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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슬펐어요

[선생님은 슬퍼요] 에필로그

by 김효주

브런치를 시작하고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브런치를 관둘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저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시작하면 언젠가는 제가 교사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올 테니까요.


저는 저의 선생님들이 참 힘들었습니다. 그랬기에 제가 교사가 되어야 하는 일이 참으로 싫었습니다. 게다가 교직 생활은 만만치도 않았고요.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좋은 직장 다닌다고 말해주었지만, 직접 경험해본 교직 사회는 그런 곳이 아니었지요.


이 에필로그는 [선생님은 슬퍼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직전에 쓰고 있습니다. 소설 형식으로 쓰겠다고 생각하고 선생님이라는 자리에 가게 된 첫날을 떠올리자 왜 그렇게도 서럽던지요.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고요. 누구도 구해줄 수 없는 그런 정글에 툭 던져진 것 같은 상황에 놓여 적막하고 답답하고 화가 났던 그 시간들이 모두 되살아났나 봅니다.


그래서 브런치를 관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단계를 잘 넘어가면 저는 조금 더 성숙하고 약간 더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마음의 짐처럼 남아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기까지 많이 건강해져서 감사하고, 지난날들을 담담히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가지게 되어 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목은 [선생님은 슬퍼요]이지만 제 교직 생활이 매일 우울했던 것은 아니었음을 인정합니다. 당시에는 슬픔을 나눌 방법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도 찾지 못해 아쉽지만 글로 풀어내는 '지금이 바로 그 때야.' 하며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저는 선생님일 때 많이 슬펐지만 이제 더 이상은 혼자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교사의 자리를 떠난 것이 홀가분하긴 하지만, 여전히 전쟁터 같은 그곳에서 수고하시는 이들과 마음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또한 학교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신 분들과도 소통하고 싶습니다. 한 발은 학교에, 다른 발은 학교 밖에 걸쳐두고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좌충우돌하며 조금씩 자라 가는 나 선생의 이야기가 그런 역할을 하는 도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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