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 나오미입니다. 여러분, 혹시 이런 거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생명 에너지를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벌레가 마음 속에 사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요. 정체를 알 수 없어 답답했는데 최근 친정 엄마와 갈등을 겪은 후, 그 실체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기일이어서 친정에 다녀왔거든요. 최근 '부모님이 내게 준 상처만큼 내가 부모님께 잘못을 했을까?'라는 불효막심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흐흐흐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제 방황의 기간이 20년이었다는 걸 깨닫고, 정말 길었구나 이제는 그만하자라는 마음을 먹었지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엄마한테 하고 싶어졌어요. 근데 설명하다보니 주제에서 벗어나 아빠 때문에 힘들었던 쪽으로 빠지고 말았고, 엄마는 갑자기 아빠 편을 들며 제가 잘못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며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게 왜 그렇게도 서러운지요. 외로움, 쓸쓸함, 공허함이 몰려오니 생각이 마구 가지를 뻗으며 '엄마가 싫고 나는 억울하다'로 나아가더라고요. 일단 생각을 멈추고 감정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니 감정은 정리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 다음 날에도 기력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무기력한 상태가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었죠.
'엄마가 대체 뭔데 이렇게까지 힘이 없어야 하지?'라고생각하며 서점을 향했습니다. '엄마'라는 검색어에 엄마와의 예쁜 추억을 담은 동화책, 자존감을 높여주는 엄마의 말에 관련된 책이 많이 나왔지만 공감이 되지 않았죠. 검색결과 중 유난히 눈에 띈 책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나르시시스트 관계 수업>입니다.
이 책은 '엄마로 인해 무기력한 딸을 위한 회복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브렌다 스티븐스라는 임상심리사입니다. 그를 찾아온 여성들 중 엄마와의 관계로 심각하게 힘들어 한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엄마가 '나르시시스트'인 경우가 많아 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집필하게 되었다고 해요.
책의 내용이 궁금하실텐데요. 오늘은 책을 읽으며 저를 치유해준 문장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상실을 애도하라.'
애도는 모든 나르시시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분은 부모에게서 받아야 했을 무언가를 받지 못해 슬퍼할 수 있다. 그런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존재인 부모를 나는 절대 갖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더욱 의의가 있다. 여러분은 방치된 내면의 어린 소녀를 애도한다. 그리고 올바르게 성장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엄마가 없었다는 사실을 애도한다. 어른이 되어야만 했으며 어린 시절을 빼앗긴 소녀를 애도한다. 슬픔은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감정이지만, 충분히 슬퍼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p185
둘째, '통제를 버리면 감사할 수 있다.'
여러분이 경험한 학대와 방임은 삶에 엄청난 통제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여러분은 과잉 보상을 통해 어릴 때 가지지 못한 통제력을 만회하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자기 자신과 자신의 반응뿐이다. 통제라는 환상은 그럴듯하며 저항할 수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환상에 불과함을 깨닫는다면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통제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현실적인 기대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상황이 다르게 흘러갔거나 공정했기를 바란다. 그리고 과거 잘못된 일들을 바로 잡을 수 있었길 바란다. 하지만 현실을 수용하고 기대를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만족을 위한 열쇠가 된다. p239
셋째, '직관을 믿으라.'
여러분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고, 현실 인식 능력이 부정확하다는 말을 평생 들어왔다.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기에 앞서 어떤 감정인지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 처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내가 어떤 일을 겪어왔으며 내 경험으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이해하고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확한 감정을 알 수 없으며 타인과도 연결될 수 없다.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길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 길은 진짜 나는 누구이며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발견하도록 이끌어 준다. 또한 지금 가슴 속에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 이유와 그 느낌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의 직관, 즉 직감에 따른 반응을 알아차리고 그 감각을 신뢰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직관은 여러분의 수호천사가 되어 줄 수 있다. p 129-130
나오미는 거의 일주일을 무기력하게 보냈습니다. 그동안 글을 한 편도 완성하지 못했지요. 평소보다 스케줄이 많기도 했지만 부모님에 대한 내 감각이 모두 맞았다는 책의 설명 때문에 오히려 맥이 쭉 빠져버려서인듯 합니다. 나르시시스트, 즉 자기애적 성향이 다분하신 부모님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정서적인 욕구를 거의 무시당하며 자라왔으며, 엄마는 절대 나를 우쭈쭈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로 인해 무기력해진 이유는 제가 엄마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는 통제 본능에서 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길 평생 원했지만, 저 역시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지 못하고 늘 다른 것을 요청해왔음을 보게 된 것이죠.
어제 기도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험을 다 마친 후 답안지를 내고 교실을 나가는 학생처럼 이제 나도 엄마, 아빠로 인한 상처 시험을 마무리하자. 시험지를 붙잡고 있는다고해서 답이 달라질 것이 없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나봅니다.
혹시 '늘 자신들만 옳다고 주장하시는 부모님'으로 인해 지치셨나요? 아니면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을 지닌 직장 상사나 가족, 지인들로 인해 피곤하신가요? 그렇다면 <나르시시스트 관계 수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들이 왜 그런 모습으로 자라게 되었는지, 대체 나르시시스트는 왜 아이들을 낳는 건지, 그들의 자녀들이 왜 불행하게 자랄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행복하게 공존하기 위한 방법도 배우실 수 있게 될 거예요.
지금까지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 사서 나오미였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평안한 시간 보내세요.
◆ 북 큐레이션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9779
◆ 나오미의 헤드라잇
https://m.oheadline.com/articles/yxEbQToa9jW5vCuKkNgpmA==?uid=e4d89f12436a4355ad193f33c3290544
◆ 나오미의 프립 <자유를 찾아가는 글쓰기> 시즌2
https://www.frip.co.kr/products/167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