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른 지붕으로

by sogongnyeon

집주인의 이사가 확정되고 나의 독립도 결심했다. 이 동네를 떠나게 되는 시점에 내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싶은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집주인 부부가 주는 안온함을 내려놓기로 했다. 뭐든 개척해나가는게 마음 편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집주인이 주는 따듯한 마음과 평온한 일상은 내게 지루하게 느껴졌다. 맞다. 복 쥐어차는 소리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런 인간이라서 별 수 없다. 집주인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지 내 삶의 방향을 한번 공유해주고, 독립을 이야기했다.


물론, 혼자 살지 않을거다. 동거인을 구했다. 대구에서 지내면서 나에게는 동네친구가 너무나도 필요하다 생각했고, 9명의 친구와 살았던 소담 생활이 지나치게 자주 그리웠다. 그래, 나는 크루가 필요하다. 주변에 뭐가 많지만, 집에 가면 따듯하게 나를 반겨주고 생명의 온기가 느껴지는 크루가 필요하다. 다만, 그게 나를 무작정 가여워하고 무조건적인 사랑만 퍼주는 우리네 집주인이 아니면 될 것 같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원래 친한 친구랑 사업을 하거나 같이 살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란 놈은 수많은 동거인을 거쳐왔다. 이 친구는 아니지만 친한 친구랑 살아본적도 있다. 서울에서 몇달간 친한 친구랑 지냈고, 같은 부서 팀장이랑도 1년 넘게 살아봤고, 9명의 와글거리는 2년 생활을 해봤고, 거기서 뻗어나온 1명과 둘이서 몇달간 살아봤고, 또 거기에 두명을 더 보태 4명이서 한 아파트에도 살아봤다. 나는 동거의 경험이 많다. 그리고 그 동거가 주는 불편한 지점도 잘 알고있다. 그래서 같이 사는 삶에 대해서는 꽤나 자신있다. 이 친구와 나는 여행도 자주 다녀봤고, 한번 여행가면 2주정도 꽤 오랜 시간 집이라는 공간을 빌려 같이 지내봤으니 뭐 그렇게 문제될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다양한 동거를 통해 느낀 점은 문제는 늘 발생한다는 것,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가장 중요한건데 그 부분에 있어서 이 친구와 나는 걱정이 없다.


우리는 최대한 교통의 요지 그러니까 대구의 중간이면서도 주변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고 치안이 괜찮은 곳을 찾고 있다. 당연히 각자의 방은 있어야하고 풀옵션이여야 한다. 거기에 나의 욕심을 조금 더 보태면 젊은이들의 공간이 많은 동네로 가고 싶은건데, 원하는 가격과 옵션을 갖춘 매물이 많지는 않다. 같이 대구에 살면서 굳이 집을 나와 돈을 갖다버리는 행위에 대해서 예전에는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제는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회사 다닐 때에 비해 고정수입이 1/3로 줄어들어서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더욱 따로 살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나는 꾸준히 갑갑하고 지속적으로 무료해질게 뻔했다. 그렇게 내 스스로 재미없는 삶을 만들어나갈게 보였다.


돈을 쓰고 가치를 얻자. 돈을 쓰고 자유를 얻자. 돈을 쓰고 더 많은걸 보자. 돈을 쓰고 더 다양한걸 하자.

그래, 돈을 쓰자. 월 30-40 정도면 얻게 될 가치에 비하면 작은 금액일거라 믿는다.

남자 집주인은 돈이 썩어나가냐고 물었고, 여자 집주인은 엄마 버리고 간다고 서운해했지만 그들은 순순히 내 주장을 받아들여줬다. 항상 대구를 떠나 여기 저기에 떠돌던 자식이었으니 같은 대구에 있는것만으로도 내심 안심하는 눈치였다.


당장 다음주부터 나갈 예정이라 이번주부터는 발품을 팔고, 대출 자격을 만들어야한다.

처음에는 여기서 굳이 독립을 하는게 긴가민가헀는데, 막상 진행하려고 보니 설렌다.

대구에 마음 붙이고 사려는데 이 정도 설렘은 있어야지!

다시 돌아온 이 지붕에서 잘 먹고 잘 쉬고 역시 우린 따로 살아야지. 생각하며 다른 지붕으로 넘어간다.

집주인과 함께 살면서 참 안락하고 쾌적했다. 대신 너무 안락해서 내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는 왜 그런 안온함을 그저 받아들이고 즐기지 못하는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자주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잘만 지내는데, 왜 나만, 왜, 왜, 를 던지다가. 나니까 그런거겠지. 그런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집주인 분들, 저를 먹이고 재워주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같은 지붕말고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서로 애틋해하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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