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 나오미입니다. 날이 흐리면 뜨거운 국물이나 기름기 지글지글한 빈대떡이 생각나는데요. 그런 날이면 꼭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이제 그만 곱씹고 싶은 사람이라 별로 반갑지 않은 이들이요. 분명 꽁꽁 싸매어 마음속 창고에 잘 보관해 둔 것 같은데 기분이 다운되면 봉인해 둔 부분이 약해지면서 팍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 누군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 같다니까요.
떠올리면 꿀꿀해져 빨리 털어버리고 싶은 그런 사람들. 이제는 더 이상 만나지 않지만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도 않은 그런 이들에게 왜 저는 질질 끌려다녔을까요? 오랜 시간 고민하던 저는 우울증 연구를 하던 차에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와 만나게 되었어요. 어쩜 이렇게 용기가 넘치는 제목이 다 있지? 하며 책을 빼들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서점 바닥에 앉아 바로 읽기 시작했어요.
까칠하게 사는 건 대체 뭘까?
분명히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다른 뭔가 있을 거야.
그리고 내가 왜 까칠해도 되는지 알려주겠지?
저자 양창순 선생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전문의이시며 의학박사이십니다.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서양의 정신의학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명리학과 주역을 공부하고, 주역과 정신의학을 접목한 연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며 많은 환자들이 불필요한 감정들에 휘둘리며 자신의 잠재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정신적 성숙과 변화는 과거의 상처에 발목 잡혀 있던 자신의 특성과 역량들을 찾아내어 제대로 발휘할 때 생겨난다’라는 문장에서 저자가 왜 이 책을 썼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왜 고민하는 게 편할까>라는 카토 다이조 교수의 책에도 같은 내용이 나오는데요.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성장의지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이 바람직한 성장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 즉, 불안, 우울, 좌절, 분노, 피해의식 들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긴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먼저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불안이 있음을 말합니다. 자기 신뢰가 부족하면 미래의 성공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렵고 과거의 후회에 발목을 잡히게 되는 거죠. 다음으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민이 있는데요. 자기에 대한 믿음이 약하기 때문에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가지지 못해 타인을 통해 자신이 괜찮은 사람임을 확인받으려는 경향이 생긴다고 해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자기혐오에 빠지기 쉽고 이후에는 번아웃이나 우울증이 왔을 때 그것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보니 정말 우울증이란 발목에 무거운 쇠고랑을 찬 채 물에 던져진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첫째, 저자는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 말합니다. 건강한 까칠함을 장착하기 위해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알아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대해주길 원하는지 명확하고 간결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스스로가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제가 호불호가 강하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만큼 자신을 잘 돌봐주지 못했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책을 읽은 후로는 자신에게 맘에 안 드는 부분만 보려고 하지 말고 내가 잘하는 것,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작은 것이지만 즐거운 것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했고 조금씩 저와의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답니다.
둘째,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가진 독특한 관계 패턴 중 인간관계를 어렵게 하는 몇 가지 유형을 소개합니다. 타인의 반응에 맞춰 사는 순응형, 사회생활이 불편한 회피형, 작은 것도 혼자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장애형, 남을 위해 온갖 희생 다 했다 자부하지만 그 믿음에 배신당해 상처만 남는 오지랖형, 단지 솔직한 것뿐이라며 자신이 느낀 모든 것을 참지 못하고 입으로 뱉는 분노조절장애형, 타인들이 자기 기준에 차지 않으면 공격적 반응을 보이는 자기 우월형,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삶을 차갑게 바라보는 냉담형, 언제나 옳은 방식이 있다 주장하는 당위형 등이 그 예죠.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인지 점검해 봤어요. 분노조절 장애형이나 자기 우월형들이 많았고 당위형도 있더라고요. 하.. 그들은 왜 저런 사람이 되었을까. 그들의 특성이 나 외에도 다른 사람을 괴롭힐 수 있구나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까칠하게 살 이유는 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다음 챕터 ‘상처받은 사람은 많은데 상처 준 사람은 없는 이유’를 읽어보았어요. 저자는 관계 문제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떤 유형인지 살펴보았어요. 순응하는 척하는 회피형에 약간의 오지랖, 거기다 당위형을 마음에 품고 사는 인간이었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크게 화가 나거나 힘든 것이 드러나지 않지만 제 속은 늘 부글부글 끓고 있었어요.
‘이건 이렇게 해야지. 저건 저렇게 하면 안 되지.’
‘하.. 내가 이러니까 저 사람을 피하지!’
‘저기 길 앞쪽에 처음 본 사람이 힘든 것 같은데 도와줄까?’
등의 생각들이 넘치도록 마음속에 가득했음을 바라보았습니다.
돌아보니 그 누구도 아닌 제가 저를 힘들게 하는 당사자더라고요. 늘 남탓이라 여기며 너무도 쉽게 간과했던 가장 큰 적, 나 자신. 저자 역시 겉으로는 까칠해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늘 전전긍긍하던 시절을 고백하며 정말 건강한 까칠함을 시전하겠다는 의지로 책의 제목을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라 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까칠함’이 무엇인지 한번 들어볼까요?
내게 ‘까칠함’이란 내면의 적이나 외부의 적으로부터 나 자신을 적절하게 보호하는 방법의 하나다. 자기비판이나 자기 회의가 몰아칠 때는 “아니,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어”라는 자기 보호와 더불어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라고나 할까? 다른 말로 하면 삶의 중심을 잘 잡아서 흔들려도 바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탄력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중>
음악이나 향기는 기억을 부르죠. 제게는 책이 그렇습니다. 처음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게 되었을 때 겪던 일들이 이번 큐레이션을 위해 다시 책을 열자 그대로 떠올랐답니다. 약속을 해놓고 다 어기는 친구, 자기 맘대로 부하 직원을 휘두르려던 관리자들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였는데요. 오히려 그들 덕분에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이 들어 이제는 놓아줘야지 싶더라고요.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스스로를 알아가면서 우울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거든요.
관계로 인해 마음이 무거우신가요?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이제는 그만하고 싶으신가요? 그런 분들께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추천합니다. 작년 개정판이 나오면서 ‘7가지 건강한 까칠함의 기술’이라는 부분이 새롭게 수록되었는데요. 이론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까칠하게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자존감의 핵심은 나를 끊임없이 수용하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여러분은 자신에게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연약하고 부족하며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조차 그런 나를 용납할 수 없다면 누가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요?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와 함께 자신과 마주 앉아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좋은 관계를 시작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 사서 나오미였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평안한 시간 보내세요.
나오미의 목소리로 들어보세요! 나오미의 오디오클립 북큐레이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