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측두엽 치매와 공감 능력 저하
新月神經 2301B
Phillips et al. (2023)
치매가 침투한 삶을 상상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흔히 치매는 기억 상실을 연상시키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 대한 기억을 잃는 것, 혹은 반대로 내가 그의 기억을 잃는 것 모두 끔찍한 비극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비해 덜 알려진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 환자에게서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empathy loss)도 나타난다. 아마 기억을 잃는 것만큼이나 환자와 그의 가족들의 삶을 갉아먹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치료법이 뚜렷하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증상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다행인 것은 이에 대한 기초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웨이-동 양(Wei-Dong Yao) 연구팀 한나 필립스(Hannah L. Phillips)는 FTD를 연구할 수 있는 동물모델을 개발하고 공감 능력 감쇠의 신경생리를 연구하여 《Neuron》에 발표하였다.
C9orf72라는 유전자에서 'GGGGCC (G4C2)' 반복서열이 증가하는 것이 FTD의 유전적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필립스는 66번 반복된 G4C2 염기서열((G4C2)66)을 전달하는 AAV (adeno-associated virus) 벡터를 갓 태어난 생쥐의 뇌 속 빈 공간(뇌실, ventricle)에다가 주사하여, 형질전환 생쥐를 만들었다. 12 월령이 되었을 때 mPFC(medial prefrontal cortex, 내측전전두피질)를 보니 22 ~ 25%의 뉴런이 소실되어 있었다. FTD 환자의 전두측두엽이 위축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모델 동물에서 공감 능력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행동 실험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과 DIA 위로 행동(distress-induced affiliative consolation behavior, 고통으로 말미암아 친밀하게 위로하는 행위)을 측정하기 위한 행동 실험을 다음과 같이 디자인하여 수행하였다.
(1) 실험동물(observer, O)이 홈케이지(homecage)에서 낯선 동물(demonstrator, D)을 만나 10분 동안 서로 탐색하는 단계 (HC1)
(2) D가 투명한 파티션 너머에서 전기 충격을 받는 것을 O가 관찰하는 단계 (observational fear conditioning, OFC)
(3) 다시 홈케이지에서 서로 마주하는 단계 (HC2).
전기 충격을 받지 않는 D를 본 대조군 O와 비교했을 때, 실험군 O는 OFC 과정에서 직접적인 신체적 고통이 없는데도 공포 반응의 일종인 프리징(freezing,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였다. 더불어 HC2 때는 D를 향해 훨씬 많은 친밀 행동(affiliative behavior)을 했다. 자주, 더 오래 D를 핥아주고 (알로그루밍, allogrooming), 옆에 붙어 있어 준 것이다(바디 컨택, body contact). 이러한 O의 행동은 실제로 D의 불안을 완화시켜 주었다.
중요한 것은 (G4C2)66 동물의 행동이다. 저자들이 기대했던 대로 형질전환 동물은 D에게 무심해진 듯 친밀 행동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프리징, 알로그루밍, 바디 컨택은 모두 감소했다. FTD 환자의 정서적 공감 상실 모델이 적절하게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필립스는 이 모델 동물의 dmPFC (dorsomedial prefrontal cortex, 배내측 전전두피질) 뉴런들의 흥분하는 성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hypoexcitability, 과소흥분성). 그렇다면 이 것을 해결하면 공감 능력 저하가 회복될지가 궁금해지는데, 적어도 (G4C2)66 동물의 공감 능력은 화학유전학적(chemogenetic) 방법으로 dmPFC의 흥분성(excitability)을 강제로 높였을 때 크게 회복되었다.
사람도 동일한 방식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인간 FTD 환자의 뇌도 과소흥분성이 있는지, 그것의 해결이 공감 능력 회복에 충분조건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흥분성을 회복시킬 것인지 하는 과제를 차차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이타적 행동은 비단 공감 능력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타적 행동은 타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비용을 치르는 것인데, 이익과 비용의 평가에는 자신의 가치관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들어갈 것이다. 상황에 맞게 예의범절을 지키거나, 타자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적절히 반응하는 데에도 고도의 인지 능력이 필요할 테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FTD 모델 동물에서 정서적 전염(공감)과 위로 행동(이타적 행동)의 메커니즘을 구분하지 않고, 학습 능력 전반을 테스트한 데이터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쉬운 일이다.
논문
Phillips, H. L., Dai, H., Choi, S. Y., Jansen-West, K., Zajicek, A. S., Daly, L., Petrucelli, L., Gao, F. B., & Yao, W. D. (2023). Dorsomedial prefrontal hypoexcitability underlies lost empathy in frontotemporal dementia. Neuron, S0896-6273(22)01124-2. Advance online publ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