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목적지는 'ㄷ'숯불닭갈비였다. 몇 주 전,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다 춘천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어 가지 못했던 곳...은 경로에서 너무 벗어나, 양양으로 가는 경로상에 있는 닭갈비집 가운데 애견동반이 되고 후기가 괜찮은 곳으로 정했다. 무엇보다 '친절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친절하지 않은 식당은 가고 싶지 않다. '욕쟁이' 식당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할 정도로 맛있는 게 아니라면, 적당히 먹을 만하고 친절한 편이 좋다.
오전 11시 반쯤 도착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소금, 양념, 간장 닭갈비를 1인분씩 주문했다. 막국수를 빼면 서운하다(한 그릇을 먹고 한 그릇 더 추가했다). 듣던 대로 사장님이 친절하셨다.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과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닭갈비를 직접 구워 주셨는데 닭갈비 양념, 익힘 정도에 대해서는 물론, 밑반찬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아주 맛있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지만 평범하지는 않은 맛이었다.
"와아, 진짜 맛있어!"
아이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사장님은 왜 진짜 맛있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근거와 사례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 앞에 섰다. 그 짧은 순간에도 음식은 입에 맞았는지, 강아지가 몇 살인지, 어쩜 그렇게 얌전한지 친절하게 말씀하셨다. 덕분에 약간은 들뜬 기분까지 들었다.
"그런데, 성적표가 별로네요. 호호호."
밖으로 나왔을 때 찬바람이 훅 끼쳤다. 마음이 차게 식었다. 훅 지나쳤지만 곱씹어 보니, 음식값이 얼마 안 나왔다는 것을 살짝 비꼰 농담일 것이다. 이미 여러 번 통했던 농담이겠지. 웃어 넘기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친절하다는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하다'는 뜻이다. 고분고분하다는 '말이나 행동이 공손하고 부드럽다'는 뜻, 공손하다는 말속에는 겸손함과 예의 바름이 있다.
친절함은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가 바탕이다. 자칫 친절함을 살가움으로만 생각하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혹은 그런 느낌을 전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여보, 뭐 해?"
아, 또 너무 깊이 생각해 버렸구나.
다시 오고 싶은 맛이었는데...... 생각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정말 맛있긴 했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