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요?
인생은 나에게 우울증이라는 핵폭탄을 터뜨렸다.
Parker. J. Palmer.
우울증은 핵폭탄이다.
인생의 위기에서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라는 책을 만났다. 저자인 파커 J. 팔머는 우울증을 핵폭탄에 비유했다. 그 폭탄은 우리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울감 때문에 죽을 것 같은데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니 황당했다. 삶은 왜 하필 우울증이라는 것으로 내게 말을 걸어오는 건지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우울증을 겪으며 정말 나 자신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의 표현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울증은 우리를 죽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살리러 오는 것임을. 나를 돌아보지 못할 만큼 힘든 삶 속에 '잃어버린 나를 찾으라'는 마지막 신호임을.
우울증은 당신에게
무엇을 끝내라고 하는가?
주변에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수가 점점 늘어만 가고 줄어들지를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원인이 제거되거나 개선되어야 나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 끝나지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우울증을 끝내고 싶다면 먼저 물어야 한다. 우울증이 우리에게 끝내라고 한 것이 무엇인지를. 삶이 당신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삶에게 다시 물어야 한다. 대체 너는 왜 그랬냐고.
꽤 오랜 세월 우울한 이유를 법대에 진학하지 못한 때문이라 여겼다. 그래서 부모님을 원망하고, IMF 상황이 온 것을 한탄하며 살았다. 하필 내가 대학 갈 때 그런 일이 터질 게 뭐냐고 불평하며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우울증은 그렇게 시작되지 않는다. 근원적인 문제는 가족 환상에 의해 자신들의 양육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신 부모님의 억압적 교육, 여자라는 약자의 입장에서 자라며 겪은 고통, 어린 시절 겪었던 아픈 일들로 인해 생긴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지 못할 사람들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다. 우울증이 터졌을 때, 나는 나를 거의 99% 이상 잃어버린 상태였다. 삶의 에너지도 없고, 희망도 없고, 입맛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진, 무기력하고 무가치한 것 같은 상태.
삶이 내게 와서 해준 말은 이것이었다.
'나오미야, 너를 찾으렴. 네가 좋아하는 것과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무나. 너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너는 사랑스럽고 아름답단다. '
처음엔 그런 말을 들어도 별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말들을 용납하는 것은 이제껏 살아왔던 모든 삶을 부정하는 것이니까.
사랑받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할 거야.
예쁨 받는 제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거야.
할머니한테 사랑받고 싶어. 손자였음 좋았을 걸.
우울증은 말했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너는 충분히 괜찮다고.
우울증의 원인은 정말 다양하다. 그래서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도 힘들고, 처방을 똑같이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울증의 시작이 있다면 분명 끝은 있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시작은 주변 상황으로 인한 것이 될 수 있지만 끝은 내가 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울증 당사자가 끝내려는 의지가 없다면 영원히 우울은 계속될 것이다.
'생각하지 않고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프랑스 작가의 말처럼 '어제도 우울했고, 오늘도 우울하네. 내일도 우울하겠지' 하며 살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우울할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의 초기이든 중기이든 말기이든 당신이 이것을 끝내려는 마음을 먹었다면 분명히 끝낼 수 있다.
우울증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온 이유를 찾으라. 그리고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자신을 돌봐주라. 상처 받아 골방에서 울고 있는 잃어버리고 조각난 내면 아이들을 하나씩 만나고 통합하라. 그러면 우울증은 끝이 날 것이다. 당신이 우울증에게 성실히 답하고 그의 요구에 응하면 그는 떠나갈 것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