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는

누구나 특별해지고 싶지만

나는, 노주현

by 에이포

종의 진화는 돌연변이가 이끈다고 합니다.

더 특별하고, 더 우월한 돌연변이는 종의 진화를 능히 이끌어낸다고 합니다. 스스로 특별하다고 믿고 자라오며, ‘세상의 변화를 이끌 돌연변이’ 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허풍을 떨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살, 모든게 처음이었던 곳에서 남들보단 조금 늦게 평범을 맞닥뜨렸습니다. 사실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평범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이였기에, 애써 부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장래 희망칸에 적어냈던 축구선수, 대통령, 연예인은 쉽게 탄생하지 않습니다. 특별함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봅니다. 나에게도 역시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았을 때 쯤 깊은 우울감에 빠졌습니다. 거울로 비춰지는 모든 내면이 전부 단점으로 보이고 공허한 무력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턴 나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단순히 특별함과 평범함을 떠나 나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이 무너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때쯤 책상 구석에 꽂혀있던, 어릴땐 그저 책읽는게 싫다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이방인이라는 책을 꺼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깊은 생각 뒤에 나는 나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속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고민들, 나약해 보이는 이야기들, 어쩌면 치부와 약점 등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피해왔습니다. 누군가는 나에게 자존감이 높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나는 그저 자존심이 강한 것 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나의 성향은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데서 생겨났습니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 가끔은 장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제 행동과 말 하나하나를 제약합니다. 내가 나의 나약한 점과 치부를 드러낸다면 상대방이 나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싫어서, 나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신경 쓰여서 침묵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나를 봐왔던 주변인들은 지금의 나를 어색해 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항상 적극적인 사람이었고, 활발한 성격으로 기억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초,중,고 모두 친한 친구들과 올라와 거리낌없이 적응하며 지냈던 시간을 지나 주변에 아무도 없이 홀로 온 대학교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많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든 생각은, ‘결국은 내가 변해야 한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조차도 나에게 확신을 갖지 못하며 움츠려져 있기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시 나를 찬찬히 돌아보며, 나는 부정적인 부분보다 긍정적인 부분이 훨씬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자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지금 주변사람들이 기대하는 나의 성격, 그리고 내가 나에게 기대하는 성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내려놓고 있습니다. 나의 단점, 내가 가진 내 진짜 모습을 인정해가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일지, 아닐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확실한건 ‘나’에 대한 탐색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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