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노릇을 자청하니 초보다 / 액자노릇하려고 창업하는 사람들
초보자는 해당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없다는 걸 뜻한다. 아는 게 없으니 상대의 말을 다 믿는 수밖에 없다. 시비도 알아야 한다. 시시비비도 내가 뭔가를 안다는 전제여야 싸움이 된다. 아는 정도의 크기 격차가 크면 차라리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더 낫다. 그럼 싸우려고 시작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전문가인 나에게 초보자는 좋을까? 쉬울까? 수월할까?
그릇의 종류가 뭐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식당 그릇은 무조건 흰 게 좋은 줄 아는 초보는 가르쳐야 할 게 많아서 불편하다. 상권분석을 일일이 설명해서 납득 시켜야 하는 초보는 정말 피곤하다. 상권이 더는 식당경영에서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시키려면 3박4일이 걸리니 힘들다. 그래서 나는 생초보는 기피 할 대상 1순위다. 나에게 돈벌이로는 좋은 먹이?지만, 나는 돈벌레가 아니라서 초보창업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나는 식당공부를 시킨다. 당하지 말라고. 당하면 마음도 아프고 금전적 손실 또한 크니까 공짜보다 유료로 공부를 하라고 한다. 그 공부가 싫고, 그 공부값이 아깝다면 나는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
반대로 초보창업자를 주로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만 모아서 돈벌이를 하려는 체인본사나 창업컨설턴트들이 바로 그들이다. 권리금이 정확히 뭔지, 월세는 얼마가 적당한지, 임대차 계약기간은 긴 게 좋은지 짧은 게 좋은지도 모르는 창업준비자들이 좋은 대상이다. 투자 수익률 쯤이야 대충 둘러대도 넘어오는 그런 사람들이 바로 먹이다. 나중에 발뺌할 근거들이 계약서에 적혀 있어도 읽고도 뜻을 모르는 그런 순진한 창업준비자들이야말로 파티의 재료다. 초보를 모아서 요리가 아니라, 조리하면 그뿐이다. 아무렇게나 섞고 뒤적여도 대충 음식이 되는 재료로 사용할 뿐이다.
신축 상가 5천에 300짜리 가게를 2년 계약했다. 부동산이 임차인이 쌩초보라는 것을 알고는 300만원이면 될 정상 중계료를 2년이라고 600을 달라는 꼴도 봤었다. 따끔하게 구청에 고발로 코를 눌렀는데, 세상이 그렇다. 어떤 상황이건 간에 초보는 세상의 밥이다.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다. 거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알면 덜 당한다. 알고도 당한 건 어쩔 수 없다. 알면서도 당할 땐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일 때도 있다. 하지만, 몰라서 당한 건 억울하다. 내가 알려고 하지 않아서 당할 땐 타격이 배가 된다. 오로지 초보라는 이유로 당한걸 나중에 깨달았을 땐 멘탈마저 무너질지 모른다.
지난 가을, 이사를 할 때 이사 박사가 될 것처럼 포장이사를 공부했다. 나중엔 나도 포장이사 견적을 낼 정도로 빠삭하게 공부를 했고, 이사 후 내 돈으로 도배를 할 생각이라 도배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정도의 공부로는 매일 그걸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요령껏 대응할 수 있었고 그나마 몰라서 당하는 비용값을 덜 치룰 수 있었다.
이미 장사를 수년 넘긴 선배의 식당에서 일을 해보는 거다. 혹여, 나이가 많다고 거절한다면, 무보수를 제안이라도 해야 한다. 심지어 자신이 배우는 값을 치룰 테니 식당 일을 꼭 경험하게 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게 초보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초보에게는 두 가지의 경험이 필요하다. 손님으로서 알던 식당의 고생을 직접 겪어보는 것이고, 주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한 것이다. 그 과정 없이 덥석 식당을 차리면 사소한 일 처리도 감당하지 못한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만이 살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때부터 초보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요새는 유투브를 열면 원하는 강의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그것도 무료다. 그들은 보기에 최고의 전문가처럼 보이고, 듣기에 진정한 전문가처럼 설득된다. 많은 영상을 볼수록 익숙함에 나를 구원해 줄 키를 가진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 바로 그 점을 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짜로 익숙해진 관심 혹은 인연에 허를 찔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유투브 영상 주인공과 혼자 친구가 된거 뿐이고, 혼자 그 사람의 환상에 흔들렸을 뿐이다. 그걸 현실로 착각하고 다가가면, 아주 간단한 먹이가 된다는 것을 본인만 모른다.
유능한 부동산업자일수록 매물을 많이 보여준다. 그들은 유독 과한 매물을 웃으면서 안내한다. 미안하다 싶을 만큼 수많은 매물을 열심히 성실한 얼굴로 보여준다. 그 미안함에 쫒겨 마음에도 들지 않는 매물을 계약하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를 하지만, 계약서에 날인을 한 순간 물은 담을 수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를 좋아하는 초보자들이 있을 뿐이다. 공짜로 얻었다고 이득을 봤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초짜들이 많을 뿐이다. 그들은 바로 그 점을 노린다. 거기에 말끝마다 “초보자를 위한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한다”고 말하는 얼굴이 젊고 미남이라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입만 열면 프랜차이즈 본사를 욕해 놓고, 그런 자기가 엄선한 본사니 믿고 계약을 하라고 한다. 부동산과 짜고 권리금 장난을 치는 것도 그 성실한 얼굴이다. 인테리어나 주방업체에게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서 부풀린 견적을 투명하니까 믿으라는 말도 달콤한 표정이니 당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에서 공짜로 책을 빌리고, 공짜 강의를 찾아다닌다. 투자는커녕 돈을 쓰는 것에 인색하다. 그렇다고 아끼고 움켜쥔 돈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크게 한방에 털어 넣는다. 책은 사서 읽어야 하고, 되도록 시크릿한 유료강의를 선택해야 한다. 모두가 다 듣는 공짜 이야기?가 아닌, 투자에 적극적인 몇몇을 위한 정보!의 질이 같을 리 없다. 가벼운 투자조차 아까우면 초보의 티는 절대 벗을 수 없다. 식당을 10년 했다고 음식 고수일까? 20년 했다고 장사 전문가일까? 거리에 나가보자. 작은 식당만 2~30년씩 하는 주인들이 수두룩하다. 어찌어찌 먹고는 살았는데 대신 집 한 채는 날렸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초보와 일상 경험의 시간은 비례하지 않는다. 경쟁자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실천이 다르지 않으면 식당 10년을 넘겨도 초보다. 그만한 시간을 경험했어도 오직 일상의 경험뿐이니 꾼들에게 당하기 좋은 먹이감이다.
나는 초보자가 반갑지 않다. 물론, 초보가 좋을 때도 있었다. 나 역시도 돈이 급할 땐 그랬다. 그러나 초보덕에 컨설팅 실적이 남지 않았다. 일한 결과물이 없이 그저 당장의 돈벌이만 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그 후, 초보를 멀리했고 그 결과 승률이 8할이 되었다. 만나자는 청에 쉽게 만나주는 상대는 위험하다. 내가 만만해 보여서 만나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돈을 빼먹기 코풀 듯 쉬워서 허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