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ew Moon Neuro

젊은 뇌와 늙은 뇌

新月神經 2301A

by 소골


Allen et al. (2023)


불나게 노력해도 성취가 아득한 게 불로(不老)의 꿈이다. 노화(老化)에도 총기를 잃지 않고 이슬 맺힌 꽃(露花)처럼 찬연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자꾸 인지력이 졸아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샤오웨이 장(Xiaowei Zhuang) 연구팀의 윌리엄 앨런(William E. Allen)은 〈Molecular and spatial signatures of mouse brain aging at single-cell resolution〉에서 이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내놓았다. 연초에는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안다는 듯 이 논문은 이달 《Cell》에 실렸다.


노화 현상을 분자-세포 수준에서 세밀히 조사하기 위해 앨런은 전사체(transcriptome) 분석에 집중하였고, 여기에는 두 가지 기술이 동원되었다. 한 가지는 snRNA-seq(single-nucleus RNA sequencing)으로, 세포 속 핵을 끄집어내어 하나하나 떼어낸 다음 그 안에 어떤 RNA가 얼마큼 들어가 있는지 읽어내는 기술이다. 결과로 각 세포의 RNA 현황을 알 수 있다. 다음은 MERFISH(multiplexed error-robust fluorescent in situ hybridization)라는 기술로, 우선 얇게 저민 뇌 절편에다 형광물질이 달려 있으면서 표적 RNA 서열을 찾아내는 탐침(probe)을 붙여 현미경 사진을 찍는다. 기존 탐침의 시그널을 탈색(bleaching)시키고 다른 탐침을 붙여 이미징하길 반복하면 한 조직 샘플에서 수백 종류의 RNA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볼 수 있다.


snRNA-seq과 MERFISH는 상호보완적이다. snRNA-seq 결과에서는 분석한 핵을 보유했던 세포가 뇌 조직 내에서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 수 없는 반면, MERFISH는 이미징 기술이기 때문에 분석한 세포가 뇌 절편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대신 MERFISH의 경우 어떤 RNA를 측정할 것인지에 따라 탐침을 미리 디자인해야 하므로 검사할 RNA 목록을 미리 정해 둬야 하는데, snRNA-seq에서는 모든 RNA를 읽기 때문에 그런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앨런은 snRNA-seq으로 전체 RNA 발현 패턴을 확인한 다음, 세포 유형 결정에 중요한 유전자(cell-type marker) 212개, 노화 관련 유전자(age-related genes) 204개, 도합 416개의 유전자를 선택해서 MERFISH를 했다. 청년기 생쥐(juvenile, 4 주령), 장년기 생쥐(young adult, 24 주령), 노년기 생쥐(old, 90 주령)의 뇌, 그중 전두피질(frontal cortex)과 선조체(striatum)가 실험에 사용되었고, 두 가지 방식으로 얻은 데이터를 종합해서 총 43개의 유형으로 세포를 분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각 나이대에서 각 유형 세포들의 변화를 살핀 결과가 논문에 정리되어 있다. 요는 나이가 들수록 신경세포보다는 비(非)신경세포의 변화가 더 두드러지는데, 여기에 염증반응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좌우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다발인 뇌량(腦梁; corpus callosum)에서 염증과 면역에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량이 많은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가 나타나고, 별아교세포(astrocyte)와 소아교세포(microglia)의 염증성 활성화(inflammatory activation)가 늘었다. 뇌들보라고도 불리는 뇌량에 이런 염증성 변화가 생기면 들보가 지탱하는 힘이 약해질 텐데, 저자들은 좌우 대뇌반구의 교류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결국 인지력 감쇠의 원인이 되지 않겠냐고 논하고 있다.


노화에 따른 뇌 기능 감쇠가 염증이나 면역계와 관계있다는 시각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어떤 유형의 세포가 뇌 조직 어디에서 어떤 분자-세포 수준의 변화를 보이는지 측정하여 방대한 데이터의 보고를 구축해 놓은 것은 가치로운 일이다. 이런 스크리닝(screening) 연구는 많은 후속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말처럼 이 논문에서 보여준 비신경세포의 항상성 파괴가 구체적으로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내는 연구가 이어질 것이고, 이 논문에서 측정한 유전자나 세포 유형 중 일부가 노화 현상의 결정적 인자로 판정될 수도 있다.


후에 뇌가 늙는 것의 인과를 더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된다면 뇌의 불로와 회춘(回春, rejuvenation)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노화에 원인이 되는 인자가 있다면, 이 인자의 조절은 노화의 조절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 비근한 예로 앞의 논문처럼 《Cell》에 발표된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연구팀 양재현(Jae-Hyun Yang) 박사의 논문을 들 수 있겠다. 여기에서는 후성유전학적 (epigenetic) 방법으로 그것을 꾀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해서 노화를 촉진하는 “ICE”라는 모델(inducible changes to the epigenome)을 만들었는데, ICE 생쥐는 늙은 생쥐처럼 공포 조건화(fear conditioning)와 미로(Barnes maze) 실험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학습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논문의 끝단에는 야마나카 인자 칵테일을 이용한 ‘회춘’ 실험 결과가 있었다. 유전자 발현 패턴과 몇몇 후성유전학적 지표가 개선되었다는 데이터가 있었는데, 학습 능력이 회복되는 것과 같은 뇌의 기능적 회춘 데이터는 없었다. 아마 이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성싶다.


여하튼 이제 우리는 늙어감의 현상을 더 잘게 쪼개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회춘이라는 말을 더 이상 한 가지 의미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떠한 회춘을 말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노화 인자를 몸속 어디에서 어느 수준으로 조절하느냐에 따라 각양각색의 회춘 양상이 나타날 테고, 각각을 지칭하는 적절한 언어가 요구될 것이다.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식의 말은 이제 너무 투박해 것이다.


싱클레어를 포함한 몇 사람들은 노화를 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병은 치료의 대상이므로 노화를 어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화가 없는 세상이 모두의 이상향이고 노인이 전부 비정상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반대로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 주장이 옳다면 우리는 조선시대처럼 자연스럽게 자라는 머리칼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이런 논의들은 너무 선정적이고 소모적이다. 노화가 질병이든 자연스러운 현상이든 개입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안전한 개입의 방법을 고안하고 선택의 자유가 외재적 변수에 종속되지 않을 방도를 궁리하는 데 힘을 쏟는 편이 낫다. 그리고 당장은 염증 나는 노년의 삶에 싫증 내지 않을 지혜를 따로 궁리해야 놓아야다.




논문

Allen, W. E., Blosser, T. R., Sullivan, Z. A., Dulac, C., & Zhuang, X. (2023). Molecular and spatial signatures of mouse brain aging at single-cell resolution. Cell, 186(1), 194–208.e18.

https://doi.org/10.1016/j.cell.2022.12.010


Yang, J. H., Hayano, M., Griffin, P. T., Amorim, J. A., Bonkowski, M. S., Apostolides, J. K., Salfati, E. L., Blanchette, M., et al., & Sinclair, D. A. (2023). Loss of epigenetic information as a cause of mammalian aging. Cell, 186(2), 305–326.e27.

https://doi.org/10.1016/j.cell.2022.1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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