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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었다 아직, 아빠는

by 소기


아이는 며칠이나 기침을 했다. 처음엔 콜록 콜록 마른 기침을 하더니 이내 깊고 거친 소리를 냈다. 때로는 악을 쓰는 듯 들리기도 했다. 그럴 땐 소리가 빠져나오기 전 몇 초 간 얼굴이 일그러지고 귀까지 빨개지곤 했다. 그 몇 초가 몇 분처럼 느껴졌다.


안쓰러움은 곧 화로 바뀌었다. 병원에 대한, 낫고 있으니 걱정 말라던 의사에 대한, 쉽게 떼어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신에 대한.


같이 밥을 먹는데 아이가 자꾸만 실 없는 소리를 했다. "아빠, (크억컥) 피자가 웃으면? (아악크) 헛헛헛 (켁켁) 피자헛! (크쿨럭) 웃기지?" 말 그만하고 부지런히 먹고 약 먹어야 기침을 안 하지, 밥은 안 먹고 자꾸 딴짓하고 그러면 어떡해, 짜증을 내 버렸다. 시무룩해 있던 아이가 맛 있지도 않을 죽을 한 숟갈 입에 넣으며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빠, 웃었지? 웃었어! 아빠 화 다 풀렸어?"


먼 곳을 보아야만 했다. 그래봐야 베란다였다. 그마저도 커튼이 쳐져 있었다. 커튼 틈 사이로 노란 불빛이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




#야구하러 갈까? #지금! #아니, 나으면 #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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