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화가 최민석에게
나는 보기보다 차가운 사람이다. 분위기 같은 것은 빨리 읽지만 그건 눈에 보이니 읽어내는 것이고, 굳이 찾아내야 하는 다른 이의 생각과 속내 같은 것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물론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궁금하지만, 애정한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에 이를 때면 이미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는 사이이기에 굳이 그 사람을 자극하며 물어보지는 않는다. 이런 내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최민석이라는 사람을 취재하게 되다니, 새로운 도전이다. 이름하야 강제로 최민석에게 관심 갖기.
3번 정도 만난 사람을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마치 그를 평가하는 것 같아 별로지만, 그래도 최민석에 대한 나의 인상은 다음과 같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들려줄 만큼 솔직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데 능숙해보여 외향적인 듯 하고, 꽤나 진취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아마 이러한 인상에는 학회장이라는 지위가 한몫 했을 테다. 그러나 최민석의 입을 통해 그려진 그의 모습은 이런 인상과는 사뭇 달랐다.
내게 최민석은 A4 학회장이지만 그의 부모님에게는 첫째 아들, 동생에게는 형이며 다른 이들에게는 친구, 학생, 혹은 과외 교사다. 최민석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지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최민석의 풍채는 다를 것이다. 허나 사람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최민석의 특징은 ‘친절함’일 것이다. 친절함은 그의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것 중 하나이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살갑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어온 그는, 내가 느끼기에도 친절하고 세심한 사람이다. 카톡 메시지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말씨부터 글쓰기 어렵다는 투정에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주는 모습에서 이런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기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최민석은 남들에게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고 한다. 너무 착한 이미지는 호구되기 십상이거나 가식적으로 보이기에 꺼려진다고 한다.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 중간을 유지하는 건 그 사람의 ‘무난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난한 사람에게 쉽게 다가간다. 특히 최민석은 친절하고 경청해주는 사람이니까, 다가가는 걸 넘어 이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의 친근한 이미지는 오히려 그를 외롭게 했다. 쉽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도 고민을 털어 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최민석은 ‘뭐든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갖는 고민과 불안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따금씩 자신이 정말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이었음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걱정에 다른 사람이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인터뷰를 하고 나서야 그가 썼던 <소나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첫 만남임에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하길래 진솔한 사람이라 느꼈다. 자신의 고민 거리를 토하지 못해 속이 문드러지고 있는 것과는 연관 없는 사람일 줄 알았다. 그러나 최민석은 그가 겪었던 일만을 이야기할 뿐,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경계로 상처를 드러내는 걸 힘들어하는 듯 하다.
나는 이 사람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여러 고민의 종착점이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는 것임에 강한 추측을 남긴다. 최민석의 글을 읽으면 ‘진정한 나’를 알아내는 것에 대한 강한 열의를 느낄 수 있다. 그에게 있어 ‘진정한 나’의 모습은, 소속 집단이나 취미 생활, 직업 등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의미한다. 한 집단의 멤버라고 하더라도 소속된 개개인이 모두 다른 개성을 갖고 있듯이, 외부의 것들이 치환할 수 없는 개인 내부의 속성이 있다고 그는 믿는다.
그러나 홀로 사색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깊은 생각을 하다 보면 자기 논리에 빠지기도 하고 피폐해지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나를 찾는 방법을 홀로 깨닫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는 집단 지성으로 그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또한 여러 명이 모인다면 혼자 할 때보다 무게감이 덜 해져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고, 그러면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최민석은 A4의 학회장이 되었다. 중간을 선호하는, 앞에서 나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그가 학회장이 된 이유이다.
8학기에 접어든 그가 글쓰기 학회를 만든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최민석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학회를 개설했고, 그 누구보다 A4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가 학회를 아끼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최민석에게 글쓰기라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글쓰기는 최민석을 최민석 답게 만들어주는 행위로, 글을 쓸 때면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고 한다. 진솔해지는 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최민석이 A4를 아끼는 듯 하다.
앞서 강제로 관심을 갖는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탐탁치 않은 듯 표현했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 최민석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많은 배울 점을 발견했다. 비록 글의 흐름에 어긋나 담지 못한 내용이 많지만, 그의 겸손하고 진중한 삶의 태도는 나를 반성하게 했다. 그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 내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