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위 오운 더 나잇>(2007)
장르영화의 몇몇 특징들은 관객몰이에 매우 효과적이다. 규칙적이고 관습적인 내러티브와 화면 구성은 그것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정서적인 만족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영화제작자들로부터 반복적인 생산과 소비를 이끌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친숙한 의미 체계 속에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We Own The Night>(2007)은 자연스럽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1972)와 연결된다. 가족, 갱단, 밤, 가족의 사망과 복수, 가업 승계 같은 익숙한 갱스터(마피아) 액션 영화 기호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갈등 상황에 놓인 바비가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 대규모로 마약을 유통하려는 러시아 마피아는 바비가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클럽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같은 시기 뉴욕 경찰은 마약과 범죄를 대상으로 전면전을 선포하고, 경찰인 바비의 아버지와 형이 바비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이후 카메라는 가족과 마피아의 대치를 보여주고 그 가운데서 갈등하는 바비의 뒤를 쫓아간다. 결국 바비는 아버지를 살해한 마피아에게 복수를 하고, 아버지와 형의 뒤를 이어 경찰 제복을 입게 된다. <대부>의 마이클이 선택한 것이 마피아라는 것을 제외하고 굉장히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대부>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차치하고) 친숙하게 영화를 따라 갈 수 있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여기에 대립항을 배치해 <대부>가 보여준 범죄액션장르의 문법을 변주하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갱스터 액션 영화를 보여준다.
바비는 어떤 이유에선지 가족을 떠나 클럽 사람들과 더 가깝게 지내고 있다. 마약과 술로 함께하는 클럽 식구들은 바비에게 가족의 대체제로 존재한다. 잔소리하는 경찰서장 아버지는 바비를 믿고 지지하는 클럽 사장 부즈하예프가 대신하고 있다. 바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형 조셉은 곁에서 많은 일을 도와주는 친구 점보로 바뀌었고, 혈연가족에서 부재한 어머니의 자리는 모든 것을 포용해 주는 여자친구 아마다가 채워주고 있다. 마피아와 경찰의 대결로 보이는 갈등상황은 실제로 바비에게는 유사가족과 진짜가족 사이의 갈등이었던 것이다.
영화 초반에 유사가족과 더 가까워보이던 바비는 끝내 진짜가족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유사가족과의 이별을 경험한다. 아마다는 혼자 모든 걸 결정하는 바비에게 질려 떠나버렸고, 점보는 러시아마피아에게 바비의 위치를 알려줘 그를 배신한다. 집을 떠난 탕아는 둘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고, 고통스러운 길을 걸어서야 옛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고통의 길에서 바비는 클럽에서 사용했던 ‘그린’이라는 성을 버린다. ‘그린’은 현실에 없는 어머니의 성으로, 진짜 가족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도구였다. 심지어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해 임시 경찰로 활동하며 선서를 할 때도 사용했던 성이었지만 바비는 경찰학교 졸업식에서 ‘그루진스키’를 ‘Family name’으로 사용한다. <대부>의 마이클이 가업인 마피아를 이어가는 것처럼, 바비 역시 혈연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이다. ‘가족과 마피아’가 ‘가족과 경찰’로 변주되는 모습에 장르영화 관객들은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변주는 관객들에게 감동적인 마무리가 되지 못한다. 바비가 가족에게 돌아가는 과정, 그러니까 바비의 심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형과 크게 싸웠던 바비가 형의 총상 소식에 격렬한 감정을 표현할 때, 모텔 방에서 갑자기 경찰 시험지를 꺼낼 때 설명을 듣지 못한 관객은 머리 속에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다. 어쩌면 바비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도 그는 ‘그린’이란 성을 사용하며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 흔들리는 카메라와 숄더클로즈업으로 바비의 감정을 받아들였던 관객들은 되려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 제목인 "We Own The Night"은 1980년대 뉴욕 경찰 범죄 전담팀의 강력한 범죄 척결 의지의 모토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감독은 남자들의 거칠고 드라마틱한 강력함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장르적 쾌감에 다양한 양념을 넣어보려던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설득 없이 튀어나가는 이야기 덕에 바비가 떠난 뉴욕 밤거리에는 관객만 남게 되었다.
-17.03.04
<위 오운 더 나잇> (2007)
감독: 제임스 그레이
주연: 호아킨 피닉스, 마크 월버그
덧) 오는 4월 6일 개봉하는 <패트리어트 데이> 에서 마크 월버그가 경찰로 등장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거친 장르일 까봐 무척 놀랐다.
덧) 제임스 그레이의 전작들을 보면 영화를 새롭게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전작들이 영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영화는 억지로 보는 것이 아니니까, 언젠가 그의 영화가 끌리는 날까지 기다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