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친구

by sogongnyeon

여기에 지내면서 동네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자주 품게 되었다. 2년간 9명의 친구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외로울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북적거림이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많은 인원인지라 내가 원치않을 때 빠진다고 해도 티가 날리 없으니까. 10명이 함께 살면서 가장 좋았던 건 집에 갔는데 친구가 또 있네? 라는 거였다. 퇴근하고 지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면 나의 안부를 묻고, 저녁거리를 걱정해주고 포옹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집은 더더욱 빨리 가고싶은 공간이였다. 약속이 없는 주말에 느즈막하게 일어나 거실로 가면 한 두명씩 슬그머니 기어나온다. 그럼 우린 뭐먹지? 간단하게 빵? 토스트? 있는거 먹을까? 어쩔때는 각자의 냉장고를 파서 간단한 요리를 해먹을 때도 있고, 또 다른 때에는 집 앞 빵집에서 빵과 커피를 사와 먹었다. 흐느적거리며 먹다 누군가는 허둥지둥 약속을 가고, 또 누군가는 할 일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주말을 만끽한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집 앞 천을 따라 산책을 가기도 하고, 오늘 약간 연남 바이븐데 갈래? 어! 거기 그 맛있는 피자집있는데 구경하고 그거 먹고오자! 이러면서 갑자기 지하철을 타고 외출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주 쉽게 뭉치고 흩어졌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으니까 이 모든 과정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퇴근하고 맥주한잔 하고 싶을 때, 주말에 집에서 평온하게 쉬다가 집이 지루해졌을 때, 날씨가 너무 좋아 따릉이 한바퀴 타고 싶을 때, 밤에 출출해서 간단하게 먹고 싶을 때, 각자 할 일을 갖고 만나서 카페에서 할거하고 숙제를 끝내면 맛있는걸 먹거나 행복한 보상을 같이 누리고 싶을 때 등등 한마디로 다른 동네 사는 친구를 불러내기엔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그럴 때 동네 친구가 9명이나 있다는건 참 행복한 일이였다. 만약에 다른 동네 친구를 불러내면 내가 거기까지 가는 시간, 그 친구가 오는 시간과 고난을 고려해 최소 몇시간은 만나야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기에 짧은 시간만 함께 즐기고 싶은 나로서는 동네친구가 딱이였다.


나는 유독 스케줄이 가득차 있으면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다. 직장을 다닐 때 월~금은 회사를 가는 날이니 나의 기준에서 달력은 이미 빗금처리가 되어있다. 그럼 토요일과 일요일만 남는건데 토, 일 모두 약속이 잡혀 일주일 내내 빗금처리가 되어있거나 한 달 달력에서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마다 빗금처리가 되어있다면 그것 참 부담스러운 일이다. 내가 그 때 컨디션에 따라 쉬고싶거나 다른 걸 하고 싶을 수 있는데 묶여버린 느낌이랄까. 아 물론, 강제로 약속을 잡은것도 아니요. 약속에 나가면 누구보다 신나게 놀고 온다. 하지만 약속일과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귀찮아한다. 아 취소됐음 좋겠다. 그런 마음을 자주 품는다. 그러다 진짜 취소가 되었을 땐 동네친구들과 논다. 그러니까 노는게 귀찮은것도 아닌데,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혼자 집 밖을 나서고 놀고 다시 외로이 돌아오는 그 순간을 싫어해서일까? 아님 그 약속을 위해 준비하는 모든 과정 자체를 귀찮다고 여기는걸까?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따라가다보면 빗금처리가 많이 되어있는 달력을 멀리하고 싶어한다. 달력을 보면 기대보다는 갑갑함이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약속없이 지내다 그 때 끌리는걸 할 때 함께 할 수 있는 동네친구가 좋다.


그렇게 2년을 넘게 지냈다. 그러다 철원에서 지낼 때도 친구랑 같이 살았으니까 동네친구가 늘 있었다. 그러다 뚝 끊긴 요즘 적응하기 쉽지않았다.


아, 오늘 날씨 좋네. 좋은 카페가서 이거 좀 하다가 산책 조금하고 저녁먹으러 집에 들어오고 싶다. 혼자 가려니 뭔가 귀찮고, 친구를 불러내기엔 더욱 더 거추장스럽다. 노는 범위가 내가 원하는 사이즈보다 너무나도 커져버릴까봐.


아, 이제 여름 오고있네. 편맥의 계절이 왔어. 맥주한잔하고 이러쿵저러쿵 쌉소리 좀 하면서 놀다가 자고싶다. 하지만 여긴 아무도 없지..


아, 집에서 혼자 하려니까 계속 딴짓하게 되네. 하기싫고... 같이 앉아서 각자 할거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오늘도 혼자다..


이런 저런 순간에 나는 꾸준히 동네친구를 원했다. 그러다 내가 일하고 있는 우리 동네 카페 사장님과 티키타카가 잘 맞아서 자주 떠들게 됐다. 계속 찾게되고 더 자주 웃고 얘기하게 됐다. 동네친구가 생긴 것 같아 내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러다 시한부 동네친구라는걸 깨닫게 됐다. 드디어 찾은 동네친구인데 이렇게 또 사라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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