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가-고, 가-가가-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

by sogongn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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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순례길을 걸으며 작성한 일기장을 열어보았어요. 액기스 기록만 가득한 일기장을 보며 그때의 기억을 덧붙여봅니다. 3년만에 만난 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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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역시나 일출보는 재미로 일어나 걸었다. 새벽 일찍 걸으면 아무도 없어서 무서워한다. 두려워하다 해뜨면서 바뀌는 하늘색들을 보면서 행복해진다. 무섭다가 행복해진다. 그렇게 매일 일찍 일어난다. 해 뜨는 재미를 다 느꼈을 즈음에는 오늘 순례길은 너무 논 밭만 펼쳐진 세상이 아니길 바래본다. 혹시나 누가 나 잡아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아서 그 두려움이 너무 크다. 고독을 즐기고 싶어하는 쫄보의 모순점은 늘 어렵다.


오늘도 사람이 없는 길을 걸었다. 태양과 싸웠고, 조금 다른 점은 야생마와 사나운 개에 심하게 쫄면서 걸었다는 점. 카페까지 2km 남았을 때 정말 뜨겁고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온 감정, 그 생각들. 분명 나는 다 걸을텐데 누가 이기나보자 라는 마음으로 걷고 말텐데, 아는데, 알아서 힘들었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악물고 걸을 것 같아서. 이런 마음으로 계속 걷고있는 내가 싫증나는 시점에 동네 사람이 보였다. 동네 할아버지가 저기로 가면 음식점이 있다고 알려주고 많이 덥다면서 위로를 해줬다. 살았다!는 생각으로 입장한 카페에는 샌드위치가 있다고 했다. 여기에 카페가 도대체 왜있나 싶을 정도로 마을은 작았다. 가구수가 많지도 않고 동네사람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거긴 순례자들을 위해 여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 때 내마음은 그렇게 느껴졌다. 여기가 없었더라면 목말라 죽었을지 몰라. 정말 너무 힘들어서 아무나 붙잡고 욕했을지도 몰라. 배고픔과 갈증의 콜라보는 나를 너무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날 죽일듯 내리쬐는 태양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덕분에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고 지친 내 마음도 그곳에 내려놓고 왔다.


다시 걸을땐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걸었다. 하지만 뭐든 한계가 있는 법. 역시나 똑같은 태양아래 무거운 짐을 들고서 걷고 또 걷고 걷다보니 너무 지쳤다. 맵스미를 꺼내 얼마나 남았는지 자꾸 확인하게 됐다. 드넓은 옥수수밭이 나왔다. 태양에 다 말라죽었다. 인터스텔라 한 장면처럼 다 말라죽었다. 하늘을 한번 쳐다보니 그럴만했다. 쟤만 죽겠니 나도 죽겠다 태양 이노오오옴. 그늘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부분 땡볕을 걷다 가끔 큰 나무가 나오면 어떻게든 쉬어갔다. 신발과 양말을 다 벗어두고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럼 바람이 느껴졌다. 지금 내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었다. 이런게 고진감래인가? 죽도록 힘들고 바람 한 점에 살 것 같은 이 마음이? 너무 극단적인 행복인걸. 그늘에서 쉬고있는데 왠일로 순례자가 보인다. 안녕,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했다 같이 걸었다. 헝가리에서 온 친구이고, 순례길은 세번째라고 했다. 다시 보니 이 친구 샌들을 신고있다. 마을까지 2km정도 남았는데, 그 정도는 워킹샌들도 괜찮아서 갈아신었다고 했다. 풀숲을 헤치고 가는데 은근히 오르막길이라 또 힘들었다. 오늘 나에게 2km라는 숫자가 왜이리도 험하게 느껴지는지.


스크린샷 2023-03-15 오후 3.32.11.JPG 끝없이 펼쳐지는 일출 행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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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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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이노오옴...
예쁜마을.JPG 카페가 있을리 없던 예쁜 마을
헝가리1.JPG 헝가리 친구
헝가리2.JPG 워킹샌들에 연연하지 않는다

여행기를 영상으로 보고싶다면 : https://youtube.com/watch?v=N2vh6S476mI&feature=shares
일기장 글꼴 출처 : 나눔손글씨 가람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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