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쾌락독서"
독서는 짜릿하다. 최고다. 끝이다!
긴 여행 끝에 현관문을 열고 ‘집이 최고다’ 하듯
산해진미 법카 찬스보다 엄마 찬스 ‘밥이 최고다’ 하듯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도 (무섭게) 재밌지만
결국 책장을 넘기는 손맛에 비길 바 못 된다.
자, 이제 무슨 책을 볼까?
하루키가 쓰는 책이라면 팬티 개는 법이든 뭐든 읽을 것 같다......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정확하기 때문이다......
대체 뭐가 뭔지 모를 꿈속 같은 상징과 비유로 뒤덮인 세계를 이야기할 때도 그 속에서 십 년은 실제로 산 사람처럼 구체적이다.
이 분 참 맘에 든다. 하루키 이야기를 할 때는 (묘하게 하루키 스타일로 쓰기도 했다)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게 글에 보이는 듯했다. 아마도 쿨 재즈를 들으며 썼겠지. 하루키의 취향(올드팝, 재즈, 요리, 미국 작가들, 비틀즈!)에 대해 열거할 때나, 개나 소나 다 하루키, 하루키 하지만 요건 모를 거야 하는 하루키 이야기(하루키 특유의 번역체와 그 탄생 비화라든지 자기 작품 해설에 대해 자신은 잘 몰랐다고 한 것이라든지)를 (아마도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인 듯) 할 때는 마치 함께 하루키, 하루키가 말이에요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건,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책을 읽으며 마주치게 되는 순간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책은 고이 모셔놓기 위한 물건이 아니다.
아이고오맞아요맞습니다판사님!
전적으로 동의하는 생각이다. 책을 티브이나 스마트폰보다 더 재밌게 가지고 놀려면 '최대한 더럽게 보고 여기저기 던져 놓고 이것저것 끌리는 대로' 보면 되는 것.
그게 아니라 뻔뻔한 얘기지만 나는 완성도에 상관없이 내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요즘 통,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글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었다. 되지 않을지언정 나는, 여전히 내 글이 좋다. 그럼 된 것이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