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다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정다은입니다.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20학번으로, 현재 7학기 재학 중에 있습니다. 나이는 26살이고, 혈액형은 B형입니다. MBTI는 INFJ인데, 요즘 유행하기 시작하는 DISC 행동 유형 검사에서는 SC 유형을 진단받았습니다. 아, 생일은 5월 25일이고 쌍둥이자리입니다. 가족 관계요? 부모님 두 분과 3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님과 분가하게 되어서 2013년부터 남동생과 둘이서 서울 살이 중입니다.
“나이가 좀 있으신데…”
아, 저는 편입생입니다. 올해 서강대학교에 편입학했습니다. 전적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했습니다. 열심히 학교를 잘 다니며 우여곡절 졸업까지 잘 했습니다. 그 뒤로는 개발자로 취업해 1년 정도 직장을 다녔습니다.
“편입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정말 만족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야근을 밥 먹듯이 했어도 저는 돈 만큼 중요했던 게 성취감이었습니다.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저는 일찍 출근을 해서 오늘 할 업무의 리스트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3년 뒤의 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똑같은 업무와 일상에 지쳐있는 제 모습을요.
저는 좀 더 제 삶에 도전을 주고 싶었어요. 이왕 하는 일, 사회에 도움 되는 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스펙 업을 위한 6개월 정도의 시간들을 계획하고 퇴사를 했죠. 하지만 2020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뭘 계획해도 다 안되더라고요. 백수처럼 지내고 있던 저에게 하나뿐인 은사님은 편입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떻냐고 권유해 주셨어요.
당시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큰 꿈을 가지고 퇴사하니 다시 취업하기도 뭐 하고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쌓아보자.
어렸을 적부터 강요에 의해 특목고 입시를 준비했었어요. 저희 집은 너무 가난해서 자식을 특목고에 보낼 수 없습니다. 저는 빚을 지며 사교육에 열심히 투자하신 부모님을 배신했습니다. 원서도 넣지 않았는데 떨어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부모님의 실망스러운 표정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여전히 너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 가난해진 우리 집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집안의 기둥이 부러트리고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지금의 위태로운 가족들을 지키고 싶었던 사춘기 소녀의 객기였습니다.
강요에 의해 시작한 공부는 시간이 지나도, 형태가 달라져도, 내용이 달라져도 재미없었습니다. 공부에 학을 뗀 사람처럼 지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25살에 다시 입시 공부를 하려니 죽을 맛이었죠.
지금은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너무 과분해요. 그렇게 하루도 즐거운 날이 없던 1년이 지나고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요. 마음에 바랬던 대로 되었습니다. 좋은 대학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경험들을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글 쓰는 걸 즐겨 하신다고 들었어요.”
사실 지금은 그다지 즐겨 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일기를 쓰고 있어요. 매일 저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귀찮아도 집 가는 길에 한 줄, 두 줄 적기 시작하면 욕심이 생겨 줄줄 써 내려갑니다. 자아 성찰이라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생각하는 것을 포장하지 않고 써 내려갑니다. 덕분에 제 이기적이고 감정적인 부분들을 자주 발견합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려고 하루에 한 가지씩 도전거리를 억지로라도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적용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식은땀이 날 만큼 긴장할 때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소설 쓰는 걸 재밌어했습니다. 친구들과 방과 후에 들렀던 도서관에서 권정생 작가의 ‘몽실언니’라는 책을 대여하게 되었습니다. 제 머리가 몽실몽실하다고 친구들이 가져온 책이었어요. 6.25 전쟁통에도 몽실이의 삶의 태도를 보며 깊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같은 몽실이었지만 책 속의 몽실이는 참 어른스럽더라구요.
저도 책 속의 몽실이를 보고 위로를 얻었던 것처럼, 나도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위로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 개인 블로그에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인공은 항상 ‘나’로 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면 잘 풀어서 써 내려가는 게 어려웠어요. 어디 나가서 편하게 하지 못했던 제 이야기를 이름만 바꿔 마음껏 써 내려갔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도 그 당시 내가 했던 생각들과 행동들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었어요. 아, 제 익명성 보장을 위해 다금이, 다동이, 다철이, 지은이, 다음이, 다운이 등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썼던 기억이 나네요. 같이 다니던 친구를 등장인물로 등장시켜 친구들과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워낙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 만나는 자리가 두렵고 떨려서 분위기를 망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습니다. 직접 마주보기 전에 이렇게 글을 통해 여러분에게 제 마음을 나누고, 또 여러분을 알아가게 되어 참 감사합니다. 일기가 아닌 글을 써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계속 고민했어요. 그런데 그냥 이번 주제에 걸맞게 나를 잘 담을 수 있도록 편하게 쓰기로 했습니다.
저는 약간 엉성한 부분이 있고, 표정이나 말투가 좀 딱딱할 수 있습니다. 말도 워낙 솔직하게 해서 깜짝 놀라실 수도 있어요. 혹여나 말없이 가만히 있다면, 현재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니 그대로 두셔도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외로움을 잘 느끼지 못해요.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제 반응은 좀 별로일지 몰라도 잘 듣고 있을 테니 걱정 마세요. 못 먹는 음식도 없고, 가리는 음식도 없고, 오늘은 이걸 꼭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날도 별로 없어요. 함께 있을 때 보통 조용히 각자 할 일 하더라도, 정적을 메꾸려고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우리 모두의 시간은 귀하니까요.
말이 좀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저는 좋은 마음으로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