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경령
완벽하려 욕심부리던 때가 있었다.
열에 아홉을 잘해도 하나를 잘못하면
그 하나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했다.
자신감은 있는데 자존감이 낮았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아니면
그런 내가 용납이 안 되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머리 싸매고 밤을 지새우기도,
소리 내어 울어보기도 했다.
그때 즈음이었다.
내가 펜을 처음 잡은 것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면,
복잡해 터질 것만 같던 속이
금세 가지런히 정돈되어 날 납득시켰다.
다 쓴 글은 때로 어느 낯선 이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던 고민이
어여쁜 작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소중해졌다.
소중해서 간직하는 글들은
훗날 다시 펼치면 따땃-한 추억이었다.
세상 심각했던 그때 고민들은
꽤나 귀엽기까지 했다.
비슷한 “추억팔이”의 결론은, 거듭하면 할수록
지금 겪는 고민의 무게도 덜어주었다.
이 또한 언젠가 작고 귀여워질 줄 아니까.
앞으로 난관을 마주하더라도,
그저 새로운 소재를 만난 것임을 알고
의연하면 되는 거였다.
글이 필요해서 찾았는데
이제는 좋아서 쓴다.
펜을 제외하곤 다 내려놓고,
그 유일한 걸 지휘봉 마냥 휘두르며
그야말로 내가 이끄는 인생길이다.
얼떨결에 거머쥔 펜이지만,
“무려” 오늘의 나를 지었다.
이것이 내가 글을 짓는 이유다.
펜을 놓지 않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