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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by 소기


아들은 유튜브에서 롯데 응원가도 듣고 두산 응원가도 듣고 기아도 듣고 그런다.


전준우가 안타를 쳐도 좋아하고 김재환이 홈런을 쳐도 좋아하고 산체스가 삼진을 잡아도 박석민이 돌아도 채태인이 넘어져도 다 좋아하고 그런다.


처음에 녀석이 (하필) 두산 응원가를 듣고 부르고 그럴 때는 '이대호 유니폼도 사 줬구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느 날 설거지를 하다 나도 모르게 '안타 박건우 오 오 오' 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곧 장엄하고도 절절한 '기아의 기힘주찬 기아의 기힘주찬'을 부르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마흔이 되어서야 일곱 살 먹은 아들내미 덕분에 '롯데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까 늘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늘 무언가를 배운다.

이래저래 참 고마운 사람이다.



롯데가 가망이 없어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다.




#야구 만한 게 #야구 말고 또 있나

#야구하러 갈까? #응원가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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