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동네를 애정한다. 친구들에게 유배지라고 소개하는 우리동네는 차가 없으면 오다니기 힘든 곳이다. 주변에는 산과 잘 가꾸어진 수목원이 있어서 자연 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들때가 많다. 서울에서 지내다 가끔 집주인이 있는 이 동네에 오면 마음이 편했다. 언제든 걸을 수 있는 흙길이 여기저기 있으니 조용히 거닐고 초록초록한 숨을 쉬어가기 좋은 곳이였다. 게다가 내 유년시절은 대구 안에서 이 동네와 반대되는 끝지점이었으므로 몰래 쉬러 집에 오기 좋았다.
"아 집이 멀어서. 좀 애매하네.. 다음에 볼까?"
고향에 왔다가 친구들을 못(안) 만나고 서울로 돌아가기 딱 좋은 핑계거리였다. 다른 지역에 살 땐 여기 오는게 조용히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라 그랬는지 그게 참 좋았다. 서울을 정리하고 여기서 지낼 때도 막상 약속에 나가면 누구보다 잘 놀지만 굳이 약속을 잡고 나가는 행위를 귀찮아하는 사람으로서 주변에 친구가 없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쓸데없이 자주 안 만나고, 할 일 없이 했던 말 또하고 또하는 일상을 안 보내도 되서 좋다 생각했다.
길거리에서 시간을 버리는 걸 싫어해 일자리도 도보 10분 안으로 구하다보니 이 동네를 벗어날 이유가 없었다. 동네는 동네답게 변할 구석 하나 없었다. 내가 지내는 5개월간 사라진 편의점 1개 정도랄까. 이 마저도 바로 옆 건물로 이사를 갔을 뿐, 사라진 건 아니다. 5년 전 집주인이 이 동네를 선택했을 때 있던 모든 환경은 그대로였다. 내 일상은 집 안 - 동네 일 - 집 안 이 동선이였다. 그 사이에 특별한 일이나 사건도, 변수도 없었다. 그렇게 지루해지다 내 일상에 새롭게 나타난 인물, 같이 일하는 동료(지만 사실 사장님)와 떠들며 시간을 많이 보내게됐다. 다 재미있었다. 쓰잘데기없는 낄낄거리는 것부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것까지 다 즐거웠다. 게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한 동네 사람이니까 너무 편했다.
집주인이 거처를 바꾼다기에 나는 슬픈 마음으로 외쳤다. 드디어 나에게 동네 친구도 생겼는데! 일상이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 마음 편하게 맥주 한잔하고, 각자 할 거들고 어디 갈 수도 있을테고, 심심할 때 산책도 할 수 있을텐데! 아니 이건 너무 내 중심적이었네. 무튼 이렇게 좋은 동네를 도대체 왜 떠나! 자연과 함께하는 노후를 즐겨야지요! 여기서 지내면서 좋은 점을 얼마나 구구절절 말했는지 모른다. 슬프게도 집주인도 그 부분에 모두 공감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미래의 가치를 위해 이사를 확정했다. 난 집주인이 아니니까. 생활비 0원을 내는 하숙생이므로 그들의 결정에 쫄래쫄래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이사 소식을 알리니 친구들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안다. 난 이사를 가도 분명 동네 밖을 나가지 않을것이고 지루해 미쳐갈 즈음엔 친구들을 찾겠지. 그러면서 동네친구에 대한 갈망은 더더욱 커져가고 아무나 붙잡고 친구하실래요? 라고 외칠지도 모르겠다. 아 난 정말 이 동네가 조용하고 무료해서 좋았는데.. 혼자 미련 가득 담은채 동네에 대한 추억여행을 했다. 이동네가 이래서 좋았고, 이래서 그랬고, 저땠고 뭐땠고 그렇게 추억팔이를 하다 예상치못한 결론에 도착해버렸다.
'내가 갑갑함을 느낀 이유가 바로 이 동네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