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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ftable Sep 06. 2024

삶과 죽음은 이어질 수 있을까

호랑지빠귀 우는 고양이의 계절 - 김영석

“평온해진 수면 위로 가을 풍경이 비췄지만 연못 속은 여전히 고양이의 계절이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단편집의 매력이란, 가벼우면서도 깊은 여운이 남는 점인 것 같다. 짧지만 그 안에 내포된 은유적 표현들이 스스로 이야기의 뒷내용을 감히 상상하게 만든다. 이 7편의 단편소설에서 특히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그런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고, 삶과 죽음의 관계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죽음에 대해 다루는 단편에서 모든 죽음은 완벽하게 3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죽음이고, 그 죽음 앞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 않았다. 그 연인, 가족, 친구의 죽음에서 주인공들은 허무함을 느끼는가 싶으면서도, 결국 죽음을 통해 곧바로 자신의 앞으로의 삶을 마주한다. 


죽음이 머무는 곳에 필연적으로 삶도 머문다. 나의 삶은, 내가 살았던 여름이란 계절은 내가 죽는 것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여름이 온다면, 나는 죽어있지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줘서 가능한 비유적 표현일 수도 있고, 삶과 죽음이 ON과 OFF의 관계가 아닌, 삶에서 죽음으로 환승한다는 뜻에서 나온 생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죽음을 통해 삶을 마주하고, 나를 막는 장해물을 통해 도약할 힘을 얻게 해 준다. 이토록 짧은 소설에서 다양한 동전의 뒷면을 보고 새로운 자아를 깨우치게 된다니, 뜻깊은 경험이 아닐 수 없겠다.

호랑지빠귀 우는 고양이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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