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왜비우스의 띠)
"아빠, 그 옷 왜 버리게?"
걸렸구나, 아이가 버리는 걸 싫어해 몰래 버리려 했는데. 소리 없이 다가온 아이가 등 뒤에 촥 매달려 물었다.
"아, 이 바지? 구멍 났잖아."
"구멍 나면 버리는 거야?"
"응."
"구멍 난 옷 입고 다니던데? 유치원에서 봤어."
"누가?"
"박보람 선생님, 구멍 난 청바지, 어제도."
"아... 그건... 일부러 구멍 낸 거야."
"왜?" 시작이다. 왜비우스의 띠가, 오늘도 시작되고 말았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아, 예쁘라고, 일부러."
"구멍 난 게 더 예뻐?" 그러게. 왜 그럴까?
"어떤 옷들은 그렇기도 한가 봐."
"근데 왜 버려? 저 바지 예쁜데?" 아! 너무 침착하고 이성적이다. 일곱 살짜리가.
"아 이건, 낡아서 구멍이 난 거잖아."
이해 못하는 표정이다. 당연하다. 구멍이 나건 구멍을 내건 예쁜 건 마찬가진데, 어떤 건 버려지고 어떤 건 남는다.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 (더 나은 혹은 더 많은) 대답을 기다린다. 차라리 질문을 하지, 가만히 눈을 맞추고 입을 다물었다.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무슨 말을 하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까?
"음... 버려야 새로 살 수 있어. 새 바지 사 줄게."
"난 저 바지가 좋은데?"
"구멍 났잖아."
"예쁜데? 구멍 나면 버려야 해?" 망했다. 왜비스우의 띠에 빠져 버렸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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