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ew Moon Neuro

해마의 성숙과 기억의 정밀도

新月神經 2305

by 소골


Ramsaran et al. (2023). 신경세포주위망(빨강)이 억제성 뉴런(청록)을 감싸고 있다.


사는 동안 뇌는 계속 변하지만, 생의 초기에는 그러한 변화가 격하다. 그에 동반되는 현상 중 하나는, 어릴 때(사람의 경우 4~6세)에 형성된 개별 사건에 대한 기억(episodic memory)들은 모호한 구석이 많은 데 반해, 다 크고 나서 형성되는 에피소드 기억은 비교적 분명해서 헷갈릴 가능석이 적다는 것이다. 생쥐들도 어릴 때(생후 4주 이전) 경험한 것에 대한 기억은 분별력이 약하다. 그러다가 성체가 되면 분별력이 향상되는데, 이런 변화를 설명하는 연구가 《Science》 5월 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에피소드 기억을 생쥐에서 연구하기 위해 CFC(Contextual Fear Conditioning, 맥락적 공포 조건화)라는 행동실험 모델을 사용했다. 이 실험에서 생쥐는 특정된 조건화 챔버에 들어가서 탐색 활동을 하다가 발을 통해 전기 쇼크(foot shock)를 받게 되는데, 학습이 잘 되면 이후 다시 그 챔버에 들어갔을 때 프리징(freezing, 숨 쉬는 것 외에는 꼼짝 않는 행동)을 보인다. 이것을 지표로 생쥐가 학습한 것(이 챔버에 들어오면 쇼크를 맞는다는 것)에 대해 기억을 잘하고 있는지 판정한다.


나이에 따라 기억의 분별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생후 16일의 생쥐(postnatal day 16, P16)부터 P20, P24, P28, P40, P60 생쥐의 기억을 테스트했다. 챔버 A에서 조건화 학습을 시키고, 다음 날 같은 챔버 A에 넣거나, 다른 챔버 B에 생쥐를 넣었다. 기억의 분별력이 떨어져서 일반화(generalization) 될수록 챔버 A와 챔버 B에서의 프리징 차이는 적게 나게 될 것이다. 반대로 기억의 분별력이 높다면 생쥐는 챔버 B에서 프리징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실험 결과, 생후 4주(P24)를 기점으로 분별력의 차이가 발생했다. P16, P20 생쥐는 챔버 A와 챔버 B 모두에서 비슷한 수준의 프리징을 보인 반면, P24 생쥐부터 P60까지의 생쥐는 챔버 B에서 현저히 낮은 프리징을 보였다.


저자들은 이 현상이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해마(hippocampus)의 CA1 영역과 관련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조건화 학습 때 활성화되는 CA1의 뉴런을, 뉴런의 활성화 지표인 c-Fos 단백질의 발현 여부로 계측해 보니, c-Fos를 발현하는 c-Fos+ 세포 개수가 P20 생쥐에서 월등히 높았다. 저자들은 기억을 저장하는 엔그램(engram) 세포의 밀도가 어린 생쥐의 경우 성체 생쥐보다 높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성체 생쥐의 엔그램 세포가 보이는 낮은 밀도(sparsity)가 기억의 분별력에 결정적인 특징일 수 있다고 가설을 설정했다.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저자들은 학습 시점에서 어린 생쥐의 세포 활성을 낮추는 실험과 성체 생쥐의 세포 활성을 높이는 실험을 수행했다. 어린 생쥐에서 엔그램 세포 밀도를 강제로 낮추니, 성체 생쥐처럼 챔버 A와 B를 구별하는 능력이 향상되었고, 성체 생쥐에서 엔그램 세포 밀도를 강제로 높이이니, 어린 생쥐처럼 두 챔버를 잘 구별하지 못하게 되었다. 엔그램 세포의 밀도가 기억의 정확도(precision)와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논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메커니즘까지 밝혀냈다. CA1에는 흥분성(excitatory) 뉴런뿐만 아니라 주변의 흥분성 뉴런을 억제하는 억제성(inhibitory) 뉴런도 있는데, 그중 PV(parvalbumin) 단백질을 발현하는 PV+ 뉴런의 기능이 동물이 성장함에 따라 발달하게 되고, 그로 인해 CA1 뉴런의 활성이 조절되면서 적절한 수준의 엔그램 세포 밀도가 달성된다는 것이다. 성체 생쥐에서 이 뉴런들의 작동을 약화시켰을 때, 챔버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는 이 가설을 뒷받침했다. 저자들은 또한 PV+ 뉴런의 이러한 변화에 뉴런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신경세포주위망(perineuronal net, PNN)의 기능이 필수적이라는 것까지 밝혀냈다.


흥미로운 현상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메커니즘을 꽤 자세하게 밝혔다는 점은 이 논문의 장점이다. 그러나 기억의 정밀도를 연구한 논문에서 논리의 정밀도가 조금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가령 저자들은 학습 때 비교적 많이 활성화되는 CA1 뉴런들을 바로 엔그램 세포로 규정했는데, 이에 대한 실험적 검증은 부실한 면이 있다. 물론 이전에 해마의 c-Fos+ 세포가 엔그램이라는 연구가 있어 개연성은 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연구들은 대부분 성체에서 연구되었던 것이다. 어릴 때 보이는 높은 수준의 c-Fos 활성을 감안한다면 이때에도 c-Fos+ 세포가 엔그램의 정의를 충분히 만족하는지 실험으로 입증했어야 마땅하다. 일부만 엔그램이고 나머지는 노이즈거나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책임저자 부부가 이전에 리뷰 페이퍼에서 잘 정리해 놓았듯, 엔그램 세포로 불리기 위해서는 학습 때 활성화 된다는 점 외에 (1) 기억 회상에 필요할 것, (2) 그 세포들의 활성화가 기억 회상에 충분조건일 것 등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은 이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 논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논문의 마지막 논의(discussion) 파트에서, 왜 해마-기억 시스템의 기능적 성숙이 왜 단계별로 일어나는지에 대해 저자들이 언급한 아이디어에 있다.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단순히 생물이 성장하면서 기억 시스템도 불완전에서 완전한 시스템으로 발달해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다른 해석에 더 주목하는 듯하다. 어린이들의 기억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에는 적응적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에피소드 기억 시스템이 이미 성숙된 부모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인생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에 세세한 에피소드 기억을 쌓기보다는, 조금 정확도가 떨어지도라도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억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 왜(why)에 관한 질문은 개념적이고, 이 연구의 데이터들이 후자의 해석을 뒷받침하는 것도 아니다. 데이터들은 다만 이런 현상이 어떻게(how)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 논문을 재미있게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상이라 할 수 있겠다.




논문 (제한적 공개)

Ramsaran, A. I., Wang, Y., Golbabaei, A., Aleshin, S., de Snoo, M. L., Yeung, B. A., Rashid, A. J., Awasthi, A., Lau, J., Tran, L. M., Ko, S. Y., Abegg, A., Duan, L. C., McKenzie, C., Gallucci, J., Ahmed, M., Kaushik, R., Dityatev, A., Josselyn, S. A., & Frankland, P. W. (2023). A shift in the mechanisms controlling hippocampal engram formation during brain maturation. Science (New York, N.Y.), 380(6644), 543–551.

https://doi.org/10.1126/science.ade6530


bioRxiv preprint (초안 전체 공개)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3.01.09.523283v1


뉴스

https://www.sickkids.ca/en/news/archive/2023/study-first-to-examine-how-early-memory-changes-as-we-age-at-a-cellular-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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