공간 I 콘솔 위치 I
브랜딩 가능 위치 I 변압기 위치 I 조명 행잉 위치 I 대기실 수 I 비용 I 예약 가능 기간 I 계약서 작성 I
*국가 및 지자체 소유 야외 장소는 공문이 필요
I 출연진
행사의 목적과 타깃을 고려 라인업 I 곡 리스트 및 수 협의 I 홍보 목적의 IP 사용 협의 I 스케줄 관리 I
MR/AR 협의 기타 요청사항 확인 I 계약서 작성
I 무대
컨셉을 무대 시안 및 예산 가이드 작성 I 무대 시안 스케줄링 I 컴펌 후 발주 I 세팅 감리 I 안전성 검사
I 연출
연출 감독 I 조명 I 음향 I 영상 I VJ I 특수효과 팀 섭외 I 큐시트 회의 I 시스템 설치 및 리허설 I 무대 리허설
I 운영
현장 입장(티켓) 확인 및 프로그램 운영 프로세스 수립 I 스텝 대상 교육 매뉴얼 작성 I
스텝 역할 분담 및 교육 I 고객 입장부터 퇴장까지 시뮬레이션
I 홍보
SNS 이벤트 및 브랜디드 콘텐츠 협찬 운영 I 초청 고객 및 인플루언서 관리
*기자분들은 보통 기업 내 홍보팀에서 관리
I 브랜딩
키 비주얼 개발 I 온라인 홍보용 배너 제작 I 대관 측과 협의하여 행사장 내 브랜딩 구역 파악 I 현수막 I
배너 I 티켓 I 리플릿 등 2D 제작물 제작
I 스폰서
행사 주제 및 컨셉에 맞는 스폰서 선발 (ex 자동차 주최 행사에 술 스폰서 불가 또는 협의) I
단계별 스폰서 베네핏 제안서 작성 I 스폰서의 요구와 주최 측 의견을 수렴하여 조건 협의 I
현장에서 스폰서 담당자 관리
*스폰서로 들어가는 경우는 제의 받은 곳과 FIT 맞는지, 마케팅 효과가 기대되는지 등을 고려
I 굿즈
행사 주제 및 컨셉에 맞는 굿즈 리스트 선별 I 제작 목표의 수량에 맞춰 기간 및 단가 확인 I
브랜딩 포인트 확인 I 샘플 검수 I 최종 발주 I 현장 VMD 및 판매 관리 I
I 리포트
행사 종료 후 결과 보고서 제출
I 협업 파트너
전시 또는 스토어 내부 인테리어 제작 파트너 선정 I 브랜딩 디자이너 섭외 I 굿즈 제작 파트너 선정 I
티켓 판매 대행 선정
I 장소
타깃들의 교통 편의성과 접근성 I 수용 규모 I 사용 가능한 공간 I 실측 I 브랜딩 가능 위치 I 변압기 위치 I
행잉 포인트 I 스텝 휴게 공간 I 창고 공간 I 비용 I 예약 가능 기간 I 계약서 작성
I 콘텐츠
전시 테마 및 컨셉 기획 I 전시 아이템 기획 및 개발 I 전시 주제와 고객 동선을 고려한 전시 시퀀스 설계 I
3D 시뮬레이션 시안 I 컨펌 후 발주 및 검토
I 브랜딩
키 비주얼 개발 I 전시장 외관 2D 브랜딩
I 공사
전시 가벽 및 콘텐츠 세팅 감리 I 공사 스케줄 수립
I 리허설
콘텐츠 작동 리허설 I 고객 입장부터 퇴장까지 시뮬레이션
I 운영
현장 입장(티켓) 확인 및 유의사항 안내 I 스텝 대상 교육 매뉴얼 작성 I 스텝 역할 분담 및 교육 I
파트타임 스케줄링
I 굿즈
행사 주제 및 컨셉에 맞는 굿즈 리스트 선별 I 제작 목표의 수량에 맞춰 기간 및 단가 확인 I
브랜딩 포인트 확인 I 샘플 검수 I 패키지 제작 I 최종 발주 I 현장 VMD 및 판매 관리
I 리포트
오픈 후 방문객 수 및 특이사항에 대한 데일리 보고 또는 위클리 보고 작성 I 전시 종료 후 결과 보고서 제출
오프라인에서 고객분들을 직접 만나야하기 때문에 정말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사전에 기대감을 안겨드리는 것부터 행사장으로 오는 동선, 도착했을 때 기대에 부응하는 임팩트(인상)와 끝나고 나가실 때 여운(기억)까지 고객분들의 경험 하나하나를 설계하는 일이죠.
승부는 사소한 것에서 결정 난다고 생각합니다. 잘 된 행사들을 돌아보면 결국은 아주 사소한 지점들을 사소하지 않게 생각한 결과더군요. 홍보 콘텐츠에서는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별 차이가 없는 레이아웃을 집요하게 손보고, 현장에서는 고객분들의 동선에 맞춰 안내 배너 간의 간격을 맞춥니다. 고객분들을 맞이하는 스텝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건네는 인사보다, "반갑습니다"라는 환영의 인사말로 교육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느끼지 못할 제작물의 마감과 가벽의 뭉친 페인트를 모두 찾아 개선합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의 합이 불러오는 변화는, 절대 사소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맛집이라고 해도 수저의 위생이 안 좋으면 발길이 가지 않고,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직원이 불친절하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BTL 기획자들은 직접 고객이 되어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합니다.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기획부터 현장까지 계속해서 고객의 시선으로 모든 디테일을 챙기는 거죠.
22년에는 오프라인에서 고객 분들을 만날 일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오랜만에 밖에서 보낼 소중할 시간을 최고의 경험으로 기억되실 수 있도록, 지금도 고군분투 중이신 모든 BTL 기획자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