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 부릅니다 사랑했지만-

by sogongnyeon

동네에 대한 추억팔이를 하다보니 나는 정말 이 동네를 사랑했던가. 내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자연이 있어서 좋았지만, 하릴없이 친구들을 만나 쓸데없이 낄낄거리지 않아도 되서 좋았지만, 분명 그랬지만 정말 그랬을까?


주당 근로시간이 많지않은 요즘 나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계획했던 시골살이행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리고 어떻게 살고싶은가 들여다보았다. 참 부끄럽고 숨고싶고 아팠다. 그치만 이번에는 숨지 않기로했다. 얼굴 시뻘개져도 가만히 서있기로 했다. 벽이 있는곳으로 달려가 문을 잠그고 방 안에 있지말고, 거실로 나아가 식은 땀 흘려가며 부끄러운 나를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내가 살면서 죽어도 못 참겠는건 하나였다. 변화가 없는 것. 안주하는 삶을 극도로 싫어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이였다. 내가 가만히 머물러있다고 생각하면 갑갑하고 허무한 마음이 가득차버리고 그걸 바꾸려 뭐라도 계속 하게되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아닐지도 모르는 불안에 계속 움직이게 되는 사람이랄까. 그런 사람이 한 동네에서 매일 집, 집, 집, 동네 일, 집 , 집, 집에서만 지냈다. 가끔 자연속으로 산책을 떠났지만 대부분 집, 집, 집. 만나는 사람은 2개의 카페 (하지만 가서도 거의 혼자 일하기때문에 사실상 뭔가를 나누는 관계는 없다), 집주인 끝. 미디어나 랜선 커뮤니티로 새로운 자극을 받거나 변수를 줄 수는 있지만 워낙 아날로그 사람이라 그런지 디지털을 통한 매체는 와닿지않는다. 괜히 눈이 뻑뻑한 것 같고 손이 안 가고 폰이든 아이패드든 닫아버리게 된다.


다른 말로 바꿔보자면 난 늘 새로운걸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물리적인 환경(공간)으로 다가올 때 가장 큰 감각을 깨우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늘 주기적으로 좋은 공간들을 찾아 주말마다 떠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서울에 있을때야 그랬지만, 여길 오고나서는 딱히 그러지않았다. 방에 있으면 내가 원하는걸로 다 갖춰두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편하다. 원하는 노래를 선곡하고, 내가 하고싶은 수만가지 취미생활 도구가 있다. 이걸하다 지겨우면 저걸하고, 저걸하다 피곤해지면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릴 수 있다. 1시간마다 바뀌는 내 마음을 순순히 따르기 너무 좋아서 집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아 물론, 집주인이 없을 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것처럼 극도로 행복해진다. 그러다 정말 가끔 카페나 다른 공간을 가면 죽어있던 세포들이 막 올라온다. 오, 여긴 이런식으로 꾸며뒀구나. 오 이런 캐비넷 괜찮은데? 아 여기 이런 조명있으면 좋겠다. 여긴 이럴 때 오면 진짜 더 좋겠다. 내 방구석에만 있으면 하지 않을 생각들이 막 밀려들어온다. 새로운 환경에 있으면 기분좋은 설렘과 바보같은 공상도 많이 하게된다. 비일상이니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이 동네에 살면서 내 동선은 매일 같았고, 그런 바보같은 행복함을 잘 찾지 않았다. 딱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교통이 주는 불편함이 컸다. 여기서 동네를 벗어나려면 배차간격 10분을 견뎌야하고, 우리집은 종착역이라 도착예정정보가 없는 정류장이고, 버스를 타고 20분정도 가면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에 도착한다. 거기서 시내까지 갈려면 다시 20분. 사실 꼭 시내를 가지 않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 근처 카페나 좋은 공간을 찾아 나서도 될 일이지만, 이왕 나선거라면 뭐든 다 갖춰져있는 시내로 향하게 되고, 시내를 생각하면 그 다양성이 주는 피로감에 복잡하다 생각이 들고, 그렇게 30-40분 거리를 1시간으로 마음대로 인식하고, 에휴 됐다마 안 갈란다 이런 회로에 갇혔다. 사실 내가 서울에 있었더라면 30-40분 거리면 나쁘지 않다. 근데 여긴 대구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차타면 10분인데 내가 그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30분을 쓴다고 생각하니 그럴 가치가 있나. 그 정도로 가고 싶진않아. 이렇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늘 새로운걸 갈망하면서도 동네에 스스로를 가뒀다. 손 뻗으면 뭐든 경험할 수 있었던 서울과 달리 여기서는 원하는걸 얻기 위해서 조금 더 시간을 써야한다. 버스를 더 타고 발자국을 더 움직여야한다. 그 차이를 가볍게 무시하고, 아니 나는 집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걸로 가득차서 행복한데, 나까지 완벽히 속였던 희대의 사기꾼이 될 뻔하다가 깨달았다. 지금 살고 있는 유배지같은 동네는 과연 나에게 좋은 환경일까. 나는 활기찬 동네를 좋아한다. 주인장들이 각자의 가치관에 맞게 꾸며놓은 공간을 좋아하고 여러 선택지 중 오늘은 어디가서 향유할지 고민하는걸 애정한다. 이 동네에서는 잘 찾을 수 없던 그런것들을 좋아한다. 다만, 자연도 포기할 수 없는 욕심쟁이였을 뿐.


이사가 확정되면서 내 마음도 깔끔하게 정리됐다.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가를 시작해서 어떤 환경에서 나는 가장 신날 수 있는가까지 구구절절한 생각 끝에 나는 집주인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응? 우리 이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