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벌이에 무슨 악착?

악착의 끝은 정나미다.

by 타짜의 클리닉

충분조건은, 악착같이 다 팔지 말 것.

상가주택이 모여 있는 골목의 식당이었다. 월세는 비싸야 150쯤일 것이다. 식당이 식당으로 인수인계된 듯한 노후한 분위기였다. 60대의 부부가 주인이었다. 알바는 따로 없었다. 테이블 11개인 작은 식당에, 어죽을 단촐하게 파니 일손은 그정도면 충분해보였다. 어죽은 죽과 수제비 2가지로 구분해 팔았다. 가격은 둘 다 만원이었고, 도리뱅뱅이는 곁들임으로 1.5만원이었다. 어죽이라서 식사값으로 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경쟁자가 많지 않은 좋은 음식이었다.


KakaoTalk_20250112_130410841_04.jpg 내가 좋아하는 온리원 식당이다. 그러나..



집 바로 건너편에 어죽집이 있음을

이사온 지 1년하고도 3개월 만에 처음 알았다. 어죽을 먹으러 금산이며 공주까지 다녔는데 바로 코 앞에 그걸 파는 식당이 있었다. 하지만, 단골이 될 마음은 없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고, 비싸서도 아니다. 마음씀이 불편해서다. 온리원(하나만 파는) 식당이란 점은 참 좋았지만, 악착같은 문구가 거슬렸다. 1인1식이야 그러려니 한다. 어죽보다 비싼 도리뱅뱅이도 1인1식이 아니라는 문구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3명이 어죽 2개에 도리뱅뱅이를 시키면 35,000원이다. 어죽 2개에 수제비 1개를 시키면 30,000원이니 식당 입장에서는 고마운 손님이다. 그런데 그렇게는 팔지 않는단다. 무조건 인원수대로 죽을 시키고 나야 도리뱅뱅이를 판다는 소리다.



KakaoTalk_20250112_130410841.jpg 하단의 문구를 보고 입맛이 달아났다.


우린 셋이 죽 2개에 수제비를 시켰다.

그리고 막걸리 한병과 도리뱅뱅이를 시켰다. 전화를 걸어 근처에 사는 지인을 불렀는데 주인은 대뜸 새로 온 지인(이미 우리는 음식을 먹는 중)에게 어죽을 시킬거냐고 물었고, 아니라고 하자 한숨을 쉬었다. 마치 그건 우리가 일부러 1명 음식을 덜 시키기 위해서 나중에 부른 것처럼 수작을 한 손님들로 대하는 태도였다. 정말 기분이 나빴다. 60대의 부부가 먹고 살자고 하는 식당에 어쩜 그렇게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안쓰러웠다. 나중에 온 지인은 이미 아침을 먹었기에 마다한 것이고, 앞접시나 수저도 꺼내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입맛이 써서 어죽을 다 비우지도 않았고, 비싼 도리뱅뱅이도 반이나 남겼다.



KakaoTalk_20250112_130410841_02.jpg 3명이 4개를 시켰다. 하지만..



다신 갈 일이 없다.

그렇게 야박한 식당이 가깝다는 이유로 단골집이 되지는 않는다. 그거 안 먹으면 그만이고, 그게 먹고 싶으면 멀어도 차를 몰고 가면 그뿐이다. 세상엔 지천이 식당이다. 꼭 맛집이어야 줄 서는 것은 아니다. 주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식당도 줄을 세운다. 주인이 말 한마디를 이쁘게 건네기만 해도 손님은 줄 서기를 자청한다. 반대로 주인은 주방에 쳐박혀 손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파는 식당은 재방문이 싫다. 주인이 홀에 있지만 손님을 그저 호구로 본다면 그 또한 발길은 끝이다. 4명이 찌개 3인분을 시켰다고 째려보고, 3명이 소짜를 시켰다고 뒤돌아 궁시렁 거리는 식당은 미래가 없다. 찌개를 3인분이나 판 거고, 소짜라도 판 거다. 옆집에 갈 손님이 내 집에 온 거다. 소짜를 둘이 먹는 게 아니라 셋이 먹고 소문을 내줄 기회가 온 것이다. 그만큼 길거리엔 식당이 발에 채인다. 거기서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악착은 금물이다. 절대 손님을 이길 수 없다. 지갑은 손님 것이다. 식당주인이 함부로 꺼내갈 수 없는 남의 지갑이다.



KakaoTalk_20250112_130410841_03.jpg 단골에게 주는 다른 반찬 하나가, 지갑을 열게 한다.


눈에 익은 손님이 온다면

부부가 먹는 반찬쯤은 꺼내줄 수 있어야 한다. 손님 세명이 죽 하나에 도리뱅뱅이 하나를 시키면 어떤가? 내 식당에 3명이 넘어와 준 것이다. 셋이 2개인 메뉴를 시키고 셀프로 뭔가를 퍼먹을 것도 없는데 왜 정인분 주문이어야 하나? 그것도 노후에 차린 식당이라면 더더욱 손님을 푸근히 바라봐야 한다. 앞길에 깔끔하고 멋진 식당도 많은데 이 뒷골목 내 식당까지 찾아와준 손님을 고마워해야 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악착은 참 슬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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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잘하는 건 어렵지 않다.

점심이 강한 칼국수집, 돈까스집이라고 치자. 저녁은 아무래도 약하다. 손님이 적어 아쉽다. 그럴 때 고민할 거 없다. 저녁 메뉴를 뭐로 만들던 그 메뉴는 소마진을 적용하는 거다. 칼국수집에서 저녁에 보쌈을 판다고 치자. 점심에 칼국수로 매출을 올려놓았기에 저녁 보쌈은 아예 싸게 팔 수도 있다. 술한잔 하기 좋게 2만5천원을 매기고 이익은 말도 안되게 5천원만 봐도 된다. 왜냐면 반드시 술을 먹을거라서다. 음식에선 베풀고 술에서 이익을 챙기면 된다. 원가가 80%나 되는 보쌈이라면 그 가성비는 훌륭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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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저녁엔 100만원은 거뜬한데,

점심은 20만원도 힘든 고기집이라고 치자. 점심에 메뉴를 궁리해서 30만원을 팔 게 아니라, 차라리 저녁만 문을 열고 점심은 버리는 거다. 그래서 체력을 비축함과 동시에 점심 인건비를 절약하는 게 낫다. 그리고 3명이 4인분을 먹게끔, 2명도 4인분을 먹게끔 보상하는 거다. 고기 추가를 하지 않는 이유는 딸랑 고기만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님은 내 돈이 아깝기 때문에 회식(혹은, 상대가 살 것이 분명한)으로 먹는 때가 아니면 마지못해 1인분 더,가 끝이다. 하지만, 점심을 포기하고 비축한 체력으로 고기 손님에게 보상체계라는 소마진 전략을 구사하면 점심의 20만원을 팔기 위한 수고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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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죽집이라면 도리뱅뱅이만 식사로 먹을 수 없다.

반드시 죽에 곁들임이다. 따라서 이미 죽으로 이익을 확보한 셈이다. 그때 도리뱅뱅이를 꼭 15,000원(어죽집은 거의 그 가격이다) 받을 이유가 없다. 더 싸게 받아도 괜찮다. 그래도 손해가 없다. 이익이 적지만 상대적으로 죽에 도리뱅뱅이 주문이 확 늘어날 것이다. 반대로 가격을 건들기 싫다면 15,000원을 받고, 도리뱅뱅이 양을 30% 더 줘도 좋고 막걸리는 한병 포함을 시켜도 된다. 그것만 식사로 먹지 못하는 곁들임에서 악착같이 이익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손님을 만족시켜야 한다. 주식에서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다면 곁들임이나 추가에서 그걸 완성할 찬스다. 손님 스스로가 준 기회다. 그런 기회에 악착을 떨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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