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함과 감사함 그 중간에서

by sogongnyeon


어느날엔 우회전해서 간사함으로 도착했다 또 다른날에는 직진과 좌회전을 해 감사함에 도착한다. 동거하는 사람이 있어서 끼니를 제때 챙길 수 있고, 끼니를 거르면 걱정을 산다. 팔지도 못하는 그 애틋함이 때로는 부대끼며 사는 즐거움이 되고, 때때로는 거슬리게 된다.


집주인 내외에게 다이어트를 알렸다. 여주의 관점에서 예쁘다는건 살을 빼고 단정하고 깔끔한 옷을 입는거라 내 몸의 붙은 살들을 제거하는거에 아주 좋아했다. 같은 세대를 살아온 남주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다이어트를 알린 후 아주 가끔 여주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거 먹어봐! 아 살빼야하지. 근데 하나만 먹어봐. 근데 살은 빼야지. 이런 모습이 종종 보였지만 꽤나 협조적이였다. 치킨이 먹고 싶을 땐 내가 외출한 때 시켜먹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싹 치웠다. 그 중 살코기만 발라내 따로 보관해두었다가 나중에 내게 고백하며 살코기를 스윽 내밀었다. 그걸 발라내며 마음이 약했는지 맛있는 닭다리살과 튀김이 조금 붙은것도 있었다. 다이어트가 꽤나 성공적으로 돌아가는 즈음에 옷을 바꿔야하는 시점이 왔다. 내가 추구했던 스타일은 아메카지룩이라고 펑퍼짐하고 우주의 먼지를 다 쓸고 다니는 치렁치렁한 긴 바지에 XL사이즈 큰 티셔츠를 입는 스타일이였다. 살 빼기 전에는 입은 모든 부분이 다 살로 보여서 덩어리로 보였으니까 살이 빠지면 아주 귀여운 히피룩이 될거라 믿었는데... 지나친 기대는 실망을 데려오니 늘 금물입니다.. 아메카지룩이 어떠카지룩이 되버렸다. 살이 애매하게 빠지니 이도저도 아닌, 뭣을 추구하고 싶은지 뭣이 중헌지 알 수 없게됐다. 이렇게 된거 몸에 딱 붙는 스타일로 바꾸자싶어 몇 벌 사서 입었더니 집주인 내외는 참 좋아했다. 이제 "아가씨" 같다며. 살찌고 몸매를 드러낼 수 없는 옷은 그들에게 "아줌마"라는 이미지고, 살이 없고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는 사람은 "아가씨"였다. 그들의 분류에 따라 나는 지금 "아가씨"가 되었다. 그래도 사람이 어디 변하나. 치렁치렁 입고 다니던 내가 붙는 옷을 입고다니니 처음에는 살 빠진 맛에 신나게 입다가도 고단새 불편해졌다. 너무 딱 붙는거아닌가. 뭐 여기 외국이라 생각하지 뭐. 내가 몸매 드러낼려고 입는게 아니라 그냥 스타일인거야. 라고 생각하며 입고 다녔는데, 지나갈 때마다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느껴졌고 그 조금은 내 하루에 모여모여 그런 옷을 선택하지 않는 날들이 더 많아졌다. 어떠카지든 뭐든 다시 아메카지로 돌아온 나는 마음이 너무나도 편안했다. 나에게 닿지않는 시선들. 나를 표현하는 도구를 다시 가진 기분. 풀 아이템을 장착하고서 던전에 뛰어드는 기분이랄까. 아주 든든하고 편안했다.


그때부터 집주인 내외는 왜 그런 벙벙한걸 입냐. 살을 빼고도 왜 그러냐. 그들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아 살아남아야해. 이겨내야해. 버텨내야해. 견뎌야해. 내 스타일이라고 백번을 말해도 예쁘지도 않는 스타일을 왜 추구하냐며 2차 폭격을 했다. 그들이 말하는 예쁨과 내가 추구하는 예쁨의 극은 너무나도 자석같아서 우린 좁혀질 수 없었다. 그저 서로 등을보며 외칠 수 밖에.

"그게 예쁘냐"

- 응 이게 내 스타일인데. 난 이게 젤 예쁜데.
"살 빼고도 왜 그러고 다니냐"
- 이럴려고 살 뺀건데. 내가 좋아하는 옷 더 많이 입고다닐려고 뺀거라고.
"참 이상하네"
- 내돈내산 코디니까 뭐라카기 없기 없기~~


그렇게 조금의 티격태격이 오갈땐 내가 이 나이 먹고 옷 입는것까지 눈치 봐야하나? 라는 생각이 올라오면서 간사한 마음이 커진다. 그러다 다이어트에 도움되라고 채소를 듬뿍 사오는 여주의 팔뚝을 보고야 말았다. 이고 지고 온 검은 봉다리 무게 때문에 터질듯한 새파란 핏줄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이렇게도 나를 챙겨주는 사람과 함께 살고있다니. 식탁에 올라가는 식단이 많이 바뀌었다. 간이 심심해졌고, 양념장의 수가 늘어났다. 나는 그냥 먹을 수 있게끔, 집주인 내외는 양념장을 올려 간을 맞출 수 있게 바뀌었다. 육류 위주의 국거리나 반찬이 나물이나 생선, 두부가 많이 들어간 요리로 바뀌었다. 맛있고 재미있게 식단관리를 지속할 수 있게 두부를 많이 때려넣은 전을 만든다던지, 미역국에 소고기 대신 홍합과 조개살만 넣는다던지, 맛있는 콩물과 우뭇가사리를 사온다던지, 정말 맛있는 메밀묵을 공수해온다던지. 내 입맛에 착착맞는 다이어트식단은 한달넘게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였다. 무수한 감사한 순간들을 겪고나면 가끔씩 훅 들어오는 간사한 마음에 오늘도 나는 우회전을 할지 직진하고 좌회전할지 잘 모르겠지만. 부대끼며 산다는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거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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