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치는 맛

by 김효주

시험 치는 날, 나는 흥분한다!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편집 출판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 기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프로그램인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3가지에 대한 기본 소양을 확인하고 기능을 다룰 줄 아는지 묻는 ACP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봤다. 한 시험 당 50분 동안 34문항 정도되는 필기+실기 문제를 풀게되어 있다. 총점 1000점 중 700점 이상을 얻으면 시험 끝나자 말자 자격증이 발급된다. Adobe에서 출제 및 관리하는 이 시험은 한국의 자격증 시험들과는 조금 달라서 족보를 get 한다면 쉽게 치를 수 있다. 게다가 오픈북이기도 하고.


한 달 전 시험이 있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는 두 달째 배우는 중이고, 인디자인은 전혀 배우지 않은 채 출제예상문제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고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컴퓨터 그래픽 관련해서 따로 공부한 적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세 과목 모두 공부하면서 어리둥절한 게 많았다. 문제가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핵심 키워드를 동그라미 치며 공부했다.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따로 공부를 한 건 약 일주일. 이른 아침시간 1시간, 학원에 일찍 도착해서 30분 정도 계속해서 예상문제를 돌려보고 풀어보았다.


드디어 시험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학원에 도착했다. 남은 시간 동안 계속 문제들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아무리 오픈북 시험이라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알아야 찾을 수 있으니까. 이윽고 시작 10분 전. 감독관이 시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어떻게 치르는지 알려주었다. 맘 편히 세 과목을 다 보기 위해 인디자인, 포토샵, 일러스트 순서로 시험을 신청해 놨기에 인디자인부터 시작했다. 순식간에 끝나고 바로 점수가 나왔다. 악... 이게 웬걸. 700점대였다! 간신히 통과한 거야? 헉... 아무리 인디자인을 안 배웠기로서니... 설마 나머지도 이렇게 겨우 통과하는 건 아니겠지....


시험을 너무 빨리 끝내서 감독관과 상의한 후 바로 시험을 이어서 치기로 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치르는 나의 상태는 인디자인 과목을 치는 것과 진배없다느꼈으나... 점수는 다행히 두 과목 모두 900점 대를 기록했다! 기분이가 좋았다. 배웠는지 아닌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는 게 놀라웠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시험 치는 과정 중에 일어났다. 아직 초보여서 포, 일, 인 세 가지 프로그램을 다 잘 모르는 상태였다. 이해하지 못한 채 암기만 했던 문제가 시험을 칠 때 갑자기 이해가 되었고, 잘 모르는 기능이 왜 생겼는지 알게 되는 기현상이 몇 번이나 일어났다. 시험을 준비할 때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나는 시험 치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던 이상한 소녀였다. 시험 치는 날을 유독 좋아해서 친구들이 이상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때부터 생각해 왔다. ‘왜 시험 치는 날을 좋아하는 거지?’ 첫째, 일찍 마쳐서다. 특히 중간, 기말고사 치는 날은 점심시간 이후에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혼자 집에서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게 참 좋았다. 둘째, 집에 가서 편하게 있을 수 있어서다. 학교에서는 젤 편하게 입어도 교복 치마 아래 체육복 바지가 전부다. 하지만 집에서는 세상 편한 잠옷을 입고 뒹굴면서 공부할 수 있다. 셋째, 내가 얼마나 아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공부한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어떤 과목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시험을 통해 체크할 수 있는 게 참 재미있었다.


이번에 ACP시험을 치면서 네 번째 이유가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시험 치는 과정 중 일어나는 ‘몰입과 통찰’을 나는 굉장히 좋아했던 것 같다. 학생 때에는 점수 자체에 집중해서 간과했던 ‘시험 치며 배우는 현상’을 겪으며 시험 치는 맛이 왜 그렇게도 짜릿했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강제로 모든 책과 자료에서 나를 분리시키고 지금까지 학습해 온 것들을 확인하는 시간. 그러나 그 시간에 나는 가장 많이 배웠고 단순 암기한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어 왔던 것이다!



오늘부터 또 시험을 준비한다.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다. 편집출판 포트폴리오를 제작 중인데 ACP와 컴그기 자격 두 개는 기본으로 필요하다고 해서다. 6월에 필기, 8월이 실기가 기다리고 있다. 시험 준비할 계획을 세우고 또 공부하면서 시험 치를 날을 기다리게 되겠지? 시험 치는 맛을 아주 일찍 알아버려 지금까지 무슨 시험이든 치는 게 어렵지 않게 다가왔나 싶다.


흥분

짜릿

번쩍

압도

재미


이것이 바로 시험 치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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