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벌레

파란 이해, 시1

by soft pado

<흰 벌레>


흰 벌레가 하얀 눈밭을 긴다


매번 죽을 듯이 온몸이 시려도

이미 사라진 듯 보여도


얼어붙은 껍데기를 등에 진 채

오랫동안 굳어버린 티끌을 떼어낸다


흰 벌레는

살아야지 살아야지


빛의 소나기가 쏟아질 때면

팔다리를 힘껏 벌려 생명을 받는다


빛과 함께 눈 속에 잠긴 흰 벌레는

더욱 선명히 하얘져 가고


아무도 모르게 뛰는 가슴

솟아오르는 얼굴을 숨기며


깊고 긴 춤을

흩날리는 숨을

가까워지는 하늘 위로 올려야지


눈 속의 자그마한 숨구멍

살갗을 덮는 추위에도

여기 녹아가는 숨이 있어


흰 벌레는 입김을 개며

몸을 웅크린다


그렇게 작은 생명이

하얀빛으로

영원히 영원히


무한한 만남을 위해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