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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팔지 않는 브런치카페

살을 내줘야 뼈를 취한다

by 타짜의 클리닉

브런치 카페를 가끔 찾는다.

특히 우리의 점심이 마침 브레이크타임일 때는 거기가 딱이다. 카페는 브레이크타임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는 잘 먹지 않던 파스타여도 먹어야 하고, 커피에 피자도 괜찮다. 그런 브런치카페라면 커피는 팔지 말아야 한다. 브런치를 시켰을 때만 말이다. 커피만 원하는 손님에게는 커피는 팔아도 된다.



집 앞에 작은 중국집이 있다.

20평짜리다. 인테리어도 없고 창 밖에 풍경도 없다. 그냥 식당이다. 거기서 음식을 먹고 나면 커피를 내려준다는 현수막을 여러달 봤었다. 안 주는 것보다야 낫지만, 그걸 준다고 일부러 그 집에 가진 않는다. 이미 오픈을 지난 여름에 했지만 나는 그제 혼자였을 때 처음 가봤고, 커피는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도 맛있는 캡슐커피가 있기에 달콤한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손님들도 커피를 청하지 않는 모습이 더 많았다. 그만한 손님도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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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가는 길에 소소루,라는 브런치카페는

산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끝내준다. 대청호가 보이는 호숫가 바로 앞 팡시온,이라는 브런치카페는 주말엔 갈 엄두를 못낼 정도다. 주차장 규모가 운동장이어도 차를 댈 곳이 없어서다. 계룡에 오후의산책,이라는 브런치카페는 그 둘에 비하면 풍경은 없다. 하지만,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라 운치는 두 곳에 빠지지 않는 곳이다. 그 외에도 여러 곳의 브런치카페를 종종 이용하는데 열에 일곱은 커피는 따로 돈을 받고, 나머지가 할인을 해준다. 음식을 시키면 커피는 반값이거나 오후의산책처럼 3천원을 일괄로 빼준다.



KakaoTalk_20250108_165329806_05.jpg 명란파스타 16,000원


사실 브런치카페의 음식은 대체로 비싼 편이다.

파스타도 15,000원이 넘고, 피자는 한뼘 크기여도 2만원이 넘는다. 카페라서다. 식당이 아니라 카페라 그 정도의 가격 융통성에 손님도 그러려니 한다. 어제는 아내만 점심을 놓쳐서 아내를 위해서 계룡으로 갔다. 명란파스타는 16,000원이었고, 커피는 3천원을 할인 받아서 2천원이었다. 그래서 내가 시킨 추가 커피를 포함해 23,000원을 계산했다. 음식을 시켜도 커피는 별도로 계산해야 하는 다른 카페보다는 나았지만 역시나 아쉬웠다. 3천원을 할인 할 마음을 조금 더 양보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할인을 받았지만 2천원이었다. 파스타전문점도 아닌데 16,000원짜리 파스타를 시킨 손님인데 말이다. 유명한 쉐프가 만든 것도 아닌, 파스타만 20년을 만든 주방도 아닌 곳에서 알바생이 레시피대로 조리한 파스타를 16,000원에 먹는데 커피값으로 2천원을 또 냈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KakaoTalk_20250108_165329806_06.jpg 카페가 근사할수록, 음식에 커피 무료는 파괴력이 쎄다.


“커피는 팔지 않아요. 브런치를 드시면”

분명히 메뉴판에는 커피 가격이 5~6천원이다. 그런데 브런치 메뉴를 고르면 그걸 내지 않아도 마실 수 있다면 브런치는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다. 커피 값을 뺐기 때문이다. 5천원의 핫커피를 돈을 냈다고 치면 명란파스타 가격은 11,000원인 셈이다. 그러나 3천원을 할인해주었기 때문에 파스타와 커피에 치룬 값은 18,000원이다.



나는 거래의 심리를 흔드는 컨설팅에 능한 사람이다.

주인이 얻는 이득과 손님이 잃는 손실의 줄타기에서 서로가 만족하게끔 가격을 만지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그 재주 덕분에 먹고 살았다. 남의 인생까지 역전시켜가면서 나도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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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효과는 브런치카페가 클수록 좋다.

카페의 창너머 풍경이 근사할수록, 인테리어가 뛰어날수록 더 효과가 강하다. 당연히 그걸 위해서만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브런치에 커피는 무료일 때 손님들은 “커피만 마시지 말고 뭐 하나 시켜먹자. 여긴 그게 이득이야”라는 말이 나온다. 커피를 음식값에서 빼는 셈을 손님이 먼저 하는 탓이다. 따라서 이 말은 동네 작은 식당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커피를 공짜로 주어본들 효과가 없는 게 당연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케팅도 적재적소,라는 게 있다. 아무데나 다 통하지 않는다. 대박집에서 베꼈다고 내 식당이 달라지지 않는 게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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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죽어도 공짜로는 주지 못하겠다면

이 정도만이라도 해보자. “브런치를 드시면 동행한 한분까지 커피는 3천원 할인됩니다” 그럼 어제의 우리에게 2만원을 받을 수 있다. 커피는 2천원씩을 받았으니 손해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동행한 한명까지도 할인해주는 브런치카페는 없기에 그정도여도 손님의 마음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브런치카페에서 커피만 마시는 손님만 많은 집과 음식을 먹는 손님이 많은 집의 매출은 상당한 격차가 분명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님의 만족도다.



컨설팅에서 중요한 것은 식당의 매출만이 아니다.

잔꾀로 주인이 이득이게 메뉴판을 고칠 수는 있지만, 손님이 만족해서 제발로 단골을 자처하게끔 해야 하는게 진짜 컨설팅이다. 그러자면 반드시 손님에게도 이득인 셈을 구현해야 한다. 한번은 브런치로 피자를 먹었다. 음료 할인은 1도 없는 집인지라 피자만 먹었다. 커피 2잔에 12,000원을 더 내기는 너무 싫은 날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피자는 참 맛이 없었다. 다시 또 그 곳에서 브런치로 피자를 시킬 맘은 들지 않았다. 자, 이래도 커피를 기어코 팔아야 하겠는가? 그걸 팔아서 커피 이익을 쟁취해야 마땅하겠는가?



KakaoTalk_20250102_185106958_22.jpg 후식을 잘 쓰면, 무조건 이기는 꽃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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