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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음에 대하여

by 김효주

가끔 아무 일도 하기 싫을 때가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목록화되어 목을 조르듯 압박해 오는 조직사회 안에선 좀처럼 여유를 맛보기 힘들다. 그러나 결혼 후, 100% 전업주부로 몇 년 살아보아도 여전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은 자주 일어났다.


대체 뭘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건!?



누군가 시키는 일이 싫다


일터, 가정, 학교 등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에는 함께 지내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직장에서는 담당 업무, 집에서는 집안일, 학교에서는 학업. 마음도 편하고 건강도 좋다면 시키는 일을 하는 게 크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심신이 지치고 관계가 복잡하게 꼬인다면 어느 곳에서나 부담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럴 때,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편해지고 싶다. 그럴 땐 다른 이가 내게 기대하는 일들을 하기 싫어지고 만다.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을 그만하고 싶다


대학원 방학이다. 기말과제를 제출한 후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황금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내게도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마음이 찾아온다. 하도 희한해서 대체 이건 무슨 일이지? 돌아보았다. 여유시간이 있다 보니 취미로 이런저런 것들을 건드려보았는데 호기심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그만하고 싶어졌다. 그런데도 한 번 시작한 거 좀 오래 해보고 싶어서 추진하다 보면 다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을 마주하게 되었다. 직장 스트레스, 관계의 문제가 없는 가정에서도 여전히 '아무 일도 하기 싫은 나'를 발견하고 첨에는 좀 놀랐다. 그래서 곰곰이 따져보니 그건 '억지로 하고 있는, 내려놓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들을 계속해야만 할 것 같은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피곤해서 좀 쉬고 싶다


가끔은 몸과 맘이 힘들다. 사소한 일에 감정이 많이 상하기도 하고, 맘대로 안 되는 일을 만나면 건강이 나빠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뭔가 재미난 것을 시작하는 것은 가능한데 지속하는 힘이 금방 바닥난다. 예전엔 최소 2개월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요새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김이 빠지는 상태. 이상기후 때문인지, 면역력 저하로 인한 것인지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고, 운동과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기인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을 더 자주 느낀 것 같다. 심신의 약화는 늘 피로감을 몰고 온다. 뭘 하든 더 빨리 지치고 늘 피곤하니까. 이럴 때 느끼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은 아마도 '쉬고 싶다'인가 보다.





열정 넘칠 때 누군가에게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는 말을 들으면, 대체 왜 그럴까 궁금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더 신나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많아진 나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을 느끼는 걸 보면서 퍽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살다 보면 기쁨으로 달려갈 때가 있고, 멈춰서 충분히 쉬어야 하는 시기가 있는 것일까? 나이와 상관없이 뜨거운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도 심각하게 우울한 사람들도 보인다. 이제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면 그건 '우선멈춤'의 표시로 받아들여야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진심 아무 일도 하기 싫다는 건 아니니까.

다시 일어날 꿈을 꾸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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