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과 학원 사이

by 김효주

이틀에 한 번씩, 마음이 천 갈래가 된다.




편집 인쇄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건 2월 초. 4개월째 컴퓨터학원에 다니고 있다. 현재 배우고 있는 과목은 디지털 드로잉, 포트폴리오 1,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 3개다. 컴그기는 주말이고 나머지 두 과목은 주중반이다. 디지털 드로잉은 2시부터 4시, 포폴 1은 4시부터 6시까지인데 드로잉 과정은 매일 수업이지만 줌으로 들을 수 있고 포폴 1은 격일이지만 강사와 작업 계획을 세우고 계속 작업물을 피드백받아야 해서 무조건 직강이다.


살다 보면 그런 것들이 있다. 선택권이 너무 많아 고르는 게 힘든 그런. 디지털 드로잉이 딱 그렇다. 강사님은 첫 강의 때 현장 수업을 추천하시며 학원 운영 방침상 줌을 운영한다고. 4시부터 시작하는 포폴은 격일 과정이라 이틀에 한 번은 디지털 드로잉 수업만 있는 거다. 그러니! 이틀에 한 번은 줌으로 들어도 되고 학원에 가도 된다.


지금 다니는 학원에서 만난 강사님들 중 디지털 드로잉 강사님이 젤 좋다. 줌 수업을 듣는다고 구박하지 않으며, 줌 수업 들은 사람에겐 작업물을 내놓으라 압박하지도 않는다. 학원에서는 피드백을 요청하는 수강생에게 적극적으로 개선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극적인 수강생들에게 들이대지도 않으신다. 매일 짧은 농담을 하며 마음을 열고 수강생들 각자 자신의 그림을 사랑할 수 있도록 지도하신다. 참 좋다.


과정이 시작했을 땐 매일 학원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집안에 일이 생기거나 급히 처리할 일이 있으면 자꾸만 줌을 선택하게 된다. 집에서 수업을 들어보니 상당히 괜찮았던 것이다. 나는 꽤 괜찮은 학습자여서 학습 동기가 높은 편이고 그걸 꺾지만 않으면 어디서든 공부를 잘한다. 그래서일까.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줌 수업이 서서히 기본 옵션처럼 변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잠을 잘 못 자 컨디션이 떨어진 이유도 있을 것이고 날씨가 급변한 탓에 몸살 기운도 있어서 쉬고 싶은 마음은 매일 동일하다. 하지만 희한하게 포트폴리오 수업이 없는 날에는 학원에 가기가 싫어진다. 가기 전에 준비하느라 1시간, 이동하는데 40분, 다시 돌아오는데 40분을 허비하는 느낌이 드는 건, 줌을 선택하면 그 시간을 모두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거나, 서류 작성을 하거나, 개인적인 일을 하는데 딱 좋은 시간 2시간 20분. 그걸 드로잉 수업 2시간을 위해 낭비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지금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생각보다 배움이 적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글로 써보니 고민은 줌이냐 직강이냐가 아닌 듯 하다. 천 갈래 만갈래로 흩어지는 마음을 이틀에 한 번 경험하는 나를 좀 바꿔보고 싶었나보다. 컨디션에 따라 줌을 선택할 수도 있고 학원에 가는 걸 택할 수도 있고, 포트폴리오 과정도 나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유동성 있게 해도 되는 거니까.


학원에 매일 빠진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줌이냐 학원이냐를 놓고 힘들어하는 건 ㅋㅋㅋㅋ 웃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범생 스타일로 살아온 세월이 나를 치사한 걱정에 빠지게 한다.


‘수업이 있으면 무조건 참여해야지.’라는 강압적 사고가 마음을 휘두르고 있었나 보다. 어떤 교육이든 나의 발달과 상황에 맞게 변형되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줌과 학원 사이에서 조금 더 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또 한 번 도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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