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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배 아퍼

응, 아빠도.

by 소기


일곱 살 때는 배가 자주 아프다. 특히 평일 아침에나, 저녁에 씻기 전에, 밤에 자기 전에 자주 아프다.


"(또) 배 아퍼? 병원 가야겠어? 그 정도는 아니야? 밥 먹기 힘들어? 샌드위치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방구야?




그렇다고 너무 뭐라고 하면 안 된다. 일단 금방 낫고, 무엇보다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 시간 늦게 등원, 아빠는 오전 반차)

"응, 이제 안 아파.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빠 안녀엉. 저녁에 야구할까?"







사실, 진짜 아픈 거긴 하다. 어른들도 그렇지 않은가? 출근하기도 전에 퇴근부터 하고 싶은 날, 출근하기 싫다 싫다 하다보면, 팀장쉐키(어머 죄송) 팀장님한테 쪼일 생각하다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더부룩하다. 그러니 꾀병인 건 아니다.


"팀장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오전 반차 내야 할 것 같습니다.ㅠ 기획 회의에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든데 겨우 겨우 일어나서 씻고 출근 준비하는데 글쎄, 식은땀이 너무 나는 거 아니겠어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답니다.ㅠ 팀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프로젝트의 첫 회의인데, 저도 너무 속상하고 너무 너무 죄송해요.ㅠ ㅠ 주저리주저리 어쩌구저쩌구 여차저차 마루치아라치 제가엘에이에있을때 블라블라......"




그리고 너무 자주 그러면 안 되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군. 김 대리한테 연락해 볼까. 하아... 좀 일찍 출근해야겠다.'




#야구하러 갈까? #배 아프다며 #이제 괜찮아 #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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