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저런 행동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일을 접할 때면 세상 험한 게 느껴져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죄가 없는데, 어릴 때부터 저렇게 상처 받으며 자라서 어떡하나 걱정만 된다.
지난 금요일 다음 세대를 위한 세미나가 있어 참석했다. 강사로 오신 분은 경주에서 푸르른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계신 송경호 센터장님이셨다. 센터 주변의 아이들은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거나 거의 버려진 상태로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학대나 방임이 자연스러운 그런 곳이었다.
강의는 아래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www.youtube.com/watch?v=uygD8NdPjE4
센터에서 드림아이 중창단을 만들고 지역대회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팀이 촬영하여 방송했다고 한다. 강사님은 그때를 회상하시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태어난 게 죄야!
아니야, 내가 태어난 게 죄야!
영상 맨 앞에 등장하는 흰색 상의를 입은 소녀의 이야기다. 하루는 강사님이 외부에 나가셨다가 센터로 돌아오고 계셨는데, 어떤 청소년이랑 초등학생이 둘이서 막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센터에 소속된 친자매였는데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치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많이 흥분한 것 같아 일단 센터 안으로 들어가게 하셨다.
보통 아이들끼리 싸울 때 무슨 일인지 물으면 서로 자기가 옳다,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언니인 아이가 가슴을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가 태어난 것이 죄예요!"
그러자 동생도 따라서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태어난 것이 죄예요!"
강사님은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 죄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셨다. 그래서 호통을 치시며 절대 다시는 그런 말을 말라고 하셨다. 살아가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분명히 삶을 시작하게 된 것에는 의미가 있으니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사랑한다는 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어요
영상 링크에 썸네일로 등장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이다. 제작진의 말을 따라 하면서 내레이션 연습을 하고 있었다. 제작진이 먼저 말하면 아이가 한 문장씩 따라 하는 방식으로.
제작진: 아껴주지 못해 미안해.
아 이: 아껴주지 못해 미안해.
제작진: 살아줘서 고마워.
아 이: 살아줘서 고마워.
제작진: 널 사랑해.
아 이: .......
촬영이 중단되었다.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아이는 '아껴주지 못해 미안해, 살아줘서 고마워.'까지는 할 수 있는데 '널 사랑해.'를 못했다. 강사님은 아이를 따로 만나 물어보셨다. 마음이 힘든 이유가 있는지. 아이가 말했다.
"저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어요."
"아... 그랬구나."
강사님은 아이를 한번 꼭 안아주신 후, 이제까지 아이를 위해 강사님과 선생님이 해주었던 일들이 모두 사랑이란 걸 알려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이때까지 센터장님이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못했구나. 사랑한다, 아이야."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영상 속 한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가난한 동네에서 미용실을 하며 근근이 먹고사는 집 아들로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는 중학생이 되자 이렇게 말했다.
"센터장님, 저 이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그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센터장님한테 꼭 말해 줘.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그 후 소년은 정말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중 3이 되자 소년이 말했다.
"센터장님, 저 자전거 타고 싶어요."
강사님은 그 아이를 위해 자전거를 사주셨다. 건강을 목표로 한 것이었으므로 실내에서 탈 수 있는 좋은 자전거로. 같이 일하시는 선생님들께 아무래도 오래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지만 강사님은 소년에게 오랜만에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며 바로 사주셨다. 그러나 소년은 3일 정도밖에 타지 않았다.
소년이 고등학생이 되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센터장님, 저 운동하고 싶어요. 운동 기구 사 주세요."
선생님들은 지난번 실내 자전거 이야기를 하며 또 반대하셨다. 그러나 강사님은 소년을 위해 실내 운동기구를 종류별로 잔뜩 사주셨다. 이번에 소년은 약 2주일가량 운동을 했다고 한다.
얼마가 또 지나자 소년이 다시 강사님을 찾아왔다.
"센터장님, 저 엄마처럼 미용기술 배우고 싶어요."
"그래, 미용 기술 배우자!"
강사님은 아이를 데리고 가서 미용 학원에 등록시켜 주고, 필요한 도구들을 장만해주셨다.
어떻게 되었을까?
소년은 며칠 만에 끝내지 않았고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고 한다!
위 영상에 나오는 노래로 경주에서 열린 지역 대회, 안동에서 개최된 축제에 참가해 드림아이 중창단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다양한 곳에 초청받아 공연하면서 아이들은 자기 문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또 아동학대를 당하는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키웠다. 아이들의 노래, 강사님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만든 1집, SBS 방송 이후 참여 의사를 밝힌 여러연예인들과 함께 제작한 2집이 세상에 나왔다.
아이들은 아직도 쓰러져가는 집, 부모님이 싸우는 가정, 버려진 채로 혼자 사는 상태로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수익금을 자신들처럼 어려운 처지에서 아동학대를 당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굿즈도 만들어 팔자고 했다.
강의가 끝난 뒤 당장 경주로 달려가고 싶어 졌다. 거리가 가까우면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다.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제작한 굿즈를 풀세트로 구입했다.
아동 학대를 당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자 2집 타이틀 주제곡의 제목인 '지켜줄게, 너를'이 프린트된 에코백을 열어보았다. 조그마한 박스 안에 하얀 머그컵이 들어있었다. 예쁜 로고가 박힌 무광컵이었다. 컵만 따로 하나 더 사고 싶을 정도로 디자인이 고급지다. 그리고 A4 사이즈의 상장 같은 것도 있었다. 이것은 아동학대를 좌시하지 않고, 피해를 당하는 아동을 지키겠다 서명하는 서약서이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발표한 2집 CD가 있었다. 가사뿐 아니라, 각 노래마다 어떤 배경으로 제작되었는지 꼼꼼히 적어놓은 고운 설명집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반짝이는 투명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4개의 배지도 보였다.
'어둠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선물하자'라는 꿈, 얼마 전부터 내가 꾸기 시작한 그 꿈을 아이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2007년부터 자신의 모든 시간과 물질을 털어 지역의 아이들을 섬겨오신 강사님과 그 아내분의 사랑이 그 원천이다.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위 3명의 아이들의 에피소드를 소개한 이유는, 내가 어둠의 터널을 지날 때 내가 했던 말을 그 아이들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속상하고 아픈 말이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일을 아이들이 겪고 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센터에서 돌봄과 지원을 받으며 고통을 잘 지나왔고 지금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 충만해지자 아이들은 이웃 사랑하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강사 송경호 센터장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캠페인 일환으로 유튜브 채널 <선한오지랖>을 운영중이다. 아래의 링크를 타고 가면 선한오지랖의 영상을 볼 수 있고, 특별히 이 영상 아래쪽에는 굿즈를 주문할 수 있는 연락처도 찾을 수 있다.(판매를 도와주고 싶은데 딱 안 나와서 30분 넘게 폭풍 검색함;;;)
세미나 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장 경주로 달려갈 수 없다면 지금 사는 이 지역의 아동센터를 찾아볼까? 정기후원을 해볼까? 필기만 끝내 놓고 실기를 남겨둔 사회복지사 과정을 끝내고 자격증을 취득해볼까? 지금 돌봄으로 섬기는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빌려와서 읽어줄까?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세미나를 통해 내가 느낀 감동, 그들 가운데 가득한 사랑함과 용납함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꼭 아동 학대만이 아니더라도 손길이 필요한 많은 곳들 중 하나가 떠오른다면 그곳으로 달려가 보는 용기가 생기길 바란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 중 이웃과 함께 나누면 더욱 풍성해질 것들을 떠올리고 퍼 나르다 보면 오히려 자기 마음속에 풍족한 만족감이 차오르는 걸 느끼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