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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담당 교사들의 애환

by 김효주

<본 소설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학교, 사건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



나오미가 영어 연수에 관심이 많은 거 기억하시죠? 나오미는 선배님과 함께 S 여대에서 실시한 글로벌 리더 연수도 신청했어요. 이번 연수는 정원이 40명이라고 해서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요. 경기 북부 전체에서 40명이라서요. 드디어 발표날입니다.


나오미 선생님네 교실 전화기가 울립니다.

델렐렐레 델렐렐레


"네, 3학년 0 반 교실입니다."

"나오미, 나야. 나 연구실인데~ 오늘 연수 대상자 발표하잖아. 방금 공문 왔어! 같이 볼래?"

"아, 그래요? 잠시만요. 바로 갈게요."


두구두구두구

선배님은 떨리는 마음으로 공문을 클릭했어요. 대상자 목록 파일을 열고 이름을 주루루룩 내리다 보니!! 당첨!! 선배님과 나오미의 이름이 같이 있네요!


"와!!!! 선배님, 우리 둘 다 갈 수 있겠네요!!"

"우와!!! 우리 둘 다 갈 수 있네!! 너무 좋다, 그치?"

"네!! 하하하하하"


두 사람은 갑자기 한 달이나 남은 겨울 방학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구실에서 콩콩 뛰었어요.


"이번 연수 때는 선배님이랑 같은 방 쓰고 싶어요~!"

"나도 나도!"

"이번 해 지나면 선배님 다른 학교 가시잖아요..."

"그러네... 이번 연수 때는 꼭 같은 방으로 배정되면 좋겠다!!!"


드디어 연수 첫날, 두 사람은 같이 지하철을 타고 S 여대로 향했어요. 지하철 역에서 내려 대학교 건물까지 캐리어를 덜덜덜덜 끌면서 걸어갔지요. 열심히 걷다 보니 같은 방향으로 캐리어 행렬이 보였어요. 생각보다 대학교까지 거리가 있어서 발에 불이 나도록 걸어가서 등록을 완료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개회식을 하려고 기다리던 사람들 틈에서 두 사람은 유인물을 뒤져보기 시작했어요. 둘이 같은 방을 쓰게 될지 아닐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지요!


"나오미, 여기 봐 봐!"

"어디요, 어디요? 벌써 찾으셨어요?"

"응! 우리 같은 방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요?"

"다른 반이야..."

"앗..."

"뭐 어쩔 수 없나. 같은 방인 걸로 만족해야 하나."

"그러게요. 흐흐흐 지난번에는 반도 다르고 방도 달랐으니까요. 히히"

"그러네! 그럼 신나게 연수 들어볼까?"

"좋아요!"


그렇게 선배님과 함께 하는 마지막 연수의 첫날이 시작되었어요. 이번 연수는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한 부분과 영어 교육 관련 다문화 교육, 인성 교육 등을 배우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다음 학기부터 이 대학교에서 시작할 TESOL 과정 소개도 겸하고 있더라고요.


연수에 가 보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영어 업무 담당이거나 원어민 업무 담당자들이었어요. 그렇지 않은 분들은 나오미와 선배님 밖에 없을 정도였지요. 그러다 보니 쉬는 시간만 되면 선생님들은 영어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나 원어민을 담당하면서 있었던 일을 자주 이야기하시더라고요.


"A 선생님, 그럼 혹시 원어민 업무 하시겠다고 하신 거예요?"

"아니요, 제가 영어 연수를 많이 들었다고 억지로 하게 하셨죠... 에휴..."

"아, 그러시군요. 그럼 B 선생님도 연수를 많이 들으신 걸까요?"

"아니요, 저는 저희 학교에서 젤 나이가 어리다고... 그래도 영어 울렁증이 가장 덜 하지 않겠냐고 무리하게 부탁을 하셔서..."

"그래요? 어휴.. 원하신 경우는 별로 없군요..."

"나오미 선생님은 학교에서 무슨 업무 맡고 있어요? 대부분 영어 업무 하시는 분들 같던데..."

"아, 저는 방송업무를 하고 있어요. 영어 연수는 저랑 같이 오신 선배 선생님이랑 재미로 다니고 있는데 내년에 학교 옮기실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같이 가볼까 하고 신청했다 오게 되었어요."

"그렇군요. 혹시 외국어 연수원은 다녀오셨어요?"

"네, 작년 여름에요."

"아하, 나오미 선생님은 연수를 많이 들으셔서 대상자가 되셨나 보네."

"경기 북부에서 40명만 뽑았으니 기준이 있긴 했겠네요."

"아, 그렇군요. 근데.. 여기 와서 선생님들 말씀 듣다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해요.."

"하하하 나 뭔지 알 것 같아. 선생님 학교에 아직 원어민 없구나?"

"네, 근데 올해 아니면 내년에 배치해달라고 신청한다고 듣긴 했거든요."

"하하하하 곧 연락 오겠네."

"하.. 선생님, 놀리지 마세요..."


나오미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연수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아니겠지 하며 모른 척하기로 했어요. 그렇지만 식사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영어 업무와 원어민 담당 업무를 하시는 분들의 노하우,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귀동냥을 하며 열심히 들어두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강의 시간 중이라 나오미는 전화를 받지 못했어요. 쉬는 시간이 되지 말자 교무실로 전화를 걸었지요.


"안녕하세요, 00초 교무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녕하세요, 교무 부장님. 방학 잘 보내고 계시죠? 나오미입니다."

"오, 나오미 선생, 잘 지내고 있어요? 맞다, 연수 중이구나. 연수 어때요? 재미있어요?"

"네, 열심히 듣고 있어요. 아, 그런데 부장님. 혹시 한 20분 전에 저한테 전화하신 분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교무실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강의 시간이라 못 받았어요."

"아까 교감 선생님께서 나오미 선생님이랑 통화하시려다 못 하셨다 하던데, 잠시만요."


부장 선생님은 교감 선생님께 연결해 주셨어요.


"오, 나오미 선생, 연수 잘 받고 있습니까?"

"네, 교감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나야, 잘 있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나오미 선생. 혹시 우리 학교에 원어민이 오면 담당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말입니다."

"원어민이 배치되기로 결정되었나요? 다음 해나 그다음 해에 올 수 있다고는 들었던 것 같아서요."

"아직 확정은 아닌데 아무래도 올 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학교에는 잘 된 일이네요."

"그렇지요. 그런데... 담당할 사람이..."

"담당할 사람이요...?"

"내년에 학교에 남는 사람들 중에.. 영어 전담을 했던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말이에요. 그래서 찾아보니 영어 연수를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이 나오미 선생님이라서...."

"아.... 네...."


승진 점수에 목 매시던 M 선생님이 작년에 다른 학교로 가셨고, 사랑하는 선배님도 올해가 마지막 해입니다. 그리고 영어 연수를 받으셨던 다른 분들도 모두 올해를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신다는 걸 나오미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내년에는 영어 업무를 맡게 되지 않을까 정도는 예상을 했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나오미 선생 원어민 담당 한 번 해볼래요?"

"원어민 담당이요? 아... 글쎄요. 갑자기 물어보셔서 답을 드리기가..."

"그렇겠네요. 갑자기 연락을 하긴 했네요. 근데 이거 오늘 안으로는 결정을 해야 되거든요. 원어민 오기 전에 담당자 연수도 있고 해서..."

"아, 그렇군요. 제가 생각 좀 해볼게요. 혹시 다른 분들 중에 하실 분들 없으면 제가 할게요."

"그럼 생각해보고 이따 다시 통화합시다."


아직도 인정 욕구가 남아있던 나오미는 자신이 얼마나 학교 생활을 힘들어했는지 잊어버리고, 교감 선생님과 학교에 도움이 되고 싶은 나머지, 결국 원어민 담당을 오케이하고 말았어요.


그러고 나서는 적극적으로 원어민 교사와 함께 일하고 계신 분들을 찾아다니며 노하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원어민 교사가 오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따라다니면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알게 되었지요.


나오미는 특별히 원어민 선생님들이 한국에 와서 많이 괴로워했던 것들, 불만 사항을 표출했던 것들 위주로 메모를 했어요. 그중에 가장 놀라운 것은 계약서와 컴퓨터 이야기였어요. 원어민 선생님이 한국에 도착하자 말자 계약서를 함께 읽고 민감한 사항들을 약속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대요. 그래야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계약서 안에서 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경우에는 원어민들이 계약서를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나 봐요.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원어민 교사가 사용할 컴퓨터 문제였어요.


"나오미 선생님, 나 그래서 죽을 뻔했잖아."

"왜요, 왜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요?"

"진짜.. 한국어를 전혀 모르니까 자기가 뭘 하고 싶은데 그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계속 물어대는 거야. 근데 가끔씩은 그 사람이 원하는 동작이 무엇인지 말해도 내가 이해도 안 되는 걸 찾아대니 어떡해요. 그래서 정보부장님한테 부탁을 드렸죠. 하나 새로 사 달라고. 근데 원어민이 도착하고 나면 이미 예산 집행 다 끝난 상태잖아. 예산이 없어서 못 사주신다고..."

"아이고... 그럼 계속해서 원어민 선생님은 버튼 어딨냐 물어보고, 선생님은 그것 때문에 일 하나도 못하시고요?"

"그렇죠, 그렇게 몇 주 더 하다가 도저히 제 일을 끝낼 수가 없고 스트레스가 돼서 결국 관리자님들 찾아가서 긴히 부탁드렸죠. 영어 업무에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원어민도 어필을 자꾸 하니까 그제야 움직여 주시더라고요."

"그럼 컴퓨터 사주신 거예요?"

"네... 그래서 학교와 계약한 컴퓨터 업체에 특별히 제발 영어로 깔아달라고 신신부탁을 해서 마련해 주고 나서 드디어 학교에서 제가 맡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나오미 선생님, 꼭 노트북으로 사시고 꼭 영어로 깔아 두세요. 정말 좋을 거예요."

"오!! 이런 꿀팁!! 너무 감사해요~! 정말 생각도 못한 부분이네요."

"그렇죠? 학교에서도 이야기 들으신 분들이 다 놀라셨던 기억이 나요. 무슨 이메일 하나도 원어민 선생님 혼자 보낼 수가 없으니...."

"원어민 선생님도 되게 답답하셨겠어요."

"맞아요. 원어민 교사도 자기 일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나중에는 저한테 묻는 것도 미안해서 끙끙하더라고요."


나오미와 선배님의 예상과 달리 이번 연수는 영어 업무 내용과 원어민 담당 교사들의 애환을 잔뜩 듣고 돌아오는 연수가 되고 말았어요.


나오미가 돌아오자 말자 학교는 원어민 교사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오미에게 '원어민 담당 교사 업무'를 배워올 연수를 다녀오도록 한 일이었어요.


원어민 담당자 연수 내용


1) 원어민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


가장 먼저 원어민 교사를 위해 의정부에 있는 출입국 사무소에 출장을 가서 외국인등록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다시 원어민의 나라로 보내주어야 한대요. 그래야 입국이 가능해서요.


그 후 원어민 교사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가 지낼 월세집을 구하고, 필요한 집기(밥솥, 프라이팬, 냉장고, 침대 등)들을 사서 넣어두고요. 그리고 학교의 다른 선생님들이 원어민 교사와 잘 지낼 수 있도록 원어민 교사에 대한 정보(국적, 성별, 나이, 경력 등)를 얻은 후, 간단하게 교직원 회의 때 브리핑해두는 것이 좋대요. (미리 원어민 선생님에게 허락을 구했다고 해요.)


2) 원어민 교사 도착 당일


원어민 교사가 도착하면 교장, 교감 선생님께 가서 인사를 드린 후, 바로 원어민 선생님이 근무하게 될 연구실로 이동하여 계약서를 함께 읽으며 중요 사항을 미리 약속해두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근무하는 중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도록 말이에요. 그 후 월세집으로 이동하여 필요한 집기들이 더 있는지 확인하여 계약서 안에 명시된 것들을 더 사주고 다른 것들은 직접 사도록 구분하도록 하는 것이 좋대요.


3) 원어민 도착 다음 날


다음날부터는 원어민 교사가 한국에서 생활하기에 편리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통장 개설을 해줘야 하고, 세금도 낼 수 있도록 가스 회사, 전기 회사에 전화를 걸어 외국인이 사용한다고 미리 연락을 해 둡니다. 혹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학교나 담당 교사 전화로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해 둡니다.


4) 원어민 교사 적응을 위한 현지 연수


개학 후 신학기에는 원어민 선생님과 담당 교사가 버스를 함께 타고 학교 주변과 주요 도심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같이 다닙니다. 특히 지역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주요 장소에도 같이 다니면서 원어민 교사가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대요.


나오미가 일하던 지역에는 이미 많은 수의 원어민 선생님들이 배치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지구별로 원어민 교사와 담당 교사가 약 12명 정도씩 함께 참석하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대요. 그래서 학기 중 목요일마다 원어민 교사 카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가야 한대요.


5) 원어민 교사 계약 이외의 수업 시간에 대한 업무


원어민 교사의 수업 시간은 계약서에 기본적으로 주당 수업 시간을 20시간으로 정해져 있었어요. 그래서 그 이외의 시간은 시간 외 수당을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나오미처럼 업무 담당자는 그 시간들에 수업을 했는지 확인하여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따로 행정실에 보고를 해야 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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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들으면서 나오미는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을 쓸데없이 좋아한 나오미는 이미 하기로 한 일 열심히 하기로 하고 원어민이 도착하기 전에 필요한 일들을 미리 다 해두었어요. 특히 영어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을 원어민이 새 학기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임 부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려 가능하도록 해 놓았지요. 그 외에도 원어민 업무 연수에서 들은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준비했어요. 그 바람에 나오미의 겨울 방학과 봄방학은 어디론가 흘러가버리고 말았죠.


사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이렇게 준비를 다 해놓는다는 것이 설레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영어 원어민을 모셔(?) 오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렇게나 많은 작업을 미리 해두어야 한다는 것에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윽고, 2월 말이 되었고 오늘은 원어민 교사가 한국에 입국하는 날입니다. 방과 후에 전화가 와서 학교 앞까지 나가보니 원어민이 도착해 있습니다. 20대 중반의 남성으로 호감형의 백인, 마이클이었대요. 미리 Gmail 채팅으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 상태여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바로 교장, 교감선생님과 인사를 시키고, 연구실로 들어와 일할 공간을 소개하고 바로 계약서를 함께 보면서 약속해야 할 것들을 확인하였습니다.


마이클은 4형제 중의 막내로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고집을 잘 부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모범적인 태도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해 갔어요. 자신의 나라에 있을 때,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고, 입국 직전에는 외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도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알아가는 것을 즐거워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나오미는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어 수업을 준비하고 지역 탐방하고, 원어민 교사 카페에 다니는 것이 꽤 즐거웠어요. 원어민 교사와 트러블이 많아서 업무를 버거 워시는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 점에 있어서는 무척 감사했어요.


다음은 원어민 담당 교사들이 모이기만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샘들아, 나 진짜 이 일 너무 하기 싫다."

"왜요?"

"우리 원어민 있잖아. 진짜 밥맛이야."

"캘리 샘 왜 그래요? 또 에드워드가 무슨 일 만들었어?"

"그러니까 그 4학년 3단원 수업할 때, 원어민 교사가 자신의 나라를 소개할 때 좀 재미있게 하려고 다양한 수업 도구를 활용하잖아요. 그거 하자고 하니까 싫대."

"아, 그래요? 이크.. 저런..."

"에드워드는 자신이 영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너무 강해서 이렇게 망가지는 것 같은 건 아예 안 하려고 해. 이게 뭐 날 위해서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교육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과 아이들의 관계를 위해 해 주면 좋겠다는 건데 매번 이런 식이야, 진짜."

"아이고.. 맘고생했겠네. 캘리 샘"

"저렇게 비협조적인 사람을 원어민 교사라도 시간 외 수당까지 챙겨줘야 하는 게 난 너무 맘에 안 들어."

"하... 시간 외 수당... 진짜 좀 그렇죠..."

"나오미 쌤도 코티칭 하지 않아요?"

"하죠, 제가 없으면 수업이 진행이 안 되니까요..."

"애들이 원어민 교사와 대화도 안 되면서 떠들기도 하고 아예 모른다고 딴짓하니까 우리 학교 원어민은 자기가 좀 제발 나한테 들어와 달라고 하던데."

"그러니까. 근데 우리가 원어민 교사의 수업에 모두 참여하는데, 심지어 같이 가르치는데 왜 우리는 월급에 아무 영향이 없고 원어민 교사 시간 외 수당 챙겨주는 일까지 우리가 해야 해?"

"우리 신분이 공무원이라서 그렇다더라고요.. 이미 정해진 수당과 본봉으로 끝이죠. 우리는 근무시간 내에 일하는 것뿐이라서요...."

"그니까 말이야.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줘야 하는 원어민들은 자기 수업 시간 이외의 강의시간은 시간 외 수당까지 챙겨주면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해도 근무 시간 내에 일어난 일이라서 아무것도 더 받는 것도 없고. 매주 이렇게 원어민 카페 한다고 모여가지고 하는 거라고는 이 학교 원어민이 미국 이야기하는 거 웃어주면서 들어주는 거밖에 없잖아."

"하이고.. 릴리 선생님도 많이 힘드셨나 보네요..."

"응, 나도 진짜 이거 못 해 먹겠어. 너무 괴롭다."

"릴리 선생님도 고생 많네.. 에휴..."

"담당교사들이 가장 기분 나빠하는 부분이 결국 시간 외 수당 문제인 것 같아.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면 원어민 교사랑 같이 일하는 게 다 싫어진다고 하잖아. 나도 그렇고."

"그니까 원어민이 자기가 수업한 걸 자기가 확인해서 행정실에 가져다주면 얼마나 좋아. 일일이 우리가 다 수업 같이 하거나 참관하거나 해서 표를 우리가 만들고 확인도 우리가 하고, 행정실에서 원어민의 이야기를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해서 우리한테 결재받게 만들어 둔 이 시스템이 정말 맘에 안 들어, 진짜."

"부장급 이상 정도 되면 정말 일을 많이 하니까 부장 수당이 있긴 하지만 일반 교사보다 10만 원도 더 받지 않는 공무원 월급 체계가 좀 이상하긴 하죠."

"맞아 맞아, 게다가 원어민 담당 업무는 거의 대부분 영어 업무와 함께 맡게 되는데도 성과급에 영향이 없잖아. 영어 부장은 없으니까 수당도 안 주고. 사람들이 터부시 해서 억지로 떠 맡기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은 없고... "


이런 넋두리가 대부분의 담당자들에게서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원어민 담당 업무를 맡고 계신 교사들에게도 시간 외 수당을 준다고 해도 위와 같은 대화는 또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또 무슨 까닭일까요? 이 모든 일들을 감당하는 것에서 보람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불평들은 아닐까 나오미는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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