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바람이 분다. 헉헉 거리며 언덕에 있는 근처카페에 들어갔다.
커피 머신의 퀴잉 소리, 사람들의 대화, 귀에 거슬리는 음악소리에 정신이 사납다.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글의 개요를 짜 놓고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다른 걸 해보려고 책을 꺼내 읽어보지만 역시나 눈에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피곤해진 모양이다.
무선 이어폰을 장착하고 듣고 있던 음악을 재생한다.
Mozart: Piano Sonata No.16 In C Major K.545 - II. Andate(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다장조 - 2악장)
눈을 감고 오로지 소리를 듣는 것에만 에너지를 사용한다. 오른쪽 귀에 들려오는 높은 음의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소리, 악기 안과 밖의 공기를 울리는 음악소리, 차가운 음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따뜻한 느낌의 선율, 빨라지려다 느려지고 졸릴 때쯤 적절히 배치된 3박자의 '띵-'소리를 쫓아다니다 보니 기분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서서히 왼쪽 귀에 낮은음들이 들려오자 머릿속이 피아노 한대로 가득 찬다. 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생각들이 흘러가도록 자유를 주었다.
이 곡은 어떤 공간에서 녹음되었을까
연주자는 어떤 옷을 입고 있었을까
손가락의 모양과 크기는 어떨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나이는 몇이나 되었을까
피아노 연주만으로 완성된 곡일까, 후에 보정작업이 있었을까
눈앞에 그려지는 그랜드 피아노.
건반 위로만 떨어지는 한 줄기 조명.
피아노 뒤쪽에서 방음문이 열리고
소매가 짧은 여름용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들어온다.
화장기 없는 얼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갈색 머리를 한 여인은
의자를 꺼내 천천히 앉아 눈을 감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내 쪽을 향해 고개를 까딱 신호를 보낸다.
준비가 다 되었다는 방송실의 안내가 흘러나오자
건반 위에 손을 살짝 올리고 여인은 숨을 멈춘다.
오로지 이 곡의 녹음만을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이 스친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춤을 추듯 움직이는 손가락과 함께
그의 몸도 함께 선율을 타고 흘러간다.
길지 않게 다듬은 손톱, 손끝으로
하얀색 건반 위에 퉁퉁 소리를 내며
손이 위아래로 춤춘다.
아주 느리지 않게
아주 빠르지도 않게
너무 크지 않고
너무 작지도 않게
흘러가듯 멈추고
정지한 듯 춤추는
연주가 가득 차 오르자 내 안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소리, 시선에 분산되던 에너지가 나를 향해 모여든다.
혼란스런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가 찾아온다.
바로 지금 평화 되찾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