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사업자 하나팠지?

by sogongnyeon

상대적으로 집에서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여주(여자 집주인의 줄임말)의 전화는 자주 운다.

일을 할 때야 연락이 많은 업종이라 그럴 수 밖에 없는데,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그녀의 전화기는 쉴새없이 링링링- 내가 자영업자로 살게되도 아마 그녀의 전화기가 더 많이 울 것 같은데.


어느날은 이모가 나이트 근무를 끝내고 집 가는길에 전화를 하기도,

남주(남자 집주인)가 먹고싶은 음식을 말하러 전화를 하기도,

어떤 친구가 갑자기 날씨가 좋아서 전화를 하기도,

가까이 사는 친구가 밥을 먹었나 전화를 하기도,

다른 이모가 어찌 사나 근황을 공유하려 전화를 하기도,

구 동거인(혈육 브라더)이 쓰잘데기 없는걸 물어보러 전화를 하기도,


그러다보니 여주도 내게 전화를 참 자주한다.

그녀가 볼 일이 있어 나간 이후에 집에 돌아오기까지 최소 2번 이상은 전화가 온다.

이제 볼 일 다보고 출발한다는 전화,

오다가 갑자기 먹고 싶은게 없냐/필요한게 없냐는 전화,

이제 집에 다와간다는 전화,

아 세번이구나.


예전에는 이 전화의 연결고리가 미웠다.

영화를 보다가도 전화가 윙윙 우는 바람에 집중할 수 없었고,

뭔가를 하다가도 맥 커터처럼 변해버리는 전화가 얼마나 싫던지.

카톡도 귀찮아서 한번에 숙제하듯 몰아 해버리는 내게 전화는 정말 더더욱 귀찮은 영역이였다.

전화는 급한일이 있거나, 명확한 용건이 있을 때만 하는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녀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되면서 전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괜히 이모가 전화해서 근황을 공유하고, 밥은 잘 챙겨먹는지 서로 안부를 전하고,

괜히 뭐 먹고싶다는 말을 툭 건네는 남주와 그 날 저녁을 즐겁게 즐기는 주인내외,

괜히 필요한게 없냐고 물어보며 그걸 해줬을 때 기뻐하는 여주의 모습,

괜히 구 동거인이 쓰잘데기 없는걸 물어보면서 목소리로 어렴풋이 전하는 안부인사,

그런것들이 예뻐보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넋두리를 하거나, 안부인사를 해본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상대방이 나에게 했을 때 내가 싫어하는 편도 아닌데. 어떻게 딱히 그렇게 안 살았지 괜히 궁금해졌다. 서울에서 내려오면서부터 친구들과 물리적으로 멀어져있으니 긴 통화를 종종 하게되는 편인데 그 때마다 그 연락이 너무나도 반갑다. 서로 넋두리하고 쌉소리하는 그 시간들이 참 따듯하다. 어쩌면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는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만남이 아닐까싶다. 나도 친구를 만나고 싶을 땐 누군가의 전화기를 윙윙 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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