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어린 사람

이경령이 노주현에게

by 에이포

못하는 게 없는.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모르겠는.

축구와 랩을 좋아하는.

사회에 관심이 많은.

사회 비판적인.

소신 있으나 강요하지 않는.

눈치가 빨라 눈치를 보는.

사소한 기억에서 행복을 얻는.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믿는.

그래서 현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평범함을 꿈꾸나 사실 다르고 싶은.

말할까 말까 할 때 마는.

덕분에 비밀이 많은.

연민을 경계하는.

만족스러울 만큼 행복한.

마치 잡초처럼 강인한, 또는 무딘.




‘나’를 잘 아는 것만큼이나 날 사랑할 방법이 또 있을까.

수많은 수식어를 붙였다 뗐다 하며 어찌나 고민했을런지.


‘나’ 이야기가 막힘이 없고 끊이질 않음은

고민을 거듭해 온 그의 애정이 엿보이는 방증이었다.




모서리를 깎고 사회에 발맞추길 자초하니

군중 속 한 명에 지나지 않는 지금이 때론 아쉽기도 하더랬다.

‘본연의 나’는 지금보다도 많은 매력을 지녔다고 장담했다.


실은 내가 아닌 것들 뒤에 숨어서는

‘벌거벗은 나’를 포장하기 바쁜 여타 군중과 대비되는 행보다.

그래서 과연 고귀하고, 듣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아낸다.




‘나만 아는 나’까지 품는 깊숙한 자기애는

그럼에도 넘치지 않고 완벽히 잔잔했다.

여유를 주어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게 했다.


고개를 돌리다 보면 어느새 주변 이들도 사랑하게 됐다.

타인을 향한 사랑 역시 못지않게 섬세해서

선의로 내민 손인데 혹 연민으로 비칠까 도로 주먹 쥐곤 했다.




그가 입은 검은색 가죽 재킷과 닮아있다 생각했다.

묻히기 십상인 검정이라지만, 아랑곳 않고 빛을 내니까.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 어딘가에서 새어나오는 기품은

예상치 못해 더욱이 강렬하다.

그가 가진 ‘나’와 남에 대한 정교한 사랑 덕이다.


‘나’를 묻고 배우는 과정 끝에 도달한 결론이 사랑인 건,

사람과 사회에 귀 기울이는 주현만의 은사일 테다.

나도 그처럼 사랑 어린 사람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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