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만든 음식이 맛있는 이유
윤식당과 강식당을 재밌게 봤었다. 요즘은 서진이네2를 방송중이다. 언제나처럼 연예인들이 만든 음식을 감탄사를 날리며 먹는 건, 외국인의 입맛이라서일까? 방송용 멘트일까?
아니다. 화면으로 보는 윤식당의 음식은 정갈하고, 강식당의 음식은 푸짐하고, 서진이네 음식은 산뜻하다. 연예인들도 해내는 걸, 정작 생업을 걸고 뛰어든 자영업자들은 그렇지 못하니 맘이 안타깝다. 유독 음식에 재주가 뛰어난 연예인들이라서 맛있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제일 먼저가 메뉴의 선택이다. 그런데 사실상 그 메뉴 선택은 시청률 성공하곤 무관하다. 대단히 특별한, 이색적인, 신기한 메뉴를 선보인 연예인식당은 그간 없었다. 중요한 건, 연예인들이 + 연예인들도 음식을 배웠다는 점이다. 최고의 전문가에게 배웠고, 여러 날의 연습을 통해 배워냈다. 그런데 현실의 자영업자는 최고인 선생에게 배우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하루 이틀 배운 게 전부인 실력으로 식당을 연다. 게다가 그 정도의 시간조차 배우지 않고 독학으로 만든 음식으로 창업하는 사람도 열에 3~4할이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주변의 경쟁자들을 탐문도 안 하고 차리거나, 차린 후에는 같은 메뉴를 파는 집을 1년에 한번도 가지 않는 경우도 열에 반이 넘는다. 그렇게 식당을 차리고서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시간이 돈인 연예인들도 음식 배우는 연습에 여러 날을 투자한다. 그러고도 걱정이 되어 잠을 뒤척인다. 그 사람들은 식당이 잘되지 않아도 그만이다. 시청률만 나오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걱정을 하는데, 한 가족의 전부가 걸린 음식을 오전 반나절 쓱 배우고 저녁부터 파는 사람도 봤고, 이틀이 지겹다고 절반은 직원에게 배우라고 요령을 핀 주인도 봤었다. 당연히 그들은 실패했다. 그런 사람은 성공하면 안된다.
음식 만드는 과정도 방송에 나가야 할 영상이라서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연예인식당은 테이블이 적다. 많아야 10개쯤이다. 대체로는 6~7개가 전부다. 따라서 손님이 많아봤자다. 서진이네의 주인공들도 5명이다. 주방과 홀로 구분되어 있지만, 바쁠 땐 섞여서 시간을 헤쳐 나간다. 강식당도 5명쯤이었다. 각자 주어진 메뉴만 만들면 되었다. 이것저것이 아니라 피자 담당자, 김밥 담당자, 비빔밥 담당자가 있었다. 윤식당에서 윤여정이 그나마 이것저것을 만들었던 거 같다.
연예인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메뉴만 만드는데 현실의 주인들은 혼자서 열가지가 넘는 메뉴를 만든다. 그러나 누가 그렇게 많은 메뉴를 만들어 팔라고 하진 않았다.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스스로 열가지가 넘는 메뉴를 촘촘히 배치한 결과다. 연예인식당은 몰려들지 않는다. 원할한 촬영을 위해 텀을 두고 입장을 한다. 사실 몰려봤자 6~7팀이다. 그러나 현실은 12시가 피크다. 같은 시간대에 밥을 먹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그때만이라도 내 식당에 손님을 더 채워야 한다. 채우지 못하면 빼앗겼다는 뜻이다. 좁아도 테이블을 끼워 늘려야 하고, 서넛이 통일하지 않을 메뉴를 감안해 골고루 파는 걸 결정한다. 모두가 같이 먹은 점심시간에 손님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골목 모든 식당이 비슷한 메뉴를 판다. 삼겹살집도 점심에 김치찌개, 부대찌개를 팔고, 동태탕집도 된장찌개에 비빔밥 그리고 삼겹살을 판다. 간판은 사실 거나마나다. 대표선수만 다를 뿐, 라인업은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이제라도 알아채야 한다. 연예인식당은 매출을 위해 재료를 많이 준비하지 않는다는 걸. 5명의 인건비도 해결되지 못한 매출액이 그저 목표라는 사실을.
메뉴에 집중이 생기면 열가지를 파는 옆집보다 점심이 길어진다는 건, 다 아는 비밀이다. 열가지의 옆집은 1시면 파장분위기다. 잘해야 1시반이면 점심은 끝난다. 정말 손님이 많아야 2시면 끝이다. 하지만, 오직 그거 하나만 파는 집은 평소의 점심도 2시까지고 여차하면 2시에도 줄을 세운다. 손님들은 바보가 아니다. 열가지를 파는 집에서의 김치찌개와 오직 김치찌개 하나만 파는 식당의 김치찌개가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치찌개 한가지만 파는 집이라 바쁜 12시 ~ 1시는 먹을 수 없기에 열가지 파는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었을 뿐이다. 기회가 된다면, 사정이 된다면 1시 이후에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면 일주일에 한번은 눈치를 먹더라도 2시에 점심을 하고 싶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찾아오는 식당을 만들어야 한다. 방송에서는 촬영을 위해 텀을 두고 입장시키듯, 현실의 식당에서는 손님 스스로가 알아서 점심시간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하루 매출이 아무리 잘 나와도 연예인출연료에 비하면 껌이다. 50명 넘게 스탭이 투입되는 총 제작비에 비하면 껌에 껌이다. 그러니 매출액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비연출한 사건이 생기기라도 하면 시청률이 오른다. 위기가 기회가 되는 셈이다. 현실의 식당도 다를 게 없다. 오픈한 날 망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망한 오픈 날에 손님이 5팀이나 와주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달 만에 흑자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석달 만에 소문난 식당이, 6개월만에 줄 서는 꿈을 꾸지 말아야 한다. 이미 망했기 때문에 욕심이란 녀석이 있을 리 없다. 그저 와주는 손님이 천사처럼 보일 뿐이다. 손님이 천사라면 식당은 천국이다. 주인은 지금 천국에 있는 셈이다. 진짜로 망했다면 식당이 아니라 공사판을 전전해야 한다. 진짜로 망한 게 아니라서 식당에 출근할 수 있고, 거래처에 주문을 하고, 다시 식당을 차릴 돈을 어디가서 빌리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서만 망했기 때문에 급한 마음을 누르면 진짜로 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인 줄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할 수 없다. 현실이 그만큼 무섭다는 소리다. 권리금 1억을 준 가게라고 매달 천만원씩 수입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가게 앞 유동량이 시간당 천명씩 다닌다고 내 팔자가 뒤바뀌는 게 아니다. 어디에 차리던 고생이다. 자리가 좋을수록 경쟁자가 많아서 고생이고, 자리가 나쁠수록 유동량이 없어서 고생이다. 그 고생을 피할 방도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가게를 계약함과 동시에 2년간 월세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묘책이 없다. 무조건 2년은 견뎌야 하고, 2년을 버텨야 한다. 그 버팀에서 유연해지려면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6개월은 피박만 면하고, 또 6개월은 3점만 내는 시간으로 승부의 목표를 낮추는거다. 그 정도의 고생도 없이 금세 성공한 케이스도 많지만, 그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남의 일이라고 무시해야 한다. 내가 그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급해지고, 현실에서의 쫒김은 더 무서워진다. 이게 싫다면, 마땅치 않다면 그냥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