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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ftable Aug 26. 2024

페스트, 인생은 어디에나 있다.

페스트 - 알베르 카뮈

"... 페스트가 대체 무엇입니까? 그게 바로 인생이에요. 그뿐이죠."


흑사병이 휩쓸고 지나간 검은 역사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는, 그 자세한 참상을 알 수 없었다. 코로나를 수년간 겪어온 우리는 이제, 그 무서움을 아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드는 생각은, 지금과 같은 의료시설의 발달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은 어떻게 희망을 품을 수 있었을까? 애초에 “희망” 이란 뭘까?


소설은 페스트가 퍼지고 폐쇄된 도시에서 그들이 페스트와 맞서 싸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연히 취재를 위해 도시에 왔다가 돌연 도시에 갇히게 된 기자는 도망치려 하고, 교회의 목사는 신의 명령에 충실하라고 설교를 하며, 의사는 자신이 당장 해야 할 일을 한다. 세 사람 모두 다른 길을 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길로 모이게 된다. 도망치려던 기자는 탈출 전날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 설교하던 목사는, 병실에서 어린아이의 고통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어린애들마저도 주리를 틀도록 창조해 놓은 세상이라면 나는 죽어도 거부하겠습니다.”


모든 인물들이 결국 한 윤리관으로 모이게 되었다. 세상이란 부조리함에, 페스트라는 부조리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정열. 언제 자신이 죽을지 모르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결국 세상이나 페스트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사형선고라는 기반 위에 서 있으니, 그것과 투쟁함으로써 살인 행위와 싸우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페스트(세상)와 싸우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삶에 대한 열정, 욕심이다. 그리고 그 열정과 욕심 속에서, 우리 일상은 의미를 이유를 갖게 된다. 사랑하는 친구, 연인, 그리고 가족. 내가 좋아하는 일, 취미활동, 매일 즐기는 순간의 여가, 우리의 허황된 일상.


"나는 영웅주의를 믿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이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은 살인적인 것임을 배웠습니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 살고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 죽는 일입니다."


그들은 페스트를 이겨냈지만, 페스트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안일하게 페스트를 생각에서 지운다면, 우리의 인생을 가볍게 여겨 생각하길 포기한다면, 우리의 행동과 말에서 그 균은 피어날 것이고 악취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옮겨 붙을 것이다. 나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생명의 태어남과 죽음이 반복되는 것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여겨야 한다.


“이 판은 재미가 없어요.” 하고 랑베르가 말했다. “게다가 오늘은 벌써 열 번이나 들었으니 말이에요.”

“그렇게 그 곡이 좋으세요?”

“아닙니다. 이것밖에 가진 게 없어서요.”

그리고 잠시 후에 말했다.

“자꾸 다시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라니까요.”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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