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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장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by 소기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 누군가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 하게 될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책을 읽고 있으면, 제목이 뭐냐고 아이(8세)가 묻는다.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 하면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 한다.
다른 날 또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가 묻는다.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야?"
이렇게 말하는 게 참 좋다. 영리하고 사려 깊다.

마트에 삼겹살을 사러 갔는데 아내가 해산물을 잔뜩 담길래 "해산물 먹고 싶었으면 말을 하지." 했다가,
몇달 전부터 말했었다, 핀잔을 들었다.
아이보다 못하다. 아니,
아이가 나보다 나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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